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아프리카에서 차량 등록하기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영하
  • 작성일 : 10-06-17 05:23

본문

드디어 차량을 구입하고, Brakpan 시내의 Traffic Department에 등록을 하러 갔습니다.
교통국은 오전 9시에 업무를 시작하지만, 제가 도착한 8시 20분에 이미 3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이윽고 10시 가까이가 되어서야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직원은 경찰서에서 거주증명을 받아와야 한다고 엉뚱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럴 때, 보통 지폐 몇 장을 서류에 넣어주면 쉽게 통과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서 구경도 할 겸, 거주증명을 받으러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경찰서에서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쉽게 거주증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1시가 되어서야 Traffic Department에 와서 담당직원과 다시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가지고 간 거주증명 서류는 한번 훑어보고 다시 내주었습니다.
결국 필요한 서류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곳에서 번호표를 받아 다시 기다립니다.
제 번호는 292번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한 시간을 기다려 12시가 되니 제 번호를 부릅니다.
과연 이번에는 등록이 될 것인가... 기대 반, 의심 반...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제 서류를 가지고 들어간 두 번째 직원은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30분 이상을 꾸물거리다가 다시 나와, 이번에는 Vehicle clearance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구입한 자동차가 절도차량인지, 엔진이나 다른 부품들이 교체된 것은 아닌지.. 검사를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자동차 매매상에서 구입을 했기에 모든 서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Benoni라는 도시로 30분 동안 차를 몰고 가서 자동차 검사소에서 점검을 받습니다.
검사관은 자동차 엔진이나 기타 부분은 대충 살펴보고, 자동차 매트를 계속 들춰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초초’를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초초’는 이곳 속어로 뇌물이라고 합니다.
보통 자동차 매트 밑에 ‘초초’를 넣어두면 검사관은 해당 차량을 무사통과시켜줍니다.
하지만 ‘초초’가 없이도 자동차는 정상이었기에 결국 Vehicle clearance까지 받아서 다시 Traffic Department로 돌아왔습니다.
아침 점심도 못 먹고 벌써 2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제 50명도 넘어 보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공무원들은 모두가 흑인들이었고, 기다리는 동안 화를 내고 욕하면서 억울해 하는 백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흑인정권교체 이후, 주요 공직에 흑인들이 배정되면서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백인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인종차별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소심한 복수에 해당되겠지요.
드디어 제 차례가 다시 되었고, 이번에는 모든 서류가 통과되었습니다.
주 업무가 타이핑인 해당 직원의 타자 속도는?
두 개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한 개의 손가락보다도 느린 속도로, 차량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합니다.
전체 공무원들에게 기본 타자교육만 시켜도 이 나라의 국가경쟁력은 몇 배나 향상될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차량등록에 필요한 비용은 82랜드, 한국 돈으로 14,000원 정도입니다.
한국보다 매우 저렴한 등록비가 그나마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렇게 해서 97년식 아우디 A4 1.8 모델이 드디어 제 차가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진을 빼고 5시가 되어 집에 돌아왔지만, 오늘 목표를 이루어 기뻤습니다.
하루 만에 일이 진행된 것은 이곳에서는 대단히 빨리 처리되는 것에 속합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자동차가 없는 동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에게 필요한 겸허와 인내에 대해서도 많은 느낌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차를 사용하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등록보다 더욱 긴 보험 등록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

이곳에 온지 3개월 만에 라이카클럽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삶의 속도가 현저하게 다른 이곳에 가장 잘 어울릴 카메라가 라이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집에 두고 온 라이카가 많이 그립네요.-,.-;
추천 0

댓글목록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길고 긴 인내의 과정속에서 인격은 '純金'같이 아름답고 고상하게 성숙(성장)된다고 합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도 형통하시길 소망합니다.

군산에서 함께 출사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프리카는 너무 멀어서 힘들겠지요.
라이카가 아니더라도 좋은 사진을 많이 가지고 귀국하시길...

장은수님의 댓글

장은수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건강하시고 좋은 사진 많이 보여주세요~

이재유님의 댓글

이재유

듣기 어려운 아프리카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참 기다리는것... 인내가 필요한곳이군요. 건강하시구요. 벌써 아프리카의 사진들이 궁금해 집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한국은 삶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비정상인 것 같고
아프리카는 너무 느려서 비정상인 것 같네요 ^^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어려운 여건에서 잘 이겨내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 ^
대부분의 수속이나 과정이 미국과 비슷해 보입니다.
미국에서도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어느덧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프리카라고 하시니 부럽습니다.
곧 주변 풍경들도 올려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전 운전하시길....

홍경표님의 댓글

홍경표

아프리카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 주시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아프리카에서 한동안 살아보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아프리카이야기 자주 들려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신 정식님의 댓글

신 정식

너무나도 실감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다림의 수련이 필요한데군요... 저 처럼 성미가 급해서야...

최성규님의 댓글

최성규

먼 곳에서 잘 지내시는지요? 올려주신 글, 한잔의 차와 함께 천천히 잘 읽었습니다.

송석호님의 댓글

송석호

몇번 반복되는...

'한국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나의 일상을 생각해보게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아프리카사진들 기다리겠습니다.^^

하희상님의 댓글

하희상

삶의 속도가 다르니 가끔은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이진규@울산님의 댓글

이진규@울산

머릿 속에 쵸쵸를 찾는 검사원을 그려 봤습니다
쳅 없잖아.....
ㅎㅎ 고생하셨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