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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le Geo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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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박대원
  • 작성일 : 11-01-1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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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이른 봄, 아직 날씨가 쌀쌀한 토요일 오후, 충무로 한 카메라 가게 안.
한 키다리 아저씨가 Linhof Master Classis 4X5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가 바로 Uncle George, 우리나라에 온 지 반 년이 채 안되는 무렵인 6년 전이었다.

Professor George A. Furst, 남서울대학교.
집은 대전, 나하고 갑장이었다(그러니까 올해 나이 69세).
나이 때문일까, 우리는 이내 친구가 됐다.
한동안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역에서 만나 회현동, 명동을 거쳐 충무로로 와서 몇 시간을 함께한 뒤 서울역에서 헤어지곤 했다.
물론 라이카클럽 옛 토요 모임 장소인 아미고스에서 많은 우리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고 전국모임에 참석한 적도 있다.

그는 진정한 라이카 컬렉터이다.
Leica Pocket Book (7th ed.)은 그의 바이블, 충동구매란 결코 없다.
한번 손에 들어온 것들은 소소한 것 하나라도 절대 팔아 없애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가지고 있는 라이카 카메라나 렌즈가 과연 몇 개나 되는지 자신도 알 리 없다.
정말 극성이다, 왜일까...... ?

그는 2남 2녀의 막내다.
맨 위로 큰누나(Duna, 74)는 알라스카에서 살고 수학 교사, 작은누나(Sydney, 72)는 미국 동해안 케이프 코드의 한 수녀원에 있고
전문 뮤지션(Oboe)이다. 독일에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형(Ronald, 70)은 성직자이다.
다복한 중산층이라 하겠다.

부인 영숙(Young Suk)은 16년 전인 1995년에 미국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가 보스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던 때, 그녀와 사랑에 빠져 그 해에 결혼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에 들어와 장인어른의 고향집을 물려받아 살고 있다.
대전 시내에 있는 아담한 그 한옥은 작은 대로 앞뒷마당도 있고 아주 정겹다. 손수 설계해서 리모델링했다.
부인은 지난 5년간 로마니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정부공인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지난 여름에 귀국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집에서 쉬고 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에는 시집도 한 권 냈다.

Uncle George, 대학에서 그의 전공은 지질학, 알라스카 유니버시티에서 석사, 1969 월남전에 대위로 참전, 그 뒤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에서 지구화학(Geochemistry) Ph.D. 취득.
오래 전에 남서울대학교에서 KAIST로 자리를 옮겨 영어를 3년간 가르쳤던 그는 여전히 그곳에서 기계공학디자인을 교수하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디자인'을 부단히 요구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는 자신의 라이카 컬렉션을 실증으로 해서, 하나의 '디자인'이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그것이 사진에 있어서 어떤 돌파구(Breakthroughs)를 만들어 주었는지를 펼쳐보이고 있다.
어째서 가끔 그가 바르낙 가운데 이 모델이 가장 예쁘다가 아니라 이 몸체에는 나사가 몇 개 보이고, 또 그 위치가 모델에 따라 이리이리 다르다고 말하는지 처음에는 나도 이해를 잘 못했었다.
그에게 있어 라이카란 단순히 사진 찍는 도구나 장비가 아니라 기계공학'디자인'적인 연구요 감탄의 대상이다.
따라서 그 컬렉션은 취미라기보다 학문인 셈이다.

누가 만약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카누, 동굴탐사, 그리고 등산!
재작년에 그는 카이스트로부터 군산까지 서해안을, 작년 여름에는 대구에서 부산까지 카누를 타기도 하였으며
한국동굴탐사협회와 함께 동북해안 동굴탐사에 몰입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등산을 아주 즐기고 있다.(그리고 굳이 취미라고 내세우지는 않지만 12현 기타 솜씨는 깜짝 놀랄 만하다.)
이러한 모험심, 특히 등산은 아마도, 그가 어렸을 때, 등반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리라, 라이카와함께...... !

하나 더, 강아지 삐비, 걔는 부인 영숙의 딸이다.
부인이 로마니아에 체류한 동안, 가끔은 옆 동네 친정 식구들이 돌 봐 줄 때도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올 때 걔를 방안에 혼자 가둬 놓을 수 없었기에 데리고 다닐 수 밖에 없었을 게다.

