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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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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10-04-18 07:06

본문

'사진놀이'가 즐겁지 않다.

나만 잘 살고,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지, 힘 없는 나 한사람 고민한다고 해서
혼란스러운 나라가 편안해질 리가 없지 않나? 하고 애 써 합리화시켜보지만
마음이 무겁고, 뒷 골이 땡긴다.

젊어서 공모전에 집착할 때,
농번기 때 시골로 공모전 사진을 찍으로 가곤 했었다.
소를 재촉하며 밭을 갈고 있는 농부를 모델로 도시 한량들이 우루루 둘러서서
사진을 찍었다. '에허~~ 이 추한 늙은이 사진 찍어 뭐하능교? 이럇~!! 어허~~가자 가자!'

'망할 놈의 시상~ 평생 농사지은 땅을 내놓고 나가라니? 허어~~ 어디가서 사노 이제?'
새참으로 가져 온 국수와 짠지로 막걸리 한 사발 하시더니 한숨이 늘어지셨다.
댐 공사한다고, 4대나 살아 온 고향이 수장된다고 걱정이 많으셨다.

60 넘어 70이 되어가는데, 자식들은 도시로 다 떠나고 늙은이 부부만 남아
손바닥만한 땅 부쳐먹고 근근히 살았는데, 이마져 내던져버리고 평생 떠나본 적 없는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우찌살라느냐고, 깊은 주름 골 깊히 근심이 가득하셨다.
이때 이후로 공모전에서 벗어났지만, 그것만으로는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질리 없었다.

'예술 좋아하네! 지 좋아서 한량처럼 돌아다니며 폼 잡으려고 하는 짓!' 아니가?
휴일이면 어김없이 새벽에 사진기 가방을 메고 도망치듯 나가는 내게 쏴붙이는 마눌의 독설.
말도 안되는 작품 사진 찍는다고 딸 아이 이쁜 사진 변변하게 못 찍어 준 아빠.

요즘 들어 예전의 회한이 다시 솟구친다.
.................................................. .................................................. .................................

오늘 파리 동쪽에 있는 벼룩시장에 갔다. 구두끈이 떨어져서 혹시 쓸만한 가죽 끈이 없을까 해서
떨어진 구두끈을 호주머니에 넣고 갔다.

파리 동쪽 몽토이 벼룩시장은 다른 곳과 달리 파는 상품들이 거의 쓰레기 같다.
우리 나라 아파트 이사가면서 버리는 물건들이 외려 더 깨끗하고 쓸만할 것이다.
물건을 파는 인종들도 가난한 이방인들이 대부분이다.
연변 조선족, 불법 체류한 동유럽 사람들, 아랍계, 집시들...

구두끈을 어렵사리 사고, 온 김에 구경한답시고 난장판을 이리 저리 인파에 쓸려다니다가
도로 옆 찻길 경계석에 부숴진 자동사진기, 줄도 없고 가지도 않는 고장난 시계,
낡아 비틀어진 구두, 허름한 옷 등등 몇 가지를 펼쳐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4학년 쯤 되보이는 집시 소녀를 보았다.
혹 지나가는 손님이 자기 물건에 눈길이라도 주는 듯하면 눈빛을 반짝이며
팔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참 치열했다.

이네들은 몇 백원, 몇 천원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이러고 있다. 경찰에게 쫒겨다니며...
이들에게는 편안한 잠자리, 맛 있는 음식, 따뜻한 옷,,,,이런 것들조차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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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머니스트가 아니다. 예술이라고 사진을 하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한량의 휴희처럼 취미로 즐길 뿐이다.

내 사진이 이름난 사진가의 사진과 뭐가 달라? 라는 오만으로
갤러리에 들고 가서 팔아달라고 맡겨보았자 어쩌다가 한 점 팔릴까?

뭐가 달라!! 이만하면 한 장 몇 백만원에 팔리는 그 사람 사진보다 더 낳잖아요?
아무리 잘난 척 해봐야, 사진 속에 내 오만과 어리섞음과 만용이 다 들어나있다.
내 사진 속에 헛된 짓의 증거가 다 들어있다.

오늘은 부끄러움을 강하게 느낀 날이다.
내가 찍었던 모든 사진이 그 꼬마 집시소녀가 치열하게 팔려고 애쓰는
쓰레기같은 상품들보다도 가치가 없음을 알고, 사진기 쳐다보는 것 조차 두려워졌다.

'사진을 찍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사진을 찍게 될 때까지
사진기를 외면해야 할 것 같다.

