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생각1.-개인전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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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노왕구
- 작성일 : 04-03-0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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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사진사는 잘 차린 양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는 더욱 특별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누군가 곧 눈이 부실 것이므로 절대 눈을 감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귀담아들었다. 나는 미리부터 두눈에 많은 힘을 주고 부릅뜬채 오랫동안 카메라만 바라보았기 때문에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나중에야 이해한 일이었지만 사진사가 금속판에 침을 바르고 어떤 약을 뿌린후 높이 쳐들어 터뜨린후 화약냄새같은 것을 나게 하였던 플래쉬는 대낮의 역광을 없애기 위한 조명이었던 것이다. 이 순간은 섬광과도 같이 짧았지만 매우 밝고 강렬하였다. 그 때 정지되는 한 순간의 결과물이 사진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후 나는 어떤 기억을 할때마다 마지막에 ‘퍽’하는 소리가 나며 모든 것이 정지되는 한 장면을 상상하고는 하였다.
카메라에 원판필름을 넣고 검은 천안에 머리를 집어넣고는 한참인가를 만지작 거리다가 잠시후 고개를 내민후 사람들을 살피며 릴리즈를 누르는 사진사의 동작은 이 기억의 한 원형을 또한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카메라와 연결된 릴리즈를 잡고 서있는 사람은 중요한 오브제로 마음 한곳에 자리를 잡고 나와 일정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고백하는 것이 내게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카메라를 산후에야 이 기억이 내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워질수 없이 따뜻한 이 기억은 현실의 어려운 순간에 따르는 다양한 정서적 경험중에도 나를 온전하게 지켜주는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의식이 도덕적이고 종교적이며 동시에 지적인 프레임에 의하여 재구성된 이후에도 따뜻한 기억은 자아의 다양한 노력에 앞서 즉각적인 힘을 발휘하여 그 반대의 기억과 순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격리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카메라를 만지고 셔터를 누른다는 것은 한순간을 통제하고 절단하며 재구성하여 포착하는 일이므로 자신과 세계를 기록하고 싶은 인간 본래의 보편적 욕구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자신에게 각인된 중요한 한순간을 재현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소망또한 이에 개입한다는 점을 깨닫게 이른 것이다.
이 생각 이후로 카메라를 만지는 일은 나에게 보다 즐거운 일이 되었고 나의 상상력 또한 풍부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에 특별함을 부여하여 나의 정서와 의식이 새로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나의 카메라를 만지는 순간 나는 안전하고 따뜻해지며 보다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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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카메라를 만지는 순간 나는 안전하고 따뜻해지며 보다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노왕구님의 고백이 내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나의 참된 모습을 감춤없이 들어내는 것이 사진이 아닐까?'를
늘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지하철 안에서 릴리즈로 찍은 셀프를 보고,
'아~~~ 노왕구님은 나보다 더 사진에 열정을 가지셨구나!!'하고
느끼는 한편, 스스로 분발을 해봅니다.
전시회에 꼭 가보고 싶은 마음 강열합니다.
전시회 정보 꼭 알려주시기 바라며,
사진으로, 나날이 새로와지는 삶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최준석님의 댓글
최준석
위에 노왕구님이 지하철에서 찍으신 셀프사진을 보고서 금방 충격 먹었습니다.
우와..저 열정...
뒤에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같이 담겨져 있어서 더욱 놀라운 셀프사진이 되였군요.
그 열정에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이런분이 전시회를 한다니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 집니다.
부디 전시회 여시는 정보 남겨주시고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과분한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노왕구님의 댓글
노왕구
과분한 칭찬입니다.
잘 보아주시니 감사하고 기쁠뿐입니다.
전시회 안내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본문에 하나 넣는 게 좋겠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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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현님의 댓글
서정현
릴리즈로 찍은 셀프 사진들 참 잘 보았습니다.
참 느낌이 좋은 사진들입니다..
어떻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용기있게 찍으셨는지....
유머러스한 점도 잘 살아있습니다..
가고 싶지만 거리관계로 못가는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노왕구님의 댓글
노왕구
얼마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Helmut Newton은 평소 자신의 사진에 대하여 많은 말을 하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사진가는 사진으로 보여주면 족하다’는 뜻이었지요. 늦은 나이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누구보다 모던하고 유니크하였던 John Copland와 비교되는 사진가였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요. 아주 일찍 사진관에서 사진을 배워 시작하였으나 독일의 외국인학교에서는 ‘게으르다는 이유로’쫓겨나고 사진기자로 시작한 초기 싱가폴의 직장에서는 ‘무능하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하였지만 마침내 사진하나로 우뚝섰던 그의 이력이 이말의 속뜻을 알게 해줍니다. 수많은 패션사진을 하느라 일때문에 힘들었을텐데 개인적인 창작또한 소홀하지 않았으므로 작업량또한 엄청났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잘 예측되고 통제된 결과물을 놓고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말일 것입니다.
어쨌든 제가 좋아하는 사진가중에 한분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시작에 불과한 저에게 좋은 말씀주시니 황송할 뿐입니다.
부디 즐거운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주영님의 댓글
최주영
렘브란트, 반 고흐의 자화상...들에서도 느껴보지만,
스스로를 찍거나 그린다는것은 실존적 자기확인을 위한
강한 몸짓이라는 여겨 지더군요.
상황연출 자화상을 찍는 많은 현대 사진가들 처럼 말입니다.
릴리즈를 통해 카메라의 셧터막을 잠시 열어 세상속에 있는 나를 본다는 설정...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릴리즈가 늘어져있는것이 그 의미를 더 상징화시키는군요.
세상과...나를 연결하는 밧줄같아 보입니다.
릴리즈를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카메라를 통해 나를 보고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것이..
마치, 장뤽고다르의 영화속에 " CINEMA " 란 글자를 자꾸 보여줘서,
관객들로 하여금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란것을 강조하는 듯한
그런 의도적 미쟝센이란 느낌도 들구요. 암튼 ~~
전시가 대전에서 있군요. 충청권에 엄청난 폭설이 있다던데...
기상조건과 상관없는 멋진 전시회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사진 많이 남기시구요
박 민영님의 댓글
박 민영
저는 부여에 살고 있습니다. 마침 다음주 월요일(3월 8일)에 대전 유성에 갈 일이 있습니다. 들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저의 사진은 미천하지만 공부하는셈 치고 찾아보도록 해야겠는데.
아! 셀프사진 너무 멋있습니다. 아이콘은 저의 셀프입니다. 이렇게밖에 못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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