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임님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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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성호
- 작성일 : 03-08-2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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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앗 이사진은 아득히 잊고 있던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뒷면을 보니 63년 8월 23일 부산역이라고 (아마) 어머님글씨로 쓰여있더군요.
그럼 40년하고 5일 전이군요. 제가 국민학교 3학년이고, 제 여동생은 아직 무직.
사연을 여쭤보니 여름방학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일광해수욕장에 가기 위해 부산역 플랫폼에서 기다리 던 중 (이제는 돌아가신) 선친께서 찍었답니다. 아마 아직 집에 남아있는 RolleiFlex 인 것 같아요.
모친께 사진을 돌려드리고 나오는데, 집사람이 제게 “ 어머니 지갑에 보면 그런 우표만한 사진 몇장 더 가지고 계셔…” 하더군요. 해서, 다시 모친 방으로 가서 다른 사진을 달라고 할려다, 그냥 다음에는 무슨 사진을 주실지 기다려 보자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70중반 노구에 딸이 좋아 이민가서 사는 딸집에 가 외국생활 벌써 몇년인데, 이런 오랜 우표크기 사진을 지갑에 넣고 계시는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댓글목록
최준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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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모두 잘 보았습니다. 모친께서는 저 사진이 과거로 가는 열쇠이며, 아름다운 시절을 영원히 소유할수 있는 보물이겠군요.
부디 모친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래 저의 영원한 사랑이신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과 저의 사진을 같이 올립니다. 73년 봄 저의 돐이 되여 태어난 집 대청마루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찍기 전에 대청마루에서 떨어져 광대뼈위를 갈아서 엄청 우는 놈을 달래가며 찍은 사진이랍니다. 저에게는 단 하나뿐인 어린시절 사진입니다..
이사진 보면 가끔 어머니 생각이 나곤 하지요..
김종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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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 순간 순간이 사진으로 기록될 때
그것은 훗날 신비한 마술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항상 내곁을 떠나지 않는 영원한(?) 피사체가 가족인데도
어쩌면 내일도 찍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오늘 소중한 순간을
놓치게 하는 나태함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으로 같은시대의 동질감을 느껴봤습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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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 속에 영원히 붙잡힌 그리운 시절의 삶.....
아프리카인들이 처음 사진을 보고서 한 말이 불숙 기억났습니다.
'영혼을 잡아가는 괴물'..........이거 농담이 아니었네요.
조효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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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래전 사진으로 보이는데, 그때면 저는 아마 젖먹이가 아니었을런지...
올려주신 사진을 보고 저두 추억에 잠기게 하는군요.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진 너무 고맙게 잘 보았습니다.
어제 맥주한잔을 하면서 다시금 보았는데, 첨 보았을때
그 느낌이 없어지질 않더군요.
건강하십시오.
오재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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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대청마루에 커다란 액자속에 자잘한 흑백사진들......내시대보다 훨씬더 오래된 사진들속에서
형용할수없는 느낌을 받을때...... aura를 느낍니다.
최성호님 안녕하시죠?
송지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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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고 목이 메여 일을 못하겠어요.
권오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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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저도 윗분과 같은 말들을 하게 되겠죠..
나중에 목메이지 않도록 부모님께 잘해야 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돌아가신 할머니 사진을 꺼내볼때마다 가슴이 아리거든요..
좋은사진, 좋은글 잘봤습니다.. ^_^
김하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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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군대 가서... 죽어도 안 울겠다고 다짐했는데,
유격 마치고 '어머니'라고 외치라는 말에 어머니 부르다가 그냥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모두에게 어머니는 그런 분이시겠죠?
권오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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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에 좋은글이 더해져 가는군요..
잊고 있었던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는 좋은 글과 리플들입니다..
저도 군대에서 어머니에 대한 많은 생각을 다시하게 됐었죠..
특히나, 퇴소식때 한달 반 만에 뵈었던 부모님의 그 모습은.. 평생 잊을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