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집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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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전우현
- 작성일 : 05-03-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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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하비는 시내 동성로에 있는 한 작은 모형집이다.
나는 모형을 하지는 않지만, 친구 박준성이 모형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같이 가곤 한다.
항상 동그란 모자와 노란색으로 물들인 긴 펑키 스타일의 머리. 그리고 커다란 빵모자를 눌러쓴 그를 안 지도
벌써 4-5년이 넘는다.
그날 방문했을 때에는 왠 일인지 머리 염색도 다 빼고, 짧게 머리도 자르고, 단정한 모습으로 있어 놀랐다.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더니 집에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어 그랬다고 했다.
아직 미혼인 그는 나 보다 1-2살 나이가 많은 것으로 안다. 술을 좋아하고 사람이 좋은 그는 밤이면 소주 한 잔은 먹어야 한다고 웃으면서 말한적이 있다.
다음날 아침이면 항상 약국에서 위장약을 먹어야 속이 풀린다고 한다. 당시 가까운 곳에서 약국을 하던 우리 와이프에게 항상 약을 사가던 그에게 안사람이 "술 이제 그만드세요.." 라고 했지만,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고
그냥 빙그래 웃으며 약을 받아 나가곤 했다고 들었다.
아직 봄기운이 완전하지 않았던 몇주전 그의 가게에 들렀다가 문득 사진기를 꺼냈다.
"아저씨, 몇컷만 찍어 갈께요."
" 그러세요...^^ "
아무런 저항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그를 필름에 담는 동안
왜그리 그날 따라 가게 천장에 늘 메달려 있던 비행기가 마치 진짜 비행기인양
그의 가게를 가득채우며 그의 머리위를 빙빙 날아 다니고 있다는 아련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장난감 가게 아저씨.
항상 꿈을 먹고 사는 사람 같은 아저씨.
늘 혼자이지만, 그는 늘 꿈꾸는 듯, 꿈꾸지 않는 듯,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종종 서 있곤 했다.
[촬영정보]
M3 / 50mm Summilux ASPH / 400TX / Epson4870 / Filmscan / 1200dpi / Resized only / Normal S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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