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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종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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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안종현
  • 작성일 : 18-06-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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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라이카 클럽에 글을 올립니다.

이번에 사진집을 제작하면서 라이카 클럽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절의 사진인
'군' 작업을 정리하기 위해 my Gallery에서 제 사진을 검색해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번 책에는 군 작업을 비롯하여 붉은 방, 미래의 땅, 통로, 풍경 사진이 수록될 예정입니다.

책 출판과 함께 개인전도 있습니다. 개인전 정보와 책 관련 펀딩 주소도 올려두겠습니다.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

아무조록 즐거운 라이카 클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tumblbug.com/anjonghyunbook

[작가론]
안종현 <과거, 현재, 미래>
글/ 토탈뮤지엄프레스 객원편집장,
이미단체 대표 고윤정


안종현 작가의 작업은 시간과 공간의 결이 어떤 사건이나 풍경을 마주하였을 때의 일반적인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동양화의 다시점 작업을 보는 것처럼 원경, 근경의 내용이 한 장면에 압축되어 담겨져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거대한 작품의 상황 속에 관람자는 쑥 빠져들어 그때의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가 거닐게 된다.

어떤 상황 속을 상상하거나 음미하며 ‘걷는다’는 것은 비자발적인 기억의 정신적인 경험들이 드러난다는 것이고, 개인적인 기억과 집단적인 역사 사이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 그 시간이 갖고 있는 상황을 비평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현재가 처해 있는 구조적 오류를 탐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종현이 찾아간 광산, 집장촌, 종로구, 아버님의 출사지, 불탄 공장들은 안종현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적인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는 장소였다.

안종현 작가의 작업은 과거, 현재, 미래의 과정을 찍고 있는 피사체에 투영시켜 한 자리에서 역사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군대에서 사진찍는 일을 했다고도 하는 작가는 훈련하는 군인들, 군대의 밤풍경이나 철조망 등 군대에서 흔하게 보이는 풍경들도 두터운 무언가가 눈앞을 살짝 막은 것처럼 찍어, 현재이지만, 현재이지 않은 것 같은, 그러면서 과거의 무언가와 앞으로의 무언가가 잔뜩 한 군데에 응축되어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용산의 버려진 집장촌을 찍은 <붉은 방>(2011)은 재개발 때문에 버려지고, 쓸모없음 때문에 또 버려진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면면을 보여준다. 사진에서 드러나는 붉은 색 형태와 공간이 갖고 있는 미묘함은 참혹함과 동시에 다양한 사연들을 연상시킨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성이 도시의 버려진 사물들, 지나간 잊혀진 과거를 뜻하는 몇 몇 가지 문구들과 함께 개인적인 서사, 그리고 시대적 흔적들로 남겨진 것이다. 화석처럼 변한 시대적 사물들은 시대의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의 잔재로 개인의 역사를 짐작하게끔 한다.

<미래의 땅>(2013)은 강원도의 광산을 촬영한 것으로, 흔적들 켜켜이 이제는 더 이상 광산 산업이 진행되지 않음을, 미래의 어떤 가치를 현재가 내포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음을 은유한다. 수십 년 전에는 ‘광산’이 한참 국내에서 각광받는 산업으로 자본이 모두 축적되어 있고, 유토피아적인 소망이 모두 한군데 모여 있던 곳이었을 텐데, 이제는 더 이상 쓰임새를 찾기 어려운 공간이 되었다. 그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쓸려져 나가고 정돈도 되지 않은 채 수십 년이 흐르면서 흔적조차도 희미하다. 다채로운 도시의 삶이 아닌 폐허로 변한 곳, 꺾인 전신주, 낡은 건물의 기둥은 병적일 정도로 차갑다. 하지만 작가는 그 미래의 땅에서 실패적 폐허만을 본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발굴될 유물처럼 새로운 희망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 차가운 현실을 밝은 빛 아래에서 재조명한다.

