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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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재돈
- 작성일 : 04-12-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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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노을 사진을 자주 촬영하면서도 조금은 생뚱맞을수 있겠습니다만
노을의 과학적 생성원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책에서 노을의 과학적 상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뜻밖인 것은 과학서적이 아닌 편하게 읽을수 있는
양귀자님이 에세이 "삶의 묘약" 에서 라는 점이죠..
복잡하고 어지러운 삶속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회원님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어 올려봅니다....
-노을의 진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다 질문이 많은 법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족들 수발에 허리가 휘는 어머니를 붙잡고 내 딴에는 썩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면
가장 많이 되돌아 온 대답이 "그런 건 몰라도 돼" 였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나도 어머니가 되었다 역시 내 딸도 사사건건 질문이 많았다
나는 정녕 그러지 않으리라 여러 번 다짐했으면서도 나 또한 열 번에 다섯 번은
내 어머니처럼 몰라도 된다고 시치미를 뗐다
어린아이들 질문이 매양 그러하듯이 딱 집어서 정답을 말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도
그랬겠지만 그것보다는 저절로 알게 될 때까지 모르고 사는 것이 훨씬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 질문들 중의 하나가 '노을'에 관한 것이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딸아이가 다섯 살쯤이었던
어느 날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주홍빛 노을을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저것은 무엇이냐고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저것은 노을이라는 것인데 낮동안만 세상에 머무르도록 되어 있는
해님이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아쉬워하며 하늘에다 쓰는 작별의 편지라고..
하늘에다 쓰는 해님의 작별편지가 노을이라는 내 대답은 딸아이보다 오히려
나 스스로를 더 감동시켰다
그랬으므로 나는 더욱 기고만장해서 이번에는 백과사전을 펼쳤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노을에 관한 과학적 상식을 보다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백과사전은 적고 있었다
노을은 하늘에 먼지가 많은 날 생긴다고...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는 파장이 짧은 청색 계통은 되돌려 보내지만
파장이 긴 적황색 계통은 그대로 통과시키기 때문에 하늘이 붉게 물든 것처럼 보인다고...
반사체의 역활을 하는 먼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노을은 더욱 붉고 아름다워진다고...
그러한 까닭에 진실은 그토록이나 냉정한 것인 탓에 어른들은 사랑하는 아이에게
"그런 건 몰라도 돼" 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몰라도 좋은 것을 굳이 알고 나면 그때부터 삶의 신비는 사라지고
현실의 뻑뻑함만 남는 법이었다
노을이 해님의 작별편지이기는 커녕 세상이 올려보낸 먼지들의 난무라는 진실에 대해
그러므로 나는 지금까지도 딸아이에게 입벌리지 않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아직도 다 알지 못한 채 속절없이 삶의 나이테만 늘려가는 요즘
나는 다시 노을을 생각하고 있다
더러운 먼지가 많은 날 생긴다는 그것..
먼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붉고 아름답다는 그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왜 그런 것일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 때문에 나는 노을이라는 화두를 버릴 수가 없다
지금 이곳에서의 삶은 얼마나 먼지 투성이인가
삶을 껄끄럽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공포 속으로까지 밀어넣는
무서운 먼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노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품고 지내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을 만났다
시골의 한 읍에서 구멍가게를 열고 있다는 그 사람은
매일 오전이면 인근의 양로원과 고아원에 시금치며 감자,
콩나물 등의 부식을 배달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토바이에 실어서 손수 그렇게 부식을
배달하고 있는 지가 벌써 오 년째라든가
가진 재산은 구멍가게 하나와 건강하고 젊은 몸뿐이라는 그가
오 년 간 배달해 온 그 많은 부식비는 놀랍게도 모두 무료였다
이번에는 지방도시 변두리에서 다방을 하고 있다는
중년?남자를 만났다 그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수십 개의 물통을 봉고차에 싣고
한 시간쯤 달려 어느 산의 약수터에 출근하는 일을 해온 지가 삼 년째라고 했다
그가 경영하는 다방에서 필요한 양은 물통 한두 개면 충분했지만
그는 결코 한두 개의 물통에만 물을 채워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봉고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물을 길어온 그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 투자해서 이웃들에게 골고루 물을 나누어주고 빈 통을 거두고 있었다
그 모든 일들 역시 무료였다 왜 무료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대답했다
새벽에 나 하나만 조금 수고하고, 나 하나만 조금 기름값 부담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물을 나누어줄 수 있는데
그게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돈을 받고 말고 하느냐고..
