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맑은 날입니다. 봄기운도 가득합니다. 문득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바르낙을 들고 학교 주변의 작은 마을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새로 개발된 김해 신도시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마을들이 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조용한 골목길을 생기없이 오가는 개들이었습니다 . 농촌은 이제 사람들 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너무나 적적한 곳인가 봅니다. 하지만 이내 서너명의 꼬마들이 인사를 건네옵니다. "안녕하세요?"
절로 힘이 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녀석들을 모델삼아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한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꼬마야, 네 꿈은 뭐니?"
"화가예요"
"아~ 그래, 아저씨도 어릴적 꿈이 화가였단다. 부모님께 꿈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았니?"
"엄마는 운전배우래요"

화가를 꿈꾸었지만 어릴적 어려운 가정사정으로 그 꿈을 접었던 기억이 있기에 이내 마음이 쓰렸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저씨가 예쁘게 뽑아서 너희들에게 나누어줄께" ..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 현상소에서 필름을 인화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을은 그야말로 텅~빈 운동장처럼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녀석들이 사는 집을 찾아갔지만 낮에 타고 놀던 두발 자전거만 마당에 덩그러니 있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어디에서도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득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면 알 수 없는 공허감과 외로움을 느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친구들은 전부 집으로 들어가고 혼자 골목에 남았을 때의 그 외로움...
결국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마을을 찾아가 사진을 전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사진 속에 가득합니다. 연구실에 걸어 놓을 생각으로 한 장은 크게 확대도 해 놓았습니다. 저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나 힘을 얻을 것 같습니다.
해맑은 아이들과의 짧은 만남은 3월의 봄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얘들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거라....

스캐너가 없어서 사진은 올리지 못하지만 사진이 참 곱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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