살아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참 골치아파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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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_민수님의 댓글

김_민수

왜 사진을...이라는 명제가 가끔씩 불쑥 불쑥 올라오곤 합니다.

카메라를 바꾸어 보다가도 들고, 집에서 혼자 무의미한 사진을 찍다가도 그런 생각이 들구요.

물론 밖으로 나가서 많은 대상들을 겪어보지 않은 미숙한 처지로서 진지한 고민을

해본 적도 없구요.

선배님의 고민은 또다시 후배들 중 누군가가 해보게될 고민이 아닌가 합니다.

언젠가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 에세이 집을 본 적이 있는데요, 가난한 이들을 찍고다니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따님의 독설이야기가 나왔더랬습니다. 최민식 선생님또한 사진 행위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오래동안 고민하신 흔적이 보입니다.


사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로서는 이쁜 카메라와 잘 매치되는 렌즈를 이야기하고 어떤

카메라가 좋고하는 논의와는 차원이 다른 치열한 작업이 사진행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분들이 말하시는 카메라는 자신의 눈이며 신체의 일부라고 말하시더군요.

내가 곧 카메라이며 렌즈이고 내가 곧 사진이라고 말이죠.

사진을 통해서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겠지요.

하지만 인연이 닿아 세상을 담고하는 행위자체도 어쩌면 한 인간이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

살아왔다는 일종의 증명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할까요.

아직 깨달음이 부족한 저로서는 언젠가 선배님의 고민이 제게도 올 날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 혼자 중얼거리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구요...

이상무i님의 댓글

이상무i

아직도 선배님보다 연배가 일천한 저로서는
선배님의 삶을 다 공감하거나 이해할 만한
위치가 아니기에 이렇게 글을 올리는 자체가
어쩌면 주제넘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선배님과 같은 분들의 고민과
또한 구도자적인 삶이 있었기에
오늘날 또 이 삶을 동경하고 따르는
후배들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때로는 선배님들의 시행착오조차도
후배인 저희들에게는 길잡이가 되기에
참 귀하고 의미있는 자취라고 여겨집니다.

과거보다 더 진일보된 지금의 시점에서
선배님들의 모든 삶을 다 헤아릴 수 없듯이
선배님의 과거의 삶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귀한 선배님의 역사일 것입니다.

때로는 아쉽고 후회스러워도
그런 과거의 삶이 있기에 현재가 있고,
또한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겸손함으로 현재를 사시는
선배님과 같은 분들에게 머리가 숙여집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많이 죄송한 표현이고
또한 이선생님의 형편과 처지를 잘 알지도 못하옵니다만,
사진 때문에 파리에 계신 것만으로도 부럽습니다.

고가에 팔리지 않고
세인의 높은 평가가 없는 사진이라도,
작품 하나 하나가 '내 새끼' 같이 귀하다고 생각하며 자위할 때가 많습니다.

머나먼 나라에서 항상 건강하시고,
보석같은 꿈을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구도자'님은 예술가가 맞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구도자님이나 저나 똑같은 사진애호가인데요..
사진취미로 하는 사람이
죽기살기로 찍어야 한다면 그게 취미가 아니겠지요..

구도자님은 분명 예술가임이 맞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는 것일 뿐이구요..
예술가의 고민, 맞습니다..

구도자님의 말씀에 경의를 표합니다.

김경섭님의 댓글

김경섭

글상부에는 누구나 같았다고 봐야 하겠지요, 마눌몰래 거금투자,촬영갈때 바가지,촬영하고 보면 별루,그래도 또가는 정성 벽장속 한구석에 엄청난 필림꾸러미 내가 죽으면 자식들 뭐라하고 버리겠지,
내겐 소중한 필림, 자식들에겐 쓰레기 ,

최승원님의 댓글

최승원

아...정말 치열하게 사시는군요.
젊은 제가 참 부끄러워집니다.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외려 이 글을 읽으니 선배님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네요.
전 스스로 열정을 느껴본 적도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공모전은 정말 생각조차 해본적도 없었구요.
그저 습관 처럼 찍고 또 찍었을 뿐...

어제 지난 10년 전 까지의 사진을 정리해볼 시간이 있었는데,
잘 찍지도 못했던 그동안에도 이따금 열에 들떠 사진상의 기법을 적용해 보거나,
이런 시도는 신선하지 않을까 하며 찍었던 사진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다가오더라구요.
외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찍은 사진들이 훨 좋아 보이더라구요.

저는 그냥 저의 사진을 앞으로도 하겠지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찍는 그런 사진, 열정이라고 하기엔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생활이라 끊을 수 없는 그런 사진이요.

