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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사진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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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병인
  • 작성일 : 05-03-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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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브레송옹이 늘그막에 카메라 대신 스케치북과 연필을 잡았다는 것은
조금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카메라의 원조격인 다게레오타이프의 원리도 원래 화가들이 밑그림으로 쓰기
위해 고안한 장치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사진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안다.

언젠가 일본에 여행을 가서 길거리 스냅을 찍을 때 우리나라와는 달리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상당히 놀라웠다.
젊은 여자도 있었고, 나이 지긋한 사람도 있었다.
2월 말이었으니 그닥 따뜻한 날은 아니었음에도 그 사람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눈에
비추어진 도시를 스케치북에 옮겨 담는다.

사진은 순식간에 그 모습을 담아내지만 그림은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다.
당연히 나 같은 이방인, 여행자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시간적인 문제로 인해 사실상
힘든 일이 아닐수 없다.
일본작가 하루키가 자신의 수필집 "Useless landscape ; 使いみちのない風景"에서
어떤 여행지에서 자신이 그곳에 동화되려면 그곳에서 몇달정도 머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일요일 오후의 나른한 시간, 침대에서 뒹굴다 뭔가 먹으려 저녁무렵에나 가로등이
들어오기 시작한 동네 어귀 분식집에 들어가듯, 뭔가에 쫓기지 않는, 시간에 얽메이지
않는 그런 여행을 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항상 무위도식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배워온 탓일까 나는 뭔가 빠른 시간 안에 일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충무로나 명동에 스케치북을 들고 나섰다고 생각해본다.
아마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고 이내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할 밖에 없을거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그림솜씨도 못되니 말이다. 하지만 어렵게 그려 낸 한장의
그림은 몇백장의 사진보다 더 값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들이 처음 태어나 가까스로 앉기 시작했을 때 메모지에 장난삼아 그려주었던 몇 컷의
캐리커쳐가 지금도 소중히 앨범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림은 솜씨를
떠나 사진보다 더 강한 호소력을 지닌 것 같다.

언젠가는 라이카를 놓고 브레송옹처럼 스케치북을 잡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사족]
다게레오타이프 보다 이전에 카메라 옵스큐라가 있었군요...ㅡㅡ;
이름이 어려워 기억을 못했었습니다.
바로잡습니다.
추천 0

댓글목록

윤경일님의 댓글

윤경일

전 원래 그림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번거로움때문에 간편한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브레송의 스케치를 보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경면님의 댓글

이경면

저도 한 때 스케치북의 꿈을 꾸었답니다. 지금은 사진이 그 꿈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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