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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비(一悲), 일희(一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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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엄창호
  • 작성일 : 11-01-08 02:01

본문

지난 아침, 마누라가 한 소리합니다.
"자기(쑥스럽지만 아직 우리는 이런 호칭을 씁니다) 사진 실력은 왜 이렇게 안 늘어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한 상태에서
"내가 그렇지 뭐..." 하고 얼버무립니다. 그러고는 혼자 속상해 죽습니다. 안그래도, 필름 몇 롤을 써도 '이거다'할 만한 사진 하나 찾지 못해 한숨만 쉬는데, 마누라마저 이리 비꼬니 속상할 수밖에요. 당장 마누라에게 달려가 '사진에 대해 알고나 얘기하는 거야?' 하고 따지고 싶지만, 그 말이 틀리지 않으니 속으로만 식식댑니다.
시간이 지난 만큼 분이 잦아듭니다. 마누라의 말과, 그런 말을 하게 된 상황이 이해될 듯합니다.
필름 한 롤 찍으면, 필름 값에 스캔비 인화비하면 만원을 우습게 넘어갑니다. 게다가 라클에 접속하면 새벽 한 시, 두 시는 우습게 넘기고 컴퓨터에 붙어 지냅니다. 그만큼 했으면 볼 만한 사진이라도 쑥쑥 뽑내야 할 텐데... 저는 제가 보기에도 어쭙지 않는 사진이나 뽑아냅니다. 그러니 마누라에게서 그런 소리가 불쑥 튀어나왔겠지요.
이런 현실, 상황을 인정해야 함을 뼈아프게 느꼈던 것이 일비(一悲)입니다.

비애는 생각을 낳고 또 낳습니다. '<라클>에는 뭐하러 들어가지고....'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디지털이지만 나는 필름의 감성을 누린다' 하고 자부심(?)을 지녔던 내 자신도 정말 우습게 느껴집니다.

다시 시간이 좀더 흐르고, 저는 생각을 돌리려고 애씁니다. '그래, 이제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의 번뇌는 지나친 욕심 때문이지....
라클에 접속합니다. 전날 올렸던 사진 찾아봅니다. 추천 세 분, 댓글 하나. 눈이 번쩍 뜨입니다. 당장 마누라를 불러 확인시키고 싶습니다.(그때 마누라는 직장에 가 있었습니다)
"봐라, 세 사람이나 '추천' 누르지 않았나. 댓글도 하나 있다."
임규형님의 사진도 보여주면서, "이런 사진 찍는 사람이 댓글까지 달아주는데... 내 사진 실력이 어떻다고?" 이렇게 얘기도 하고 싶어집니다.
물론 저의 마누라는 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사진 잘 찍었다는 한 마디도 없구만..."
마누라의 반응이야 어떻든 이것이 어제의 일희(一喜)였습니다.
추천 0

댓글목록

강동용님의 댓글

강동용

님의 글을 읽고 당장 님의 사진을 추적하였습니다.
생일이라는 제목의 사진 ....
너무너무 느낌이 좋았습니다.
느낌은 바로 영혼의 언어임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느낌의 사진 잘 보았습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강동용
님의 글을 읽고 당장 님의 사진을 추적하였습니다.
생일이라는 제목의 사진 ....
너무너무 느낌이 좋았습니다.
느낌은 바로 영혼의 언어임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느낌의 사진 잘 보았습니다.


과하신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딴에는 웃자고 쓴 글인데, 다시 읽어보니 별로 웃기지 않군요. 그래도 <라클> 회원분들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라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실실 미소짓게 하는 글이네요.. 유머러스한 글을 쓰는 법을 아시는 분이군요.. ^^
유머의 ABC 를 아신다고 해야하나요? ㅎㅎ

그게 뭐냐구요? 흠.. 나중에 만나뵙게 되면 알려드리지요.. ^^
(힌트: 겸손과 연관되어있답니다..)

네.. 온라인 상에서 친해지려면, 글을 자주 올리셔야합니다. 사진 포스팅만으로는 관계 향상이 어렵지요?

아푸로도 많은 글 기대해보겠습니다.. ^^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무리없이 적어나간 이야기 아주 재밋고 흐뭇한 마음으로 읽고 몇 마디 씁니다.
저 나이 환갑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 라클에 가입한지 어언 5년 째 접어 듭니다.
첨 나도 엄창호님처럼 사진 올려봤자 댓글 하나, 추천 하나 있을까 말까, 그 정도 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자기만족에 사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하다 보면 댓글도 여럿, 추천도 여럿 줄렁줄렁 달리게 됩니다.
사진을 잘 찍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만큼 교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 가입하신 모든 분들 나름대로 사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계십니다.
첨에는 좀 서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속된 말로 진사(도를 닦아 도사가 되듯이
사진에 도가 트이면 진사가 됨.^^(나의 주장임))가 됩니다.
첨부터 욕심 부린다고 하여 다 되는 것은 아니니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시면
진사 위의 진진사도 될 수 있으니 자기 만족을 가지고 노력해 보세요.
날마다 즐겁습니다. ㅎㅎ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읽다가 허거덕 했어요.

