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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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유인환
- 작성일 : 10-11-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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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의 풍경과 비슷해 보이는 지방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최근 개발 붐에 따라 번듯하게 새집을 지어 놓은 곳이 아닌 동네만 골라서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세멘트 기와로 얹은 낡은 기와집들,
그 골목속에 나즈막한 높이로 나란히 이어져 붙어 있는 낡은 나무 대문들,
그리고 그 대문 기둥에 붙어 있는 오래된 문패나 편지함 등을
주로 즐겨 찍어 왔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어느 마을에서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느라고 셔터를 누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거야 ? 하는 생각과 함께 머리 속이 멍 - 해지며
그동안 주제로 삼아온 대상들에 대한 흥미가 일순간에 가버리는 걸 경험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에 왜 그런 생각이 저의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 - -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치 길을 앓고 서있는 어린아이처럼
앞으로 뭘 해야 할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네거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어린이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 - -
물론 세월이 지나면 또 다시 예전 주제로 되돌아가게 될른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건 제가 주로 찍는 대상이 바뀌게 되는 순간이 다가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뭘 어떻게 해야 할른지도 모르겠고 - - -
회원님들 중에는 이런 순간을 경험하신분이 안계신지요?
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이미 생각속에서는 변화의 기미가 있었던 듯 합니다.
아마도 지나치면서 앗제-케르테즈-브레송으로 이어지는 생활다큐로 분류되는 스냅을 보며 신선함을 느꼈다던지? 등등...
누구에게나 변화는 찾아옵니다.
그렇다고 지난 모든 것을 잃거나 내 몰수도 없는 일입니다.
열정이 있으시니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 유인환님 다운 사진을 만들기위해 또 다시 출발하시면 됩니다.
브레송옹의 사진집이나 엘리엇 어윗의 스냅같은 사진집들을 한번 살펴보시지요.
라이카클럽의 겔러리도 좋습니다.
미국에서는 작은 골목길도 없어 여기저기 방황하는 제게는 골목길마져도 아쉬운 처지입니다만....
유인환님의 댓글

강웅천 선배님,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위 말씀에서 언급해 주신
앗제, 어윗 같은 대가들의 사진은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절벽 같은 사진들이지요.
그런데 - -
아마도 약간의(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우리 집사람 조차도 제가 찍는 사진을 인정해 주지 않는 편이거든요 -
다시 일어서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알고 노력하겟습니다.
감사합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카메라가 없을 때 보게 된 인상적인 사물들, 다음에 와서 찍어봐야지 하다가 잊고 지내고, 그러다 문득 생각나 찾아가 보면 아예 없어져 버려 마냥 아쉬웠던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무조건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감동이 없으면 찍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이 가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은 찍어두면 필름값 이상의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사진관에서 꺼내본 것이 후회될 정도로 부끄러운 사진 중에도, 찢어버리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뒤늦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도 있더군요.
유인환님이 올려놓으신 사진들 다 좋더군요. 이런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 사진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렵게 됩니다.
유인환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엄창호
카메라가 없을 때 보게 된 인상적인 사물들, 다음에 와서 찍어봐야지 하다가 잊고 지내고, 그러다 문득 생각나 찾아가 보면 아예 없어져 버려 마냥 아쉬웠던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무조건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감동이 없으면 찍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이 가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은 찍어두면 필름값 이상의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사진관에서 꺼내본 것이 후회될 정도로 부끄러운 사진 중에도, 찢어버리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뒤늦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도 있더군요. 유인환님이 올려놓으신 사진들 다 좋더군요. 이런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 사진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렵게 됩니다. |
사진 몇장 올리지도 못했는데 - - - 제가 많이 부끄러워 지는 말씀을 하셨네요.
그래도 엄창호님의 위 말씀을 읽고나니 다시 용기가 생깁니다.
감동이 없으면 찍지도 말아야 한다 는 말씀이 바로 맞는 것 같습니다.
창작적 감성이라는 건 노력으로 얻어지는게 아니라
누구처럼 타고나야만 된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져 갑니다.
그게 제겐 없거나 아주 모자란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힘들어서
그 생각이 저를 종종 좌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곤 합니다.
진인구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유인환
.
창작적 감성이라는 건 노력으로 얻어지는게 아니라 누구처럼 타고나야만 된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져 갑니다. 그게 제겐 없거나 아주 모자란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힘들어서 그 생각이 저를 종종 좌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곤 합니다. |
그 생각은, 바로 사진을 예술창작활동이나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군요..
피아노를 배워서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취미로 배워서 즐겁게 피아노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고요..
같은 사진이라해도, 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다큐멘터리라든가 포토저널리즘도 있습니다.
창작적 감성이 부족하다고, 피아노도 치지말고, 그림도 그리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겠죠? ㅎㅎ
감성이 부족하면, 기술이라도 연마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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