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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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병인
- 작성일 : 04-08-24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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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학생신분이었을 때 일본에 갈 기회가 있어 아버지를 졸라 세미나 참석차 일본에 갈 때도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작은 스케치북과 4B 연필이었죠.
당시 전시회를 했던 신동헌 화백의 유럽기행 담채화가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할수 있을 겁니다.
브레송이 인터뷰한 기사에서 사진가들을 향해 일갈한 내용을 읽으면서, 그의 사진집을 보면서 맨 마지막 부분에 목탄으로 스케치한 그림들을 보며 그림과 사진의 차이를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지난 2월말 일본 하라주쿠 여행중에 만난 일본인들은 스케치북을 들고 나와 하라주쿠 골목에 기대어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더군요. 그들이 그리는 그림의 각도에서 나는 셔터를 누르고 그들은 부지런히 연필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대상에 대한 애정은 거기에 투자한 시간과 비례한다고 했나요? 만약 그렇다면 셔터타임말고도 프레임을 들여다 보며 촛점을 맞추고 노출을 생각하는 시간이 디지탈보다, AF기종보다 긴 라이카가 더 많은 애정을 가지겠지만 연필로 담아내는 시간은 아마도 그것보다 훨씬 더 길고, 그만큼의 애정이 가겠지요.
언젠가 묻고 답하는 란에 여행중에 어떤 기종의 카메라를 가져갈 것인지 묻는 질문이 몇번인가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몇통의 필름을 가져갈지, 어떠한 카메라에 어떤 화각의 렌즈를 쓸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카메라가 고통스럽지 않다면 말이죠.
제 경우를 돌이켜 봅니다.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 기억되고 남아있는 것은 정작 인화지에 담긴 사진 한장이 아니라 망막을 통해 마음속에 각인된 정지된 듯한 장면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 라이카 마저도 어깨에 부담이 되고, 몇 걸음 옮기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면, 그때가 되면 아파트 앞 정원에 피어 있는 나즈막한 장미 한송이, 이름모를 잡초에 피어 있는 꽃들을 스케치북에 담으면서 여생을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초 갤러리에 올렸던 하라주쿠에서 만난 어느 화가분의 사진을 다시 한번 들여다 봅니다.
http://leicaclub.net/gallery/showpho...&sort=1&page=2
댓글목록
김창수님의 댓글
김창수
어제 뉴저지주의 Cape May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정말 가고 싶었던 바닷가여서 많은 사진을 찍을 기대를 하고 갔는데
4시간여 있는동안 찍은 사진을 달랑 10장 대부분 기념사진이었습니다.
물론 옆에 있는 와이프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눈으로 느낀 완벽한 순간이
사진으로 담겨지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사진, 찍기는 쉬워도 좋은 작품하나 만들기는 눈으로 본 이미지는 머리에 저장하고
상상력을 곁들이면서 천천히 그릴수있는 그림보다는 훨씬어렵지 않을까요.
순발력이 더 느려진다면 인물 스냅보단 천천히 할수있는 경치가 좋을것 같습니다.
다음부턴 좋은데 갈땐 조그만 스케치북도 사진기와 함께 가져가야 겠습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좋은 장면을 마음에 각인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요.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기 부인을 졸졸 따라 다니면 망녕 든 거랍니다. 부인이 다른 여자로 보여서.. " 농담이구요. 나이 먹으면 기억력이 흐려져서 약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기억을 못 할 때가 오게 되겠지요.
좋은 장면이라도 나이 먹을 수록 본 기억조차 안 날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핸디켐으로 부지런히 찍는데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길어서 돌아가 한번도 제대로 보기 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인화 하면 앨범에 정리하기가 만만찮을 뿐더러 여러 앨범 찾아 사진 보기는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카나 디카로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찍어 PC에 올려 놓고 심심할 때 클릭해 보는 것이 제일 수지 맞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KIM HYUN KI님의 댓글
KIM HYUN KI
저 역시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지 얼마안되어 잘 모르지만,
요즘 제가 생각하는 사진의 가치는 기억과 감정의 응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그리고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 그 모든것을 한장에 담아둘 수 있다는 면에서..
기록과 기억으로써의 사진의 효용성을 자꾸만 생각하게 합니다.
여전히 저에게 가장 감동을 주는 사진은 어렸을적 아버님이 찍어주신 오래된 가족 사진,
혹은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기에..
권기찬님의 댓글
권기찬
전 어떨땐 부모님의 얼굴도, 제마누라의 얼굴도 가물가물 할때가 있죠..
추억이나 기억은 자주 재입력 해주어야 겠어요.특히나 항상 같이 있는 아이들의 몇년전 모습은
현재의 모습에 가려 사진을 보지 않는다면 기억하기가 힘들군요. 전 솔직히 그림을 잘그립니다만.
(제생각입니다.^^)
그림과 사진은 장단점이 다르니.......카메라..메카니즘도 재미있잖아요? 전 어릴때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게 아니라 실은 카메라에 관심이 더 많았었죠...
사진은 그나마 실체와 제일 닮은 형상이니......나중에 필름이 모두 없어지면 내가 직접 만들어 써야할테니 어덯게 보면 지금보다도 예술적 가치가 더올라갈수도 있겠네요^^
가끔 애들그림도 그립니다만...저는 카메라가 더 좋군요. 가능하면 90대에도 slr에 모터를 달아들고 다닐겁니다.ㅎㅎㅎ
이동우님의 댓글
이동우
그래서 가끔은 사진같은 그림이 좋고 그림같은 사진이 좋더군요.
선예도 있는 사진이 아니라 정말 그림같은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안종한님의 댓글
안종한
미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
이것 때문에, 낯선곳을 지나다 화방을 보면 괜히 들어가서 이것 저것 구경하곤 했었습니다.
**대학에서 하는 평생교육원 과정에 '누드크로키'가 있어서 한 학기 배웠습니다.
갈증이 아주 많이 풀리는 기회였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전시회를 할 때의 성취감은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전, 사진을 모르시는분께 사진을 설명할 때...'사람이 가장 쉽게 예술행위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어느것이나 다 그렇듯이 갈수록 어려워지는것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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