선배님의 열정이 제겐 외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적어봅니다.

심성보님의 댓글

심성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찬찬히 두번을 읽어 봄니다.

잠시나마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군요...!

일일이 표현하지않아도 선생님의 글을읽는 저가 부끄럽기 짝이없습니다.

예술가의 애환스런 글이 표현되어있지만 동시에 보석처럼 빛나는 이선생님의

작품이 앵두나무에 열매가 열리듯이 드디어 결실을 보실때가 되었나 보다하고 생각해 봄니다!!!

화가 렘브란트의 일대기가 갑자기 생각나는군요....화이팅 하입시더 이선생님~~~~~!!!!!!!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항상 앞서가는 이선생님의 사고앞에 고개가 절로 떨궈 집니다.
나는 그저 그런 오만이라도 가져 볼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자신이 있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쓰레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ㅎㅎ.
좋은 글 감명깊게 읽고 갑니다.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난 이일이 너무좋아>의 서재근학형에게 한번 물어봐야지....너무좋아?

이현우114님의 댓글

이현우114

편하고 고민 없고 삶에 고통이 없는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다라는 '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은 예술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현동님의 댓글

신현동

이치환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니 예술가의 열정이 묻어나는데요, 힘내세요!
저처럼 열정없는 녀석이 들고 있는 라이카야 말로 쓰레기 이겠지요.
의미깊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장은수님의 댓글

장은수

그냥 사진을 보는것이 좋고 찍는것이 좋아서 하는것 뿐인데
주변사람들은 거창한 뭔가를 해야 하는것으로만 보더군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감사합니다...

유인환님의 댓글

유인환

예전에 우리가 중,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카메라는
장롱 속에 곱게 모셔 두며 지내다가,
필요할 때에는 아버지만 꺼내서 만질 수 있었던, 그래서
재산 목록에 올라가는 귀한 물건이 었습니다.
그러나 디카가 나온 이후
이제는 어딜가나 젊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거리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세월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사진 인구가 늘었다는 좋은 의미도 있겠습니다만,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을 너무 쉽게 생각하며
아무데서나 그리고 아무렇게나 셔터만 누르면 사진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치환 회원님의 글을 읽고나니
" 한량의 휴희처럼 취미로 즐길 뿐" 이라고 하시면서
사진에 대한 열정과 집착, 그리고 고뇌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위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저는
사진을 단순한 취미로 생각하며 내가 즐기는 영상을 만들어 나혼자 즐긴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 - -
그리고, 세상사를 너무 치열하게 고민하는 성격이 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사진을 찍는 다는 일에 관하여 이치환 회원님과 같이 그런 고민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사진 작업에 대하여 제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관념을
조금은 바꾸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이안님의 댓글

전이안

선생님의 글을 잃고 사진 뿐만 아니라 직업에서의 저의 사고도 생각해 봅니다.
많은 생각이 머리 속에서 맴도네요... 부끄럽군요
엉뚱한데 미쳐도 보고 오만했던 마음들도 불편해지고..
확고한 신념으로 즐길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야겠어요
감명 깊은글 감사합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저의 부끄러운 고백 글이 다시 들춰졌군요.
제가 6개월 이상 사진을 안찍고 살아보니 사진 외에 몰입할 수 있는 다른 일이 필요해지더군요.
파리 시내에서 사진 전시회 포스타를 볼 때마다 손가락이 정말 근질거렸습니다. 그러나 참았죠.
그 동안 먼지만 쌓인 책에 먼지를 열심히 털었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몰입할 수 없는 게 사진인데, 전 아직 덜 미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태 사진기 들고 폼만 잡고 다녔고요.

취미 사진은 결국, '자기 만족' '자기 감동'이 목적이군요.
그래서 스스로 감동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내 안에 선명하게 그려진 그 이미지를 위해) 다시 사진기를 든거죠.

그나마 잘하는 게 이것 밖에 없으니...
이 것에라도 몰입해야 사는 것 같아요.

댓글로 마음을 보여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
사진으로 행복한 삶 만드시기 바랍니다.

최순호님의 댓글

최순호

두세번 읽다가 보면서 .......자연스레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문득 제 사진생활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박희철님의 댓글

박희철

저도 30여년을 흘쩍 넘기는 사진생활을 해왔는데...

공감이 갑니다...

한 성민님의 댓글

한 성민

전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다가 사진을 배우게 됐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한 장을 만들어내기위해
끝없이 방황하고 찾아야 하는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고민이 많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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