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하효명
- 작성일 : 05-03-04 12:28
관련링크
본문
제가 조금 궁금 했던 것이 M3 초기 제품이 Double Stroke인 이유였습니다. 제 나름대로 "그 당시에 필름의 질이 안 좋아 한번에 감으면 끊어졌거나, 아니면 기우여서 이내 Single Stroke으로 바꾸었을 수 있다."라고 해석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책의 이 대목에서 "아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사람들로부터 "어떤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사진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은 물론,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사람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사실은 나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 1등 카메라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C*을 즐겨 쓰는 내 친구가 겨울의 만주를 촬영하러 갔다. 그의 카메라 가방에는 그 당시 최고의 명기였던 C*F* 두 대와 당시 새로운 디자인으로 사진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T*-'탱크'라고 불리던 기종- 한 대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처럼 목에 M시리즈의 라이카를 한 대 걸고 베이징을 거쳐 만주로 들어갔다. 라이카 렌즈는 28mm.
만주의 겨울 추위는 여간이 아니다. 거대한 대지는 꽁꽁 얼어붙고. 거칠 것 없이 대지를 가로 지르는 매운 바람 때문에 길을 걸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친구는 만주가 그렇게 추운 곳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로 들어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촬영을 시작하자 C* 카메라들이 하나 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영하 40도의 현장에서 촬영을 하려니 카메라 배터리는 물론이고 셔터까지 다 얼어붙은 것이다.
그래서 친구는 늘 들고 다니던 라이카를 두터운 방하복 속에 품고 다니면서 셔터를 눌러야 할 때만 빼내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라이카가 다른 카메라보다 작아서 방한복 속에 넣어 데우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혹한에서 모터 드라이브를 작동시키면서 셔터를 누르면 필름이 맥없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 친구는 조심조심 라이카의 필름 감개를 감아가면서 겨울 만주의 촬영을 끝내고 잡지사에 원고를 넘길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좋은 카메라란 작은 카메라가 아닐까? 꼭 라이카가 아니더라도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아 생각난 김에 한 마디만 더 하자."프로는 사진을 자랑하고, 아마추어는 카메라를 자랑한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신의 수중에 있는 카메라이다."
저도 겨울에 몽고 가고 싶습니다.
* 책에는 카메라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댓글목록
전우현님의 댓글
전우현
똑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2월 중순경 강원도에 폭설이 내린 직후 휴가를 갔었는데, 그때 온도가 약 영하 20도 정도 되었습니다. 당시 타 SLR 카메라를 가져오신 분들은 전부 카메라만 어루만지면서 전혀 찍지를 못하고 계셨습니다. 얼마나 추웠는지, 밖에 들고 있으니 약 10분쯤 지나니까 모두 먹통이 되어 버렸습니다. AF와 각종 전자 셔터로 움직이는 바디들은 모두 먹통이 되어 황당하게 그냥 카메라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별도로 가지고 간 외장 노출계로 입사식으로 측광을 하고, 비록 저의 MP의 노출계도 작동은 하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필름이 행여나 상할까봐 조심조심 어드밴스 시키면서 찍었죠. 셔터감이나 그외 조작감에서는 일반적인 실온에서의 작동과 다름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혹한 혹은 극한의 상황에서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 가 묻는 다면, 글쎄요. 전 그 당시에 꼭 필요를 했고, 만약 다른 예전의 카메라들을 가지고 갔다면 (출발할 때 digital camera를 가지고 가자던 동생의 권유를 뿌리치고 제 MP와 50mm summilux ASPH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추워 타 카메라들은 작동하지 않을꺼란 생각은 하지 않고 단지 제가 좋아하는 카메라를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으로만 그렇게 한 것이지요) 아마 중요한 컷들은 다 포기를 했어야 했겠지요.
라이카를 사용하다가 가끔 이런 경우를 만날 때 마다 더 없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위의 책에 라이카 카메라에 관한 내용이 있어 옮깁니다.
" 아주 고가인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중에는 렌즈 교환이 가능한 것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카메라가 라이카이다. 라이카 카메라가 얼마나 고가였는지 잘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예전에는 카메라가 얼마나 고가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 옛날에는 라이카 한 대가 집 한 채 값이 었어요. 그랬으니 옛날에 사진 하신 분들은 대개 엄청난 부자들이 많았고, 그 영햗으로 사진은 한량들이나 하는 놀음 정도로 치부됩니다.'
그랬더니 내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하신 분-적어도 환갑은 넘기신 분-이 내 말을 받았다.
'집 한 채가 뭐야? 내가 어릴 때 우리 큰아버지가 김해에서 엄청난 땅 부자였는데, 어떤 사람이 라이카를 한 대 들고 와 자랑을 하니 집문서가 아니라 집이 딸린 산을 하나 내놓고 라이카와 맞바꾸더구먼. 벌써 50년전 쯤의 일이니 지금 그 라이카를 아들들이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김해 그 동네는 재개발에다 신시가지다 해서 완전히 동네가 바뀌었지. 지금 같으면 라이카를 수백 대도 더 살 수 있을 땅하고 맞바꾼 게 당시 라이카의 시세였어!'
거짓말을 하실 분이 아니니 믿을 만한 이야기다. 라이카는 예나 지금이나 그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라이카의 매력은 견고한 신뢰감, 그리고 작은 부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겁다. 크기가 작아 어디서나 스냅을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니콘 F5나 캐논 1Ds를 들고 길거리에서 일을 하면 사람들의 눈에 금방 띈다. 그러나 라이카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흑백이든 컬러든 프린트 했을 때 색과 색, 선과 선 사이의 교묘한 경계가 있다. 선이 지워진 듯 지워지지 않은 듯 유려하게 발색하는 느낌이 내가 즐겨 쓰던 니콘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라이카를 세 번 사고 세 번 내다 팔았다. 속도가 늦고 SLR에 익숙해진 눈이 도저히 레인지 파인더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너무 고가이기 때문이었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여유있게 일할 때가 되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카메라이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이메일주소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