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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Gibson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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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10-11-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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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의 11월은 '사진의 달'입니다.
시내 곳곳에서 사진관련 전시가 열리고, 생제르망 데프레와 대통령궁 옆 상젤리제 끌레망소 갤러리 거리와
파리 매그넘 갤러리, 브레송 갤러리, dadaism의 발생지인 파리 몽파르나스 주변 등에서 수많은 사진전이 열립니다.

그제와 어제 모처럼 날씨가 개였고, 부드러운 가을 빛과 파스텔 톤의 하늘 구름이 만들어져
새벽부터 오후 늦도록 120 필름 꽤 많이 소모시켰습니다. 오래 기다렸던 빛이라 거의 미쳤더랬습니다.
다리가 꼬이고 허리가 아파서 촬영 중단했습니다.

어제는 오전 7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 촬영하고, 생제르망 데 프레 갤러리 골목으로 갔습니다.
거기 파리 예술학교 옆에 랄프 깁슨(Ralph Gibson)이 전속으로 있는 갤러리가 있고,
랄프 깁슨의 근작과 대표작 전시가 열리고 있어 찾아 갔습니다.

깁슨은 제가 10년 전에 뉴욕에 갔을 때 소호에 있는 갤러리에서 오리지날 프린트를 보고 그의 사진집을 샀습니다.
깁슨은 흑백 톤과 콘트라스트가 매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그의 아래 사진 한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요.



이 사진 25번째 마지막 에디션이 파리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격은...4500euro.
오리지날 프린트인데, 꼼꼼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사지는 못하고 마음 속에 확실하게 담으려구요.

분석한 바로는, 감도 400 필름을 사용한 것 같았구요, 콘트라스트를 인위적으로 높이면서도
중간 계조 이상 하이라이트의 톤을 조금 가라앉혔더군요. 무광지에 아날로그 프린트를 했는데
마치 디지탈 프린팅처럼 부드럽더군요.

얘네들 오리지날 네가는 아주 어베일러브하게 만들어내는데, 인화는 정말 다르게 뽑아냅니다.
포토샵에서 사용되는 기법을 손으로 암실에서 다 해냅니다. 이 사진도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 졌겠지요.

제가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끌렸던 이유는, 이 여인이 어린 시절 데미안에서 알게 된 후로
평생 내 꿈의 연인이 된 데미안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로 내게 보여졌습니다.
아마 깁슨의 연인이겠죠. 전 이 여인 때문에 깁슨을 부러워합니다. 예전엔 깁슨의 사진도
무척이나 부러워했지만 이젠 아닙니다. 그건 깁슨 거구, 내겐 내 것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아무리 초라하고 보잘 것 없어도 내 스타일, 내 모습을 그대로 닮은, 내 마음이 원하는 이미지가 내겐 최고의 사진이죠.
나만 그런가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죠. 아마추어던 프로던...

사진을 찍어놓고 일순 환호성을 지르면서 남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요,
시간이 좀 지나서 그 사진이 초라한 것이라고 자각하고 고민하는 것도 그것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저처럼 말 붙이기 좋아하는, 그러나 말재주 없는, 드럽게 날카로운 사람이 제 딴에는
도와주려고 말 붙였는데, 사진 찍은 분이 발끈하는 것은 그 사진이 그 자신이기 때문이죠.
곧 그 사람의 자존심, 존재 가치라는 것이죠. 이래서 말 걸기가, 도와주려고 하는 말일지라도
칭찬이 아닌 말은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걸 알면서 하는 이유는 그래야 동기부여가 되고,
분발하여 발전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하루 운동 가는 날입니다.
여기서 배운 골프. 골프를 배우면서 성질 정말 많이 죽였습니다.
핸디 싱글이 목표였는데, 4년된 지금 18타에서 머물렀습니다.
더 이상 연습도 안합니다. 그냥 이대로 갑니다. 실수를 즐기고 싶어서죠^^

실수가 있는 삶, 그리고 그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즐기는 삶을 살고 싶거던요.
사진도 그런 사진에 정이 갑니다. 여기 저기 덕지덕지 서툴지만 열정이 넘쳐나는 사진.
그런 사진이 테크닉만 뛰어난 사진보다, 마음에 감정도 못느끼고 폼만 잡은 매끄러운 사진보다,
아니 랄프 깁슨의 완벽한 사진보다 정이 더 갑니다.

라클에 열정이 덕지 덕지 묻어나는 그런 사진이 많아 좋습니다.^^
(*열정은 고뇌를 수반한 에너지 방출이죠. 나처럼 마구 돌아다니며 막샷을 누르는 셔터 병과 혼돈하시면 안됩니다^^)
추천 0

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사색에 잠기게 하는 글 감사드립니다.

선배님 말씀 들으며 안도합니다...^ ^


사진에 대한 지식, 기술이 모두 부족하지만

사진을 향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늘 보면서 꿈꿉니다.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랄프 깁슨의 사진보다 그 연인의 작품보다 선배님의

삶과 열정이 보이는 온화한 글이 더 저의 맘에 다가옴니다!

우리나이되면 운동만이 살길이라고 봄니다!

운동많이 하셔야 건강한 사진도 생산되지않을까 합니다!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선배님 화이팅!!!!!!!!!!!!!!!

신 정식님의 댓글

신 정식

제 막눈에 랄프 깁슨은 여전히 정체 모를 인물입니다만
선배님께서 늘 보여주시는 글과 사진으로 더욱 큰 즐거움을 얻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멋진 글 더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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