저는 라클에서 활동한지가 벌써 8년이 됐네요.
일하는 시간이 밤이고 주말에는 제일 바빠서 아직껏 오프 모임에는 거의 참여를 못한답니다.
지금껏 오프에 나가본 것이 다 해서 다섯번 정도 되네요. 정기 모임엔 한 번 나갔구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사진을 올리며 제가 느꼈던 공허감을 말씀드리려구요~~
사진에 댓글, 추천이 없어서 처음엔 그것이 제 사진의 형편 없음이라고 생각하다가
나중엔 오프 모임에 나가지 않아서 일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모종의 유대감이 있으면 아무래도 댓글이나 추천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유대감이 없는 것이 사진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작용을 해주면서
그것이 제게 더 좋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어떻든, 앞으로도 댓글 추천에는 정도 이상으로는 신경쓰지 마세요.
그것에 신경쓰면 자신이 찍고자 하는 사진을 못할 수 있어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하게 된다는 얘기지요.

그저 꾸준히 올리시고 스스로의 발전을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오프 모임에 참석하셔서 더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시고
찍을 때의 생각이나 의도를 들려주시면 보다 많은 도움도, 공감도 함께 얻으실 수 있겠지요?

라클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올려 봅니다.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저는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사진 밑에 숫자가 ....앞숫자는 추천수/ 뒷숫자는 댓글수 임을....

제 생각에는 추천수보다 댓글수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되더군요

자신의 사진과 글을 누군가 읽어보고 의견, 격려 등 기타 글을 댓글 달아준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판기 두들기는 실력이 크게 뛰어나지 않은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한자한자 워딩해서 격려의 글을 쓰주시는 정성은 너무나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그렇다고 자만심에 빠지면 큰일 나겠지요)

각설하고, 자기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을 꾸준히 찍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내공이 많이 쌓여 가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걸음마 단계인데 너무 거창한 말을 하는 것 같아 죄송하구요

즐거운 사진 , 즐기는 사진이 되시길 바랍니다.

우동균님의 댓글

우동균

저는 다른 얘기를..

필름으로 가족의 사진을 한장 한장 찍다가 모아서 사진첩으로 만든 후
깜짝 선물로 주시면, 깜짝 놀라시며 사진 취미를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 ^

가족들이 사진 취미를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김_민수님의 댓글

김_민수

바쁘실텐데도, 밤늦게까지 라클에 접속하고 사진에 애착을 가지고 계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열정이 있으신거지요.
저는 필름 한 롤에 맘에 드는 사진 한장만 나오는 실력이라도 그렇게만 나온다면 계속 사진 찍고
싶습니다. 누가 뭐래두요..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그렇게 조건을 붙이고 싶지도 않구요.
좋아하니 줄창 계속합니다.^^ 더 잘하고 싶은건 언제나 있구요.
가족분들에게 좋은 사진 감상하는 눈을 업그레이드하라고 주문해야죠^^

저도 일전에 친구가 사진이 왜 맨날 그모양이냐고 핀잔 준적이 있었는데,
그 기분 이해할 것 같습니다. ^^
올해 그 열정 꾸준히 보여주세요~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저하고 같은 생각을 하시네요
처음 몇 년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수백마원어치 바디와 렌즈로 이게 뭐하는 짓이고 사진이 이게 뭐냐
하지만 제 자신을 기계과 장비계로 자리매김하니까 이젠 편안합니다
언젠가는 한장의 사진이 저를 기쁘게 해주겠죠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글 재미나게 잘 쓰셨습니다. ^ ^ 여러번 읽게 되네요.
우선 가족들의 칭찬을 들으시려면 뽀샤시하게 나오는 summar를 권합니다.
지나치게 소프트해서 인물사진용 렌즈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 ^
제 주변 사람들은 선명하게 잘 나오면서도 얼굴은 화장 한 듯이 세월을 잊게 해주고 주름살은 없애주는 특별한 사진기를 기대하곤합니다. ^ ^;;
다행히 딸아이가 '아빠다운 사진'이라고 격려해주어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이용훈님의 댓글

이용훈

저도 라클 가입한지 5~6년정도 되지요.
아마도 맣은 라클회원들께서 같은 갈등(?)을 갖고 계실지 모릅니다.
해도해도 마음에 드는 사진업고 사진 올리기해도 자신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찍으시고 사진 올리시고 교류하시고 그러면 어느날 만족하시겁니다.

