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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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강웅천
- 작성일 : 10-09-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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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가올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와 지난날의 상처를 잊기 위해 몰두할만한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상처가 많아 여기저기 새겨진 흔적들이 그냥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되어
그냥 스쳐지나갈 것을 억지로 붙잡아 곁에 두고 싶었던 것은 동정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부식의 흔적과 상처들이 아파보여 반창고로 덕지덕지 붙여 흉함을 가려보고자 했는데 이렇게 가려놓고보니 더 처량해보입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M4는 가장 완성도 높은 바디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MP가 출시되면서 서서히 그만의 장점(황동 상판의 신형)이 묻혀 M4는 어중간하게 M들의 틈에서 예전만한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M4 마니아들은 M4에 대한 애정과 아낌없는 찬사를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내세워보라고 하면 특별히 증명해 보여줄만한 것은 없습니다.
빠를 필름 장전을 위한 Rapid loading system이 그렇고, 바쁜 프로들을 위한 빠른 필름 리와인딩 시스템이 그렇고, 바쁘게 필름 한통을 소모해도 오른손 엄지 손가락끝에 느껴지던 은근한 스트레스 대신에 부드럽게 착 감기는 어드밴스 레버의 조작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라이카 M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훼손하였다는 불평으로 성능을 위해 진보가 오히려 감성을 헤친 결과가 되어 아쉬움이 되었다는 평을 듣습니다.
이것은 M6의 보급으로 M4만의 특별함이 아닌 것이 되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M4는 여전히 저에게 최고의 바디입니다.
부드러운 기어들의 맞물림의 끝에 잠깐의 압력이 느껴지면 와인딩의 끝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면서 곧바로 턱하고 와인딩이 완료됩니다.
공학적으로 움직이면서 손가락에 부담없이 잡혀지는 레버는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적당한 텐션을 유지한채 부드럽게 감기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몇번 이 레버가 M3의 그것보다 못한 듯 해서 바꿔보려고 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상하게 균형이 틀어지면서 맞지가 않아 M4는 M4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원래의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확실히 M4는 이전의 바디들보다 편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스풀에 필름을 끼우고 좌우를 맞춰가며 필름을 장착하는 것은 틀림없이 라이카의 멋과 맛일테지만,
바쁜 상황에서는 M4의 Rapid loading system이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습니다.
한손에 밑판을 빼서들고도 별 어려움 없이 필름을 쑥, 그리고 빨리 넣을 수 있다는 점은 틀림없이 굉장한 변화이고 발전인데도 라이카 쓰면서 뭐 그렇게 빨리 해야 할 필요가 있겠는냐는 올드 바디 매니아들의 여유로움이 진보를 무색케합니다.
라이카를 처음 접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더블 스트록이었습니다.
필름을 보다 천천히 진행시켜 필름을 보호케 한다는 장인 정신이 무척이나 흐뭇하고 좋았습니다.
이후 필름의 발전으로 와인딩에 두번의 스트록이 필요치않고 빠른 와인딩을 위해 라이카는 더블 스트록의 매력을 버리고 편리한 싱글 스트록을 택했지만 이것은 당연한 진보로 받아들여졌고, 또다른 라이카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리와인딩 놉의 변화는 라이카의 외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서 분명히 빠른 리와인딩을 가능케해서 프로들이나 상업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매리트가 되었지만,
라이카 유저들에게는 라이카만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데 대한 상실감이 상당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리와인딩 놉도 그래 흉한 것은 아니어서 한편으로는 완벽하리만치 훌륭한 각도와 쌀짝 기울어져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빠르게 리와인딩을 가능케 한 것이 볼 수록 기가 막힙니다.
아래 사진처럼 리와인딩 놉은 라이카의 또 다른 대표적 상징이 되어 라이카 하면 떠오르게 되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M4의 뷰 파인더 시스템은 기존의 방식에서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M6의 뷰 파인더와 비슷해 보이는데, 출시가 비교적 오래지 않아서의 이유이겠지만 비교적 M4의 뷰 파인더들은 이전의 바디들에 비해 손상이 적었습니다.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M3의 뷰 파인더를 따를 수 없겠지만 M4의 뷰 파인더는 매우 밝고 선명한 이중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추가된 화각들은 M4를 좀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M3가 약 230000 대, M2가 약 85000대에 비해 다소 적은 약 65000대 정도만 생산 되었을 뿐만아니라
35mm를 제공하고, 빠른 Rapid loading system의 도입으로 프로들에게 유용한 까닭에
실용기로 사용된 경우가 많아서 깨끗하게 잘 보존된 바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주관적인 것일지 모르지만,
잘 조절된 M4의 부드러움은 M4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적당히 텐션이 유지되면서도 저항없이 스르륵하며 감기는 맛은 M4에서만 만나게 되니 이는 나만의 자가 당착일지라도 M4를 버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또한 15와 30의 셔터 스피드가 주는 셔터 느낌은 정말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M4의 셔터 소리는 조금 특이해서 작게 '삐~용'하고 소리가 납니다.
언젠가 이 문제로 수리실에 문의하니 오버홀이 잘된 바디들에서 흔히 날 수 있는 소리라기에 그런줄 알고 쓰고 있는데, 다른 바디들에서는 아직 들어보지 못해 이역시 나만의 위안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도 와인딩의 부드러움과 같은 느낌을 받게되는데 이 역시 바디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M4의 셔터 느낌은 차분하고 정숙해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 적당함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 없습니다.
가끔은 야외에서 셔터를 눌렀다는 느낌을 채 알아차리기도전에 셔터가 눌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실내에서의 셔터 소리에 대한 체감과 야외에서의 셔터 소리에 대한 기준은 달라져서 차라리 지나치게 정숙한 것 보다는 적당한 텐션과 맑고 선명한 셔터음이 더욱 좋아지는 이유가 된 것이지요.
결국 빠른 Rapid loading system, 그리고 부드러운 완성도가 M4의 매력이다라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적고 말았습니다.
상처 투성이의 M4를 싸매어 덕지덕지 반창고를 붙여 더욱 흉하게 만들어 놓고,
상처보다는 M4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M4의 매력에 대한 자가당착이라고 이해 바랍니다. ^ ^
댓글목록
이재유님의 댓글

