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M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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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성준/ntc
- 작성일 : 05-03-0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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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에 가면 카메라 샾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당연히 남대문을 제일 먼저 찾게 되었고, 샾 마다
진열대에 전시 된 카메라를 구경하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한 진열대 앞에서 친구가 하는말이,
"야! 저게 라이카라는 건데 차로 말하면 벤츠야" 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래? 저거 얼마 하는데?" 라고 물었더니
"나도 몰라 그런데 옛날에 집한 채 값이었데" 라고 얼버무리더군요.
그의 눈은, 감히 살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도 언젠간 꼭 가지고 싶은 카메라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이 친구 아직도 못 만져 봤습니다. ^^)
친구이자 사진입문의 스승이기도 한(?) 그 친구의 말이 당시에는 거의 신격이라 거부감은 커녕, 당연하다고 머릿속에
주입을 시켰습니다. 며칠 뒤 저는 남대문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으며, 이 때가 2001년 여름이었습니다.
각종 디지털 기기를 거치고, 각종 35미리용 SLR바디를 거치면서 취미 생활을 하던 저에게 일대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2004년 5월 라이카 클럽에 가입하기 전까지 라이카 클럽이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모르던 제가 2005년 M6를 덜커덕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나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상태에서 구입을 하였지만.... 아무튼 처음 사용해 본 라이카 M바디와 Summicron
렌즈는 그동안 써오던 렌즈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정도로 확실하게 저의 눈과 의식 속에 각인되었습니다. 원래
사람은 간사하기로 이름 난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가 본 M의 세계는 완벽한 지각변동을 경험하게 만들어 준
특별한 계기였기에 비난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 한 가격, 하지만 이를 무시할 정도의 아름다운 외관과 원하는 묘사를 충분히 만들어 주는,
깊고 넓게를 모두 표현하는, 남아도는 렌즈의 묘사력에 감탄을 하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렌즈들과는 달리 정보를 담고
있는 농도 자체가 다르더군요.(다분히 주관적인 부분이므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뚜껑을 열고 보는
순간 바이러스가 퍼져 중병에 걸린 게 분명하다고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오늘 저는 예전에 사용하던 T90을 꺼내들고 배터리도 점검하고 렌즈도 닦아주고 테스트 컷도 날려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잠깐 만났던 라이카 M과 Summicron렌즈를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지금은 아쉽지만 다음에 경제적으로
완벽한(?) 기회를 맞을 수 있다면 아니, 만들어서라도 꼭 다시 조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 20년 전,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팬더 스트라토캐스터(당시에 30만원)를 구입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아르바이트 할 나이도 아니고 ㅎㅎㅎ... 이렇게 생각하니 @@ 더 그립네요.
꼭 다시만날 M을 꿈꾸며.. 좋은 기억으로 남을 M과 함께 좋은 밤 되십시오~
댓글목록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꼭 다시만날 M을 꿈꾸며.."
그 날을 향하여 열심히 사시기 바랍니다.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으시기를 소망합니다.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20년전 그 시절... 록이 아직 살아 숨쉬던 때가 종종 그립습니다.
밴 해일런, 마이클 쉥커....해가며 열심히도 들었는데....
최석주님의 댓글
최석주
몇년전 장인어른 생신때 라이카를 들고 사진을 찍어 드렸는데, 처가댁 어르신들이 모두 알아보시는 통에 졸지에 카메라 가격이 밝혀져서 집사람에게 들통이 난적이 있습니다.
처가댁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
"야 이거 어디서 났어? 최서방!"
"예전에 이게 집한채 값이라 갑부아니면 못샀었는데..."
"이거 요즘에도 가격이 장난이 아니던데..."
그러자 집사람이 나서며
"어 작은아버지 집에 바디 2개랑 렌즈가 3개나 있던데요...
그럼 얼마나 되죠?"
렌즈랑 바디가 1000만원이나 될거라는 대답에 집사람이 살짝 바가지를...
하긴 살짝 바가지는 다행이였다 싶습니다.
결국 바디랑 렌즈팔아서 아이들 침대 2개 사주고 최고급 수영복을 집사람에게 뇌물로 바치고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납니다.
라이카 추억과 집한채 얘기가 나오니깐 그 추억(?)이 생각 나네요.
이영구님의 댓글
이영구
전 기억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 아직은 낄 자리가 아닌것 같군요!!
하지만 박성준님의 얘길 듣고나니 오늘 날씨처럼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남택길님의 댓글
남택길
결국 보내시는 군요. 주인과 카메라가 너무 잘 어울렸었는 데 안타깝습니다.
꼭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주엽님의 댓글
김주엽
고등학고 다닐 때 우연히 들른 낙원상가에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꽃무늬가 아름다웠던Ibanez의 스타라토 케스터가 생각납니다.
200만원인데 190만원까지 해 주겠다는 당시 주인장의 말까지도...그런 거금은 아르바이트고 뭐고 어떻게 마련해 볼 방도가 없어서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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