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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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장충기
- 작성일 : 10-03-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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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기가 없는지는 잘 모른다.
아마도 너무 흔하거나, 뒤에 출시된 제품보다 성능이나 디자인이 떨어져서...등등의 이유????
다른 메이커 제품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이지만, 라이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제품치고는 값도 저렴하다.
그런데 장터에 내 놓아도 들여다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일부는 더 낮은 가격에 팔리고, 일부는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매물을 거두어 버린다.
그러나 낮아진 가격으로 거래 된 것이 그대로 시세가 되어 버리고, 거두어 들인 매물은 결국 낮아진 시세로 다시 시장에 나온다.
저 평가의 악순환이다.
인기있는 라이카 렌즈들이 있다.
왜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다.
이런 제품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장터에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간다.
그러면서 장터에서 물건이 귀해지고, 가격은 더 오른다.
그리고 결국에는 일반 사용자들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올라 버린다.
이제는 그렇게 오른 가격에는 아무도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가끔 매물을 내놓은 사람은 가격을 낮추느니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여 매물을 거두어 버린다.
매물은 없고 시세만 존재한다.
고평가의 악순환이다.
75미리 즈미룩스를 잠깐 소유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 버전으로 좋은 가격에 구매를 하였고, 약간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방출을 하였다.
렌즈 자체의 성능은 참 좋았지만 RF에서는 너무 사용하기 어려운 렌즈였다.
개방에서는 녹티보다도 더 초점 맞추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라이카에서 즈미룩스를 단종시키면서 ASPH 즈미크론이 등장하였고, 즈미룩스의 가격이 뛰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예전의 2배 가격으로도 쉽게 구하기 어려운 몸이 되어 버렸다.
녹티의 가격도 라이카의 가격인상에 발 맞추어 구형까지 덩달아 가격이 올라 버렸다.
7~8년 전 쯤에는 깨끗한 M6와 중고 녹티의 가격이 비슷하였다.
심지어 상당한 희귀품으로 알고 있는 캐나다산의 1.2 버전도 가격이 다소 높기는 했지만 지금같지는 않았다.
사실 즈미룩스와 녹티의 가격 차이도 별로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M6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녹티는 몹시 귀하신 몸이 되었다.
한번 쯤 경험하여 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구매하는 것도 모험이겠지만, 얼마나 수업료를 지불해야 되팔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운이 없으면 평범한 라이카 렌즈 한개 값에 버금가는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요즈음 녹티가 자주 시장에 보인다.
몇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용해 보니 요술방방이가 아니더라는 각성이 있었을 수도 있고,
가격 올랐을 때 팔아치우자 라는 실용파도 있을 것이고,
덜컥 구매는 했지만, 허리가 휘어지는 고통에 수업료를 지불하더라도 원래대로 돌리고 싶은 분도 계실 것이고...
그래도 여전히 비싸지만...
그저 그런 제품들이 있다.
똑 같은 라이카 제품이지만 특별히 인기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이런 제품들은 장터에 나오면 대개는 하루 이틀 사이에 주인을 찾아 팔려 나간다.
하지만 딱히 제품을 목마르게 찾는 사람은 없다.
신품이야 어차피 라이카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지만 중고 제품은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다.
가격이 싼 제품은 싼 이유가 있을 것이고,
가격이 비싼 제품은 또 그 나름대로 비싸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것이 좋을 것이다.
어쨋든 한번쯤 구해서 사용해 볼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것 이다.
사람들이 굳이 제품을 팔려고 내 놓지 않을테니까.
싸도 걱정...
비싸도 걱정...
라이카의 천대 받는 렌즈들과 귀하신 몸들의 성능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능 만을 보고 렌즈를 선택한다면 니콘이나 캐논이 할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쨋든, 여기서 이야기하는 성능이라는 것을 라이카다운 표현이라고 정의하여 생각하여 본다면...
예를 들어, 녹티를 선택하는 분들이 단지 회오리 보케만을 보고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보케는 특정한 피사체에 대하여 특정한 조리개 조건과 거리 조건이 맞게되면 굳이 녹티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비슷한 표현이 가능한 것 이며 또한 그러한 보케가 항상 사진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만도 아니다.
또한 셔터 스피드의 확보에도 전혀 목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삼각대라는 값싸고 훌륭한 대용을 생각한다면 그런 이유는 진짜 이유의 1%도 되지 않을 것 이다.
사실 녹티를 선택하는 이유는 조리개 값 1.0에서 다른 렌즈가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것... 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조라개 값 1.0 이 아무 렌즈나 가지고 있는 특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녹티는 무조건 1.0 조리개라는 공식이 아니라면 1.0이라는 조리개 값에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반대로, 천대받는 렌즈의 하나인 50미리 즈마리트의 성능은 어떨까?
역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역시도 라이카 렌즈 라는 것 이다.
무겁다는 점을 제외하면 굳이 ASPH 즈미룩스가 필요할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라이카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좋은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구형 렌즈들이 내 눈에는 훨씬 더 이쁘고 라이카다워 보인다. 단점이 있다면 튼실한 설계 때문에 조금 무겁다는 것 정도...
여전히 신품이 공급되고 있는 90미리 즈마리트는 어떨까?
중고 M렌즈 중에 가장 인기없는 제품의 하나이지만, 작고 컴팩트 하면서, 50미리 즈미크론과 함께 라이카의 레퍼런스 렌즈로 평가 될만큼 성능도 좋아서 75미리 즈미룩스 못지 않게 훌륭한 사진을 뽑아 준다.
사실 비싼 제품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여 사진이 더 잘나오는 것도 아니다.
녹티 가격이 비싸졌다고, 가격이 쌀 때보다 사진이 더 잘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그럴거라는 환상에 점점 더 깊이 빠져 들게 만들 뿐이지.
언제쯤이나 장비에 신경 안 쓰고 사진에만 몰두할 수 있을까?
사진 찍을 시간이 없으니 장터나 들여다 보면서 허전함을 달래는데, 요즈음 하도 장비 가격이 비싸져서 한번 투덜거려 보았습니다.
댓글목록
강정태님의 댓글

