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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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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박삼정
  • 작성일 : 11-01-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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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년 2월 일본 국회의 예산심의 위원회 회의실에서 질문에 나선 공명당의 오쿠보의원이 난데 없이 뭔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대정부 질문중에 일어난 돌연한 행동에 멈칫했던 장관들과 의원들은 낭독이 계속되자
그것이 한 편의 동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야기가 반쯤 진행되자 좌석의 여기저기에서는 눈물을 훌쩍이며 손수건을 꺼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끝날 무렵에는 온통 울음바다를 이루고 말았다.
정책이고 이념이고 파벌이고 모든 것을 다 초월한 숙연한 순간이었다.
장관이건 방청객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편을 가를것 없이 모두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국회를 울리고, 거리를 울리고, 학교를 울리고 결국은 나라 전체를 울린 '눈물의 피리'가 바로 ‘우동 한 그릇’ 이란 동화다.

감격에 굶주렸던 현대인에게 우동 한 그릇은 참으로 오랜만에 감동연습을 시켜준 셈이다.
"울지않고 배겨낼 수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라"고 일본 경제신문이 추천한 이 작품은 결국 전 일본일을 울리게 하였다.

다 큰 어른을 울린 눈물의 동화!
1억 2천만의 눈물!!
일본에서 1987년 5월 이 동화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별로 화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원래 이 이야기는 동화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구릿고노 가이’ 라는 구전동화모임의 통신 판매망과 강연장의 직판 형태로 보급되어 왔기 때문에 몇몇 동호인 사이에서나 알려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1988년말 FM 도쿄 제작의 연말 프로 ‘가는 해 오는 해’에서 이 동화가 전문 낭독되고, 《산케이 신문》의 사회면 머릿기사로 알려지면서부터 뒤늦게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는 질문대에 오른 공명당 의원 한 사람(오쿠보 나오히고)이 15분가량 이 <한 그릇 메밀국수>를 낭독하여 시끄럽던 장내가 숙연해지면서, 이윽고 각료석에 앉아 있던 총무처 장관이 눈물을 흘리는 뜨거운 장면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드디어 이 동화는 구리 료헤이 작품집 속에 수록되어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기 시작,
일약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게 되고,
《주간 문춘》이 ‘편집부원도 울었다’ 는 선전 문구를 달고 전문을 게재했다.
그러자 전 일본열도가 눈물로 침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이야기를 읽고 울지 않고 배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전차 속에서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됩니다.’ 혹은 ‘정말 울지 않고 견딜 수 있는지 한 번 시험해 보십시오’
라는 말들이 신문 잡지에 쏟아져 나오게 되고, ‘
나도 울었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작가, 예술인들을 비롯 일본의 저명인사들이 총동원되어 눈물 흘리기 콘테스트 특집이 등장하기도 했다.

활자만이 아니라 후지 텔레비전 같은 방송국에서는 이 동화를 무려 닷새 동안이나 낭독자를 달리해 가면서 되풀이 방송, 그것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우는 모습을 실황 중계하기도 했다.
게스트로 나온 연예인들의 우는 얼굴을 비롯하여 시내의 각 초등학교와 사친회를 찾아다니며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눈물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공개했다. 일본인들이 잘 쓰는 말로 하자면 ‘1억 총 눈물’ 의 바다가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감동에서 끝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경시청에서는 이 <한 그릇 메밀국수>를 복사하여 일선 수사관들에게 배포했다.
피의자를 신문할 때 우선 이 동화를 읽혀 눈물을 흘리게 하고, 마음이 순수해진 그 순간을 틈타서 자백을 시키라는 지시문이 하달 될 정도 였다고 한다.

저도 이 글을 새해 연휴마다 읽고는 스스로를 겸손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혼자읽기가 너무 아까워서 가까운 지인들께도 돌렸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이를 존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주는 용기가
나중에는 큰 성공으로 보답한다는 간단한 내용의 동화가이지만,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라클회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내 건강과 하시는 일마다 크게 성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 삼정올림.
추천 0

댓글목록

오승주님의 댓글

오승주

저도 옮겨 올리신 글 '우동.., ' 예전 읽은 적이 있었고요, 그야말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일본의 정치 관행이 파벌과 세습정치라 별 배울게 없다고 평소 깊이감 없이 알고 있엇는데, 박삼정님의

후기 글을 보니 일본의 의회는 우리네 의회의 의원나으리들 보다 훨씬 자질이 나아보이는군요. 부러움

도 느낍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고요., ^^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이 후기는 우리같은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지만
누구보다도 꼭 읽어 봐야 할 부류는 국회의원들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유인환님의 댓글

유인환

인용:
원 작성회원 : 강정태
이 후기는 우리같은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지만
누구보다도 꼭 읽어 봐야 할 부류는 국회의원들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똑 같은 생각 입니다.

한 성민님의 댓글

한 성민

좋은 글을 읽고 감동받는 일에는
때와 장소에 대한 구분을 지어선 안된다는 것이군요..

하지만 순수한 글이 본래 가진 의미를 좋은 의미건, 나쁜의미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정치인 몇명이 변해 봤자 얼마나 갈까요..

좋은 글이 많이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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