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어린 AS는 사용하는 순간의 기쁨을 지나 한참 동안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제 경험은 만년필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친척분께서 당시로선 굉장히 귀한 Parker 황동모델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대학시절 대부분의 필기를 포함, 그 당시 글을 끄적인다고 할 때 그 만년필은 참 사뿐하게 원고지나
종이 위를 미끄러져 주었습니다.
연애시절 연애편지, 결혼할 때 혼인신고, 제 딸들의 출생신고, 집을 살 때 매매계약서 들
좋은 일에만 그놈으로 글씨를 썼습니다.
살아가면서 시덥잖은 일이나 마음 아픈 글은 그놈으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놈 덕인지 그렇게 애닲거나 고생하지 않고 지났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18년의 세월이 지나고 황동 부분은 세월의 흔적만 남았을 뿐 오히려 아름답게 빛나게 되었는데
플래스틱으로 만들어진 손잡이 부분이 마모되고 변형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안타까워 국내 파카의 대리점인 (주) 항소 라는 곳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친절하게 수리해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18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수리를 맡기고 2주쯤 지났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손잡이 부분 말끔하게 교체, 잉크 주브부분 교체, 완전히 새물건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저의 손때가 묻은 변형된 부분과 오래된 주브와 함께...
그 당시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곤 그 만년필을 잘 닦아서 보관키로 했습니다.
이제 좀 쉬게 해줄 때도 된 것 같아서...
이제 새 만년필 파카 듀오폴드로 또 다른 20년에 도전합니다.
그로 부터 5-6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카메라 못지않은 애정이겠지요.

처음부터 써 보진 못했지만 지금 저의 iiif와 M3가 오버홀중입니다.
가슴졸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놈들은 쉬게 해주지 않고 제 평생 잘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만년필과 함께 자식들에게 사이좋게 나누어 주렵니다.^^
숱한 사연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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