항상 라이카 렌즈의 가격과 인식에 대해서 불만이 있던 저의 속 마음을
시원하게 쓸어주시고 가시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
홍건영님의 댓글

제가 한 3년 전에 5천만원이 있었다면 그 때 28크론, 녹티, 35룩스 두 장 짜리, 35룩스 한 장 짜리, R 신형 렌즈들을 잔뜩 샀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 억대 부자가 되어 있겠지요? ^^
강웅천님의 댓글

맘 아프게 쓰신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렌즈 하나만 진득하게 오래 사용하면 사실 어떤 렌즈든지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더군요.
말씀처럼 인기가 있는 렌즈들은 만능이기 보다는 다른 렌즈가 가지지 못한 그 렌즈만의 특징 한두가지 때문일 수 있고,
오랜세월 평가 받은 렌즈의 성능 일 수 있습니다.
현재 생산 렌즈들은 분명 과거의 렌즈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지만, 1세대 렌즈에 쏟아놓은 라이카의 정성과 만듬새들에 반해 올드 렌즈만 고집하다보니 부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비싼 라이카 렌즈들을 보면서 '포도원의 포도는 시다'는 이유로 멀리하는 분들도 계실터...
그나마 값싼 렌즈 몇이 있어서 사용해 볼 수 있으니 다행은 아니겠는지요!!!
현재혁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어떤 렌즈로 찍는가 보단 어떤 사람이 사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박경복님의 댓글

저렴한 렌즈 서너개로 버티고 있는데, 많은 위로가 됩니다.
이현구님의 댓글

좋은 내용, 정말 공감가는 말씀을 잘 읽었습니다.
노현석님의 댓글

공감가는 것이 많은 글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진자체에 집중하는데에 드는 시간은 대체로 공평하다고......
시간마저 가격변동?!이 있다면 문제가 더 복잡하겠는데요.ㅎㅎㅎ
이선용님의 댓글

사진이라는 취미가 은근히 외관도 보는 취미기 때문에..ㅎㅎ;;
장재민님의 댓글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바디는 둘째로 하고 사실 렌즈에서의 500만원의 차이는
맞는 필름을 쓰고 현상을 잘 하는 것으로도 쉽게 뛰어
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명품, 희귀렌즈를 찾는 것을 좀 다른 차원 같습니다.
그래서 회원을 만날땐 비싼 렌즈을 끼우고 나가고
좋은 촬영 일정이 있으면 손쉽고 믿음직한 렌즈에
손이 먼저갑니다.
안민우님의 댓글

지금도 summicron 과 summilux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1人..
과연 summilux가 두 배의 가격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충기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장재민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바디는 둘째로 하고 사실 렌즈에서의 500만원의 차이는 맞는 필름을 쓰고 현상을 잘 하는 것으로도 쉽게 뛰어 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명품, 희귀렌즈를 찾는 것을 좀 다른 차원 같습니다. 그래서 회원을 만날땐 비싼 렌즈을 끼우고 나가고 좋은 촬영 일정이 있으면 손쉽고 믿음직한 렌즈에 손이 먼저갑니다. |
명품, 희귀 렌즈를 찾는 손길은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나쯤 소장하고 있다면 굳이 들고 나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소유하고 있다는 기쁨도 있을 수 있겠지요.
요새는 무소유가 대세이기 한데... ^^;;;
이상무i님의 댓글

니콘 카메라를 20년 가까이 사용을 하다가
이제는 라이카에 관심이 생겨서 이곳까지 왔는데
어디나 같은 고민들이 있는 것 같네요.
카메라는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장훈각님의 댓글

1년 전 글을 저는 이제야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취지와 조금 다른 맥락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진 찍는 것만이 중요했다면 라이카를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손창익님의 댓글

좋은 렌즈라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렌즈가 아닐런지요
사진을 보고 니콘렌즈냐? 라이카렌즈냐? 조차 구별하기가 어려운데, 주미룩스인지? 엘마인지? 주미크론?
인지를 어찌 구별하겠습니까?
그러나 찍은 사람은 찍은 렌즈가 비싼렌즈임을 알기에 그 사진은 물리적으로는 가장 멋진 사진이라는
자기 만족감에 흐뭇해 하리라 생각됩니다.
시장이란게 수요공급 법칙도 존재하고, 자기만족성도 존재하기에....좋다고 소문나면 더 좋아지고 /
나쁘다고 소문나면 더 나빠지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라이카렌즈중 고가의 이름난 렌즈는 얼마나 좋은 렌즈인지는 확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절대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판단된니다.
장세준님의 댓글

라이카 유저들의 평소 생각을 기가막히게 정리하신 듯 합니다.
이미 라이카를 손에 쥐었다면,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갖추었다 생각합니다.
아울러 로망도 어느정도는 채워졌다 봅니다.
문제는 일정수준의 욕심을 넘을 것인가 안분지족 할 것인가일 것입니다.
저는 안분지족에 서 있습니다. 카메라 두대에 랜즈 35MM, 50MM 한개씩 물려 놓았습니다.
위를 보자니 끝이 없을 것 같아 포기한 셈이지요
좋은 사진 만들기는 스스로의 몫이라 여기며 자위합니다.
오늘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저의 처지와 소신을 다시 한번 굳힙니다.
거듭, 좋은 글 잘 읽었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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