예전에 M4P가 있었는제 지금 부산으로 가신 모회원님이 가지고 계시지요~ 정말 단단하고 느낌이 좋아서 언젠가는 M4를 한대 구해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가지고 있는 M3에 별로 불만을 못느껴서 꼭 구입할필요를 못느끼고 있습니다만(거의 대부분 50mm만 사용하는것도 이유이지요)
하여간 언젠가 꼭 자기고 싶습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아이쿵.ㅎㅎㅎ
이런것도 모르고 , 걍 끌려서 M4를 찾으니 쉽지 않군요.
샾에서조차 보이질 않구요.
M4의 매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듯...어떻게라도 구해봐야겠군요.
좋은글 , 감사합니다.^*^
강인상님의 댓글

M4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형님의 마음이 글의 곳곳에 묻어나 읽는 내내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집니다. ^ ^
얼마전 M6 밀레니엄을 구입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제 메인은 M3이지요. ^ ^
왜 그런지는 제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지만,
딱히 그 이유를 꼽으라면 저도 이렇게 글을 써야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생각해보면서 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M4.
저도 써보고 싶어지는걸요. ㅎ
심회갑님의 댓글

라이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일까요...
많은 라이카 카메라중에서 유독 자신과 맞는 Body가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박스풀 신품 카메라를 사본적이 없읍니다
수십대의 카메라가 있지만 전부 남의 손을 거쳐서 저한테 왔더군요.
그런 상처투성이의 카메라를 닦아주고 쓸어주면서 정성을다해 사랑해주면
더욱더 애착이 갑니다 신품카메라는 도저히 출사할 엄두가 나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것은 마치 부모가 조금 부족한 자식에게 더 정성을 쏱는거나 같겠지요...
우동균님의 댓글

하나의 바디에 대해서 이토록 많은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큽니다.
전 저의 바디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은 상태입니다. 밤에 잠들기 전, 바디를 꺼내들고
이리저리 닦아 주면서 흐뭇해하는 요즘, 제 바디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여러가지 M 중에서 나에게 맞는 바디가 있다라는 생각은 왠지 모르는 두근거림으로 다가옵니다.
바디를 자주 바꿔볼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떤 바디일까 한 번쯤은 사용해보고 싶구나..라는
신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성이 담긴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김형배님의 댓글

M 바디의 완성작 이라고 평가받았다고 하는 M4..
저도 작년에 오버홀을 마치고 곱게 페인트로 단장한 M4를 한 대 구했습니다.
그 부드러운 작동감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셔터감도 M3 에 비해서 오히려 더 정숙한 듯 합니다.
M4 바디가 M3 에 비해서 그 아름다운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언급하신대로 래피드 로딩의 그 편리함과 35밀리 화각이 지원된다는 사실은,
M4의 큰 장점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M2-KS15 나 M2R 도 있었군요.. ^^;
지금도 고운 자태로 장식장에 모셔져 있습니다.
이런 저런 바디들에 우선 순위가 밀려서
가끔 공셔터 정도 작동해 보고 있는 정도인데,
강웅천님의 M4를 보고나니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모름지기 바디는 사진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것을 말입니다..
이 글을 보고나니,
이번 주말에 M4 바람이나 한 번 쐬어 주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좋은 글 올려주시는 것들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리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