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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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조성진
- 작성일 : 04-04-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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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정규택님과 서해안 새벽촬영을 갔었습니다. 고즈넉한 새벽빛을 쫒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지만 사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사진의 즐거움에 대해 얘기 나올때면 "찍어놓은 사진을 볼 때마다 찍을 당시의 느낌과 추억이 생생히 되살아 난다"는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오늘 예전에 찍어 스캔만 해놓고 잊었던 사진들을 테두리도 만들고 하다보니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가 생각나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인천에서 수원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명절때면 귀가길이 평소보다 2-3배쯤 걸려 진저리를 치곤 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아예 다른 볼일보러 나온 김에 일찍 끝내고 훤한 낮에 퇴근을 해버렸습니다. ^^; 차도 안막히고, 시간도 남고, 오는 길에 평소 즐겨 가는 소래해양생태공원에 들렀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것이 분위기도 좋더군요. 얼씨구나 하고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뛰어내렸습니다.
한 참 촬영에 몰두하다 집에 가려고 길을 되돌아 나오려니 밀물때문에 다리 한 중간이 물에 잠겨있더군요 (아래 사진 참조). 수십번이나 왔던 곳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언제 물이 빠질지, 얼마나 잠긴 것인지 몰라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다보니 수위가 점점 올라가더군요.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허허 벌판, 아니 뻘판에, 저 혼자 뿐이고 안개만 자욱하게 쌓여 불안감만 더해가더군요.
크리스마스라고 아빠가 사 올 케익을 기다리고 있을 딸의 얼굴이 떠오르고, 저는 결국 카메라 가방을 머리에 이고 물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팬티까지 똥물(사실은 뻘 바닷물)에 젖어 다리를 건너가니 웬 할아버지가 눈이 휘둥그래 지시더군요. 차 시트에 신문지, 비닐을 잔뜩깔고 맨발로 운전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과점 문에 머리만 삐죽이 내밀고 "케익하나 주세요"해서 집에 들어서니 역시나 집사람의 호통과 딸아이의 환한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래 사진에 테두리를 입히고 들여다보니 땀이 식으면서 추웠던 느낌, 청바지가 들러붙어 어기적 어기적 걸었던 느낌, 신발에서 물을 쏟아내고 신문지에 발을 닦던 기억, 냄새가 나서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웠던 기억 등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설 때 제 바지 꼴을 보고 제 얼굴을 올려다보던 집사람의 얼굴, 케익을 사왔다고 환호성을 지르던 딸아이의 얼굴도 손에 잡힐 듯이 떠오릅니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단지 시각적인 것만 남기는 것이 아니더군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사진에 얽힌 제 지저분한 추억이었습니다.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는 인천에서 수원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명절때면 귀가길이 평소보다 2-3배쯤 걸려 진저리를 치곤 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아예 다른 볼일보러 나온 김에 일찍 끝내고 훤한 낮에 퇴근을 해버렸습니다. ^^; 차도 안막히고, 시간도 남고, 오는 길에 평소 즐겨 가는 소래해양생태공원에 들렀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것이 분위기도 좋더군요. 얼씨구나 하고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뛰어내렸습니다.
한 참 촬영에 몰두하다 집에 가려고 길을 되돌아 나오려니 밀물때문에 다리 한 중간이 물에 잠겨있더군요 (아래 사진 참조). 수십번이나 왔던 곳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언제 물이 빠질지, 얼마나 잠긴 것인지 몰라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다보니 수위가 점점 올라가더군요.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허허 벌판, 아니 뻘판에, 저 혼자 뿐이고 안개만 자욱하게 쌓여 불안감만 더해가더군요.
크리스마스라고 아빠가 사 올 케익을 기다리고 있을 딸의 얼굴이 떠오르고, 저는 결국 카메라 가방을 머리에 이고 물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팬티까지 똥물(사실은 뻘 바닷물)에 젖어 다리를 건너가니 웬 할아버지가 눈이 휘둥그래 지시더군요. 차 시트에 신문지, 비닐을 잔뜩깔고 맨발로 운전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과점 문에 머리만 삐죽이 내밀고 "케익하나 주세요"해서 집에 들어서니 역시나 집사람의 호통과 딸아이의 환한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래 사진에 테두리를 입히고 들여다보니 땀이 식으면서 추웠던 느낌, 청바지가 들러붙어 어기적 어기적 걸었던 느낌, 신발에서 물을 쏟아내고 신문지에 발을 닦던 기억, 냄새가 나서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웠던 기억 등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설 때 제 바지 꼴을 보고 제 얼굴을 올려다보던 집사람의 얼굴, 케익을 사왔다고 환호성을 지르던 딸아이의 얼굴도 손에 잡힐 듯이 떠오릅니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단지 시각적인 것만 남기는 것이 아니더군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사진에 얽힌 제 지저분한 추억이었습니다.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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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주석님의 댓글
유주석
어제 밤, TV에서 거의 10년만에 짐케리, 제프 다니엘스 주연의 코믹영화 '덤 & 더머' 를 보면서 배꼽을 잡았습니다.
조성진님의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추억을 읽으면서, 또한번 배꼽을 잡는군요.
예이 그 터프하신 외모를 상상해보니, 제과점 아가씨 간첩 신고 안한게 다행이군요.^^
서해대교 찍다가 갯벌에 빠져들어갔던 제 상황보다 훨씬 더 최악으 상황이셨군요. ㅋㅋㅋ
수위는 올라오고, 안개 껴서 시야가 제로일때, 무슨 생각 하셨을까?
한번 상상해봅니다.
" 그동안 굵고 짧게 잘 살았어. 그래 그동안 참 즐거웠어.....쩝쩝;; "
이러지는 않으셨지요?
꽈 당 ! (웃다가 뒤로 자빠지는 소리)
재미있는 글,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