유인환님의 댓글

유인환

라클 갤러리에 올린 사진에 댓글 달리길 바라고
추천 받기 위해 올리는 건 아니지요.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댓글 없으면 어떻습니까 ?
추천 없으면 어떻습니까?
그런 것 없다고 해서 엄창호님의 사진이 저평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라클 회원들 가운데 ( 제 생각에 ) 정말 사진 잘 찍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정도 실력 가진 경지에 도달 하는게 어느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라클 회원님들 " 각자 자기 사진 찍으며, 각자 자기 길 가고 있는 " 분들입니다.

신 정식님의 댓글

신 정식

ㅋㅋㅋ...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부인께서 그리 하시는 것 정도는 저는 엄청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며 즐기는 버릇이 자연스레 생기더군요...
재미있게 글을 읽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동네 여러분들이 다 지내오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더욱 즐거운 그리고 질긴 사진생활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아이쿠, 하루 종일 고민입니다. 어떻게 수습해야 될지....
낮에 바쁜 중에 잠깐 들어와 보니 여러 선배님들이 댓글을 달아 주셨더군요. 한편으로는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알량한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일을 계기로 사진 생활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운 의욕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재식님의 댓글

임재식

솔직한 글입니다. 이런 글을 올리기가 그리 쉽진 않을텐데.. 잘 보았습니다.
저의 생각은.. 편히 즐기세요.. 찍는 것도 즐기고 카메라 들고 다니는 것도 즐기고.
저에게 사진은 사춘기시절처럼 지금도 나만의 세계속에 머무는 공간입니다.
그것만으로 행복합니다.

곽성해님의 댓글

곽성해

회원님의 솔직한 표현이시기에 그리고 저 포함 여기 회원분들이
과거 또는 지금 한번쯤 고민하고 있을법한 이야기이기에
가슴에 와 닿고 훈훈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제 경험을 하나 더하자면...
나름 자신있게 포스팅한 사진은 반응이 없고 그냥 올린(죄송합니다) 사진은 격한(? ㅋㅋ) 반응을
보여주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사진 보는 눈마저 없구나 하고 좌절했습니다.

다른 회원님들 말씀처럼 이 부문을 신경 안쓰실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진이라고
주장하시면서 천천히 즐기세요.

이곳에 엄청나신 사진의 지존들이 많이 계시지만 분명한건
"엄창호님 사진"을 담을 수 있는 분은 엄창호님밖에 없습니다.

즐거운 사진생활 하세요....

김용준님의 댓글

김용준

인용:
원 작성회원 : 곽성해
나름 자신있게 포스팅한 사진은 반응이 없고 그냥 올린(죄송합니다) 사진은 격한(? ㅋㅋ) 반응을 보여주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사진 보는 눈마저 없구나 하고 좌절했습니다.


곽선배님의 경우와 똑 같은 현상에 의아해 하는 1인 추가 합니다.^^*

라이카클럽 겔러리에 사진 올린지 몇 해가 지나고 항상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댓글,추천수( 0/0 )일 때 느끼는 좌절감은 누구나 똑같답니다.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태인님의 댓글

이태인

용돈받아쓰는 세상의 모든 가장들이 비싼 취미하면서 가장 눈치보이는 사람이 바로 집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가장 인정받고 싶은 사람도 이 곳 회원님들이 아닌 아내일테지요.
틈틈히 가족을 위한 사진들을 담아보세요~
그리하면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않는 든든한 후원자(바로 아내...)가 생기게 될겁니다.
그때가 오면 이 곳에서의 추천/댓글 정도는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추천 ,댓글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들 많이 계신줄로 압니다..
그런거에 신경쓰지 마시라..라는 조언주시는 분도 많군요.. ^^

근데요..

저는 워낙 속물인지라..

추천에 목숨 겁니다... ㅋㅋ

(참고로, 댓글에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히히.)

저요.. 추천 많이 받기 위해서... 열씨미 사진 찍고 고민하고 그러고 삽니다...
저같은 분들이 다 속물이겠는가마는..
저 같은 사람 많을 겁니다.. 말을 대놓고 안해서 그렇지... ^^
뭐 그게 어떻습니까? 흉 잡힐 일인가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단 하나 주의할 점은.. 에헴..

사진에는 여러 장르가 있고, 사람들마다 취향 다 다르고..
다른 장르의 사진을 잘 볼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국장 싫어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볼 수 없지 않겠습니까?
캐비어 좋아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볼 수 없겠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진만 사진이 아니라는 점에만 주의하시면 될 겁니다.

누드 사진 좋아서 열씨미 심혈을 기울여 올렸다 치면
여기서 반응이 냉랭할 수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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