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가 의(衣),식(食),주(住)이다.


우리나라도 20세기 중반까지는 이 세 가지 요소의 충족이 가장 절실한 문제였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이 중 두 가지는 충족시키고도 남는 수준까지

해결이 되었다.


다만 주(住) 문제만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회생활의 기본 요소로서의 주거 문제는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수단이었고

이웃을 연결하는 소통과 나눔의 도구이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나의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를 꿈꾸는 곳.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다정한 이웃이 있는 휴식처.


문을 열고나서면 이웃들의 수다가 꽃피는 사랑방인 골목이 있고

아이들의 떠들썩한 놀이터인 전망이 좋은 뒷동산과

오르기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주던

계단이 높아도 마음 편한 동네,


이웃 모두가 사촌이고 형, 누나, 동생으로 지내며 사람 사는 재미를 물씬 풍기는 곳.

대대로 이어가며 지키고 살고 싶은 마음의 고향.



현재의 주거지는 삶의 기본 요소로의 위치는 사라지고.

거주의 목적 보다는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전형적인 주택지들도

최근 한두 해 사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향기롭던 골목과 계단, 언덕 등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에 담겨 고향이라는 단어와 함께

낯선 곳으로 밀려나 버리고.



옛 모습을 짐작 할 수도 없게 지형마저 평지로 바뀌어 버리곤

외국어 이름 즐비한 국적 불명의 동네가 돼 버리고 있다.



다시 돌아갈 고향이 없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