지난주 토요일 그가 반가운 얘기를 하나 했다.
드디어 스캐너(Epson 4870) 사용법을 동료교수한테서 다 배웠으니 갤러리에 사진 포스팅도 곧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문제는 자신의 비밀번호를 잊어 버린 것.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우리 한글을 더듬더듬 읽기는 할 수 있지만 그 뜻은 모른다는 것이다. ^^

* Uncle George라는 애칭은 김봉섭 님이 처음 불러 줌.
* 사진은 2006. 8월 Sydney(George 옆)의 제주국제콘서트 참석 차 Duna와 함께 방한 시, 인사동에서 우연히 만난 박경삼 님이 찍음.
( M3 / 50mm Summilux / Kodax EB-2 유효기일 3년 6개월 지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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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모님의 댓글

김영모

조지 아저씨의 애마를 소개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분께.....^^*

이영욱님의 댓글

이영욱

제가 MG Rover 고친후 첫시승했습니다.. 몇년전 일이지요..
차는 1973년식, 얼마전에 엔진을 교체했더랍니다..
여분부품 한대분 가지고 있습니다..



우동균님의 댓글

우동균

박대원 선배님, 글이 참 흡입력 있습니다.
정겹고, 따뜻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조지 아저씨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재밌습니다.
괜히 '나도 공부 더 해서 학생들 가르치며 살고 싶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
즐거운 글, 감사합니다. (사진도 참 좋습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직접 뵈니 굉장히 잘 생긴 분이시더군요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젊은었을때는 여자들에게 영화배우 보다 더 인기가 좋았을듯 합니다.

제가 영어가 딸려서 사랑방에서 눈웃음만으로만 인사를 나눴어요

말로도 인사를 나누고, 대화도 할 수 있도록 영어회화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훈님의 댓글

이용훈

지금도 멋져 보이지만 젊었을 때는 영화배우 같았습니다.
정말 인형(?) 같지요?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흐응~, 아조 잘 생긴 죠지 성님(?)이었십니다.
근디 대원 선배님허고 용훈 선배님허고
누가 먼저 죠지 성님허고 친구였었남유~?????

이용훈님의 댓글

이용훈

당근 박대원 선배님과 먼저 친구였습니다.
근데 우찌우찌하다 보니 저도 친구가(?. 선배님이시지요)되어 친하게 되었습니다.

유인환님의 댓글

유인환

그 분
토요 사랑방에서 딱 두 번 뵈었는데
죠지 아저씨라고 회원님들이 애칭으로 부르곤해서
성함이 죠지인줄만 알았는데
오늘 박대원님을 비롯한 여러 회원님들께서 사진을 곁들여
글을 올리시며 설명을 해 주셔서 잘 알게 되었습니다.
박대원님의 글타래 덕분이지요 -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죠지 아저씨와 친해진 기분이 듭니다 - ^^

김대석님의 댓글

김대석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또는 삼촌과 같은 푸근함이 가득한 아저씨...
월남전 때 백마부대와 함께했던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더군요...
멋진 모습입니다... 저도 군대 시절 사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마루/이영주님의 댓글

마루/이영주

저도 먼 발치에서 한 번 뵈었습니다. 정말 멋진 분이셨습니다. 좋은 분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입니다.

신한주님의 댓글

신한주

뵌적도 없지만,

벌써 부터 짧은 영어가 걱정됩니다.

정감있는 글 감사합니다~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인용:
원 작성회원 : 신한주
뵌적도 없지만,

벌써 부터 짧은 영어가 걱정됩니다.

정감있는 글 감사합니다~


엉클 조지도 우리말이 짧기는 마찬가지랍니다.. ㅎㅎㅎ

그리고. 이분도 짧은 영어를 구사합니다.. ㅎㅎ

박성준75님의 댓글

박성준75

이분 작년에 KAIST 교환교수(?)로 계신다고해서 한번 만나뵈려고 했는데, 이메일이 리턴되어서 못 만나뵈었습니다....여기서 이렇게 뵙네요...^^ 이분의 Leica I(A)를 구경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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