또 어느 날 나는 한 택시기사를 만났다
그는 한 달에 백만원을 버는 사람으로 다섯 식구를 부양하며
지하 전세방에서 살고 있었다 한 달에 돼지고기 한 근 먹는 것을
호사라고 생각한다는 그 택시기사는 한 달에 돈 십만원씩을 내서
소년, 소녀 가장 두 사람을 돕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 사람의 대답은 실로 간단했다
한 달에 한번도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그 애들이
너무 안타까워서라고 그밖에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대통령이 치부를 위해서 수천억원을 우려내고 숨겨두는 세상
사소한 욕망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는 세상
어린 중학생들이 친구들을 위협해서 돈을 빼았는 세상
먹이사슬의 고리를 챙기느라 무너지는 백화점을 짓고,
내려앉는 다리를 지어놓고도 얼마든지 태연할 수 있는
이 세상 속에서 듣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할말을 잃게 한다 아니, 그토록이나 추악한 세상이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노을을 생각한다
노을이 주는 희망에 대해서 생각한다
세상이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아름다움을 도모할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다는 식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욕망과 권력과 폭력의 일그러진 무늬들이 흉하면 흉할수록
짐승의 삶이길 거부하는 작은 인간정신들이 크고 웅장하게
아로새겨지는 것이 아니냐고
그것이 노을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가 아닌가 하고
그러나 그 정도의 지혜가 다는 아닐 것이다
노을은 먼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찬란하게
아름답다는 역설에 대하여 나는 좀더 오래도록 숙고해 볼 생각이다
그래야만이 미래를 살아갈 내 딸아이에게
비로소 노을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므로....
양귀자 에세이 - 삶의 묘약 中
노을의 과학적 생성원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책에서 노을의 과학적 상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뜻밖인 것은 과학서적이 아닌 편하게 읽을수 있는
양귀자님이 에세이 "삶의 묘약" 에서 라는 점이죠..
복잡하고 어지러운 삶속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회원님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어 올려봅니다....
-노을의 진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다 질문이 많은 법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족들 수발에 허리가 휘는 어머니를 붙잡고 내 딴에는 썩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면
가장 많이 되돌아 온 대답이 "그런 건 몰라도 돼" 였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나도 어머니가 되었다 역시 내 딸도 사사건건 질문이 많았다
나는 정녕 그러지 않으리라 여러 번 다짐했으면서도 나 또한 열 번에 다섯 번은
내 어머니처럼 몰라도 된다고 시치미를 뗐다
어린아이들 질문이 매양 그러하듯이 딱 집어서 정답을 말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도
그랬겠지만 그것보다는 저절로 알게 될 때까지 모르고 사는 것이 훨씬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 질문들 중의 하나가 '노을'에 관한 것이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딸아이가 다섯 살쯤이었던
어느 날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주홍빛 노을을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저것은 무엇이냐고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저것은 노을이라는 것인데 낮동안만 세상에 머무르도록 되어 있는
해님이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아쉬워하며 하늘에다 쓰는 작별의 편지라고..
하늘에다 쓰는 해님의 작별편지가 노을이라는 내 대답은 딸아이보다 오히려
나 스스로를 더 감동시켰다
그랬으므로 나는 더욱 기고만장해서 이번에는 백과사전을 펼쳤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노을에 관한 과학적 상식을 보다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백과사전은 적고 있었다
노을은 하늘에 먼지가 많은 날 생긴다고...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는 파장이 짧은 청색 계통은 되돌려 보내지만
파장이 긴 적황색 계통은 그대로 통과시키기 때문에 하늘이 붉게 물든 것처럼 보인다고...
반사체의 역활을 하는 먼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노을은 더욱 붉고 아름다워진다고...