<통로> 작업을 하면서 작가는 전환기를 맞는다. 이전의 작업들은 한 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찾아다니며 찍었던 것이라면, <통로>는 공교롭게도 그 비극적 단면이 작가 스스로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시면서 병간호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작가는 매일같이 종로 거리를 걸으며 종로의 밤과 낮, 새벽을 다양하게 경험하기 시작한다. 같은 장소를 매일 걸으니 네온사인, 모텔간판, 자판기, 쓰러진 천막, 공사 중인 도로, 가림막에 가려진 동상의 뒷켠, 등등의 도시적 사물들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면서도 여전히 활기가 있는 복합적인 모습의 파편들이 작가의 시선에 점점 담기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는 일방통행이, 누군가에는 평생에 왕복하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종로’의 거리는 아버지의 쓰러짐과 함께 작가에게는 ‘인생의 여정’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다시 아버지를, 다시 스스로를 돌아본다. 안종현 작가의 아버지는 개인 사업을 하면서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안종현 작가도 처음에 사진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추어에서 프로 사진계로 입문하면서 어쩌면 아버지의 영향은 애써 거부했을 수도 있다. <통로>를 계기로 종로의 보이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아버지의 흔적들을 끄집어 내어 작업으로 이어간다. 그렇게 <풍경>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어찌 보면 숱한 재개발 사진이나, 숱한 도시 사진만큼 아마추어 사진가부터 거장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다루어져 온 주제는 풍경 작업일 것이다. 작가는 흔하디 흔한 풍경을 다시 바라보며서, 그 안에 총체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시간성, 역사성, 공간성을 응집시켜 판타지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과거보다 점차 추상적으로 귀결되는 사물들의 파편은 과거 폐허에서처럼 절망적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꿈’을 담은 듯한 형상을 보인다. 이질적이고 산만하게 흐드러진 꽃들은 어느 순간인가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이 형태는 그 자체로 과거, 현재, 미래가 관통하는 ‘통로’가 된다. 작업들 간의 연결성은 이렇게 작가의 개인사와 맞물려 지속되고, 자라난다.

자연적 이미지들은 마치 고도 자본주의의 테크놀로지나 빠른 변화들과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자연의 역사 역시 찰나적인 것으로 사회 정치적 역사는 자연적 진화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믿는 것들은 오히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더 많을 정도로, 안종현의 자연적 요소에는 사진적 기호들과 그 지시물이 명확하다. <군대>, <붉은 방>, <미래의 땅>, <통로>는 가시적으로 기호와 지시물이 일치하지만, 자연적 풍경을 담은 <풍경>시리즈에서는 모호한 판타지적 사물들이 갖고 있는 기호 속에 인간과 자연의 몽타주가.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여러 가지 통로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밝은 낮> 시리즈는 제목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통해 자연적인 진화의 민낯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두컴컴한 숯같은 나무 사이로 멸종과 잠재력이 동시에 함축되어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없어진다는 것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부패와 소멸 속에서 새로운 것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는 진보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면서 흐르기 마련인데, 안종현의 사진에는 그 흐름이 보이고 있는 중간적인 시점에서 멈춰 현장성을 배가시킨다.

이렇게 시리즈마다 보이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보듬는 특징은 안종현이 사진을 찍는 속도와도 관련이 있다. 사진은 보통 ‘Shoot’한다고 할 만큼 사진을 찍는 대상에 대해 폭력적일 정도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완벽하게 좌우된다. 안종현의 경우 현장을 리서치하고, 고르는 데에는 시간을 투자하는 반면 찍기를 결정하는 순간은 매우 짧게 가진다. 결정의 순간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현장성은 더욱 강해지고, 순간적인 응축력은 더해진다.

안종현은 이 중간적인 시점을 ‘보통’이라고 표현한다. 시간적으로는 ‘현재’이지만, 사회적 기준으로는 ‘보통’인 것이다. 보통의 기준은 누군가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 속에서 정해지기 마련인데, 보통의 기준이 넘어서는 순간, 혹은 보통이 무너지는 찰나, 혹은 지극히 평범하게 여겨지는 ‘보통’의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생성된다.

안종현은 자연적 유토피아와 현실적 유토피아를 오가며 누구나가 생각하는 기준이 무너졌을 때의 이면을 논하여 왔다. 오히려 같은 공간을 매일 다니면서 다른 것을 발견해 왔듯이 우리의 삶,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는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보이지 않는 사건들이 현실에 침투하면서 현장은 어제는 유토피아였다가도 오늘은 폐허가 되면서 역사적인 진화를 진행한다. 그 과정은 자연이나 기계적 삶이나 같은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서 무너지고 새롭게 생성되는 다양한 ‘보통적 기준’을 작가의 시선으로 꾸준히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 전시정보 

전 시 명 : 보통 
작 가 명 : 안종현
전시기간 : 2018년 7월 17일(화) - 8월 5일(일)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오프닝 17일(화) 6시
출판 기념 행사 및 클로징 파티 8월 5일(일) 5시 예정
관람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전시장소 : 복합문화공간 에무 B2 갤러리  
■ 기획 및 진행 
복합문화공간에무 기획위원회 
복합문화공간에무 큐레이터 임수미 
복합문화공간에무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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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대원님의 댓글

박대원

반갑네요, 안종현 님!
그동안의 왕성한 사진 작업과 성공적인 작품 활동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번 전시 기획은 그야말로 '안종현 사진'의 총 집대성이 될 것 같군요.
진정 축하드립니다!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안종현님
열심히 사진 만들던
기억이나는군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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