그러한 까닭에 진실은 그토록이나 냉정한 것인 탓에 어른들은 사랑하는 아이에게
"그런 건 몰라도 돼" 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몰라도 좋은 것을 굳이 알고 나면 그때부터 삶의 신비는 사라지고
현실의 뻑뻑함만 남는 법이었다
노을이 해님의 작별편지이기는 커녕 세상이 올려보낸 먼지들의 난무라는 진실에 대해
그러므로 나는 지금까지도 딸아이에게 입벌리지 않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아직도 다 알지 못한 채 속절없이 삶의 나이테만 늘려가는 요즘
나는 다시 노을을 생각하고 있다
더러운 먼지가 많은 날 생긴다는 그것..
먼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붉고 아름답다는 그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왜 그런 것일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 때문에 나는 노을이라는 화두를 버릴 수가 없다
지금 이곳에서의 삶은 얼마나 먼지 투성이인가
삶을 껄끄럽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공포 속으로까지 밀어넣는
무서운 먼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노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품고 지내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을 만났다
시골의 한 읍에서 구멍가게를 열고 있다는 그 사람은
매일 오전이면 인근의 양로원과 고아원에 시금치며 감자,
콩나물 등의 부식을 배달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토바이에 실어서 손수 그렇게 부식을
배달하고 있는 지가 벌써 오 년째라든가
가진 재산은 구멍가게 하나와 건강하고 젊은 몸뿐이라는 그가
오 년 간 배달해 온 그 많은 부식비는 놀랍게도 모두 무료였다
이번에는 지방도시 변두리에서 다방을 하고 있다는
중년?남자를 만났다 그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수십 개의 물통을 봉고차에 싣고
한 시간쯤 달려 어느 산의 약수터에 출근하는 일을 해온 지가 삼 년째라고 했다
그가 경영하는 다방에서 필요한 양은 물통 한두 개면 충분했지만
그는 결코 한두 개의 물통에만 물을 채워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봉고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물을 길어온 그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 투자해서 이웃들에게 골고루 물을 나누어주고 빈 통을 거두고 있었다
그 모든 일들 역시 무료였다 왜 무료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대답했다
새벽에 나 하나만 조금 수고하고, 나 하나만 조금 기름값 부담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물을 나누어줄 수 있는데
그게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돈을 받고 말고 하느냐고..
또 어느 날 나는 한 택시기사를 만났다
그는 한 달에 백만원을 버는 사람으로 다섯 식구를 부양하며
지하 전세방에서 살고 있었다 한 달에 돼지고기 한 근 먹는 것을
호사라고 생각한다는 그 택시기사는 한 달에 돈 십만원씩을 내서
소년, 소녀 가장 두 사람을 돕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 사람의 대답은 실로 간단했다
한 달에 한번도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그 애들이
너무 안타까워서라고 그밖에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대통령이 치부를 위해서 수천억원을 우려내고 숨겨두는 세상
사소한 욕망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는 세상
어린 중학생들이 친구들을 위협해서 돈을 빼았는 세상
먹이사슬의 고리를 챙기느라 무너지는 백화점을 짓고,
내려앉는 다리를 지어놓고도 얼마든지 태연할 수 있는
이 세상 속에서 듣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할말을 잃게 한다 아니, 그토록이나 추악한 세상이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노을을 생각한다
노을이 주는 희망에 대해서 생각한다
세상이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아름다움을 도모할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다는 식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욕망과 권력과 폭력의 일그러진 무늬들이 흉하면 흉할수록
짐승의 삶이길 거부하는 작은 인간정신들이 크고 웅장하게
아로새겨지는 것이 아니냐고
그것이 노을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가 아닌가 하고
그러나 그 정도의 지혜가 다는 아닐 것이다
노을은 먼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찬란하게
아름답다는 역설에 대하여 나는 좀더 오래도록 숙고해 볼 생각이다
그래야만이 미래를 살아갈 내 딸아이에게
비로소 노을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므로....
양귀자 에세이 - 삶의 묘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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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호님의 댓글
설동호재돈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담에 충무로 나오시면 뵙지요~ 재돈님 근황도 궁금하네요~ 아! 그리고 휴대전화 연락처 좀 쪽지로 보내주시길~ 연락처가 없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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