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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삶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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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10-03-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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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온 지 벌써 6년이나 되었군요.
3년 동안은 여기 19세기의 사회 시스템에 적응이 안되어서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습니다.

이들의 느려터진 반응(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려도 지 할 일 다하고마는...),
거스름 돈 속임(영수증과 거스름 돈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늘 당함),
지랄같은 A/S(구입한 날 이상 발견해도 바꾸는데 빨라야 일주일 정도 후에나...ㅋㅋ),
의도적으로 실수하고도 '아~ 실수! 미안~ 헤헤' 이러는 뻔뻔함,,,등등등
정말 그 동안 속이 터질뻔 했습니다.

여기 와서 3여년 전에 뿌죠607로 투어를 했는데, 어느날 한국에서 여행오신
가족을 태우고 여행가는 날 오도바이가 차 뒤를 들이 받아 깊은 상처를 냈습니다.
난 속 상했지만 일 하는 중이고 시간이 없어서 쓰러진 오도바이 운전자와 오도바이를
길 옆으로 옮기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그때 여행 오신 분이, '아니 왜 그냥 가시죠?
이 차 꽤 비싼 차로 아는데, 범퍼 갈려면 돈이 꽤 들텐데요?' 하시며 으아해 하셨죠.

'먼 길 오셔서 즐거운 여행하시는데 이런 시비로 시간 낭비하고 분위기 망치면 안되잖아요?'라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죽일 놈 살릴 놈'하며 정말 속 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집 앞에 세워 둔 흰색 아우디 A6 깔끔한 놈의 앞 범퍼를 어느 쒜이가
깊게 긁어놓은 걸 발견했습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바꾸지 않으면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났는데도
이상하게 전 처럼 분노는 안생기더군요. '길 바닥에 세워 놓으면 다 이런거지 뭐~' 이러고 맙니다.

6년쯤 되니까 이제서야 이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 나를 발견합니다.
줄 서서 지루하게 기다리면서도 태연하고, 들어가서는 안되는 일방 통행 길도 얘네들처럼
기어들어가고, 얄미운 슈퍼 점원에겐 그 동안 긁어모아둔 동전 한 주먹 들고 가서
꼼꼼히 천천히 계산하면서, 뒤 줄 선 사람들 모른척하고,

마음에 안들어도 '쉬빼흐!! 트레비앙!!(대단해 너무 좋아!!)' 호들갑 떨고,
신호위반으로 경찰에게 걸리면 '파리 온 지 5일되었네요, 함 봐죠용~ 헤헤^^' 이렇게 넘어가고,
일주일 동안 머리 안감고 꼬질 꼬질 돌아다니며 냄새 핑핑 날리며 지하철 타도 전혀 미안하지 않고,

출입 금지된 곳도 그냥 들어가고, 걸리면 '어? 그래요? 불어를 몰라서리...케케' 이러고 말고,
이렇게 사니 이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선인의 말, 딱! 맞는 말이군요.

라클 꼰대들(이크 누구 누구 정말 화내시겠다...ㅋㅋ)께선 이런 날 보고 '미쳤군!' 하시겠지만
무디어진 감정이 좋 을 수도 있습니다. 감정이 지나치면 감성도 품성도 망가질 수도 있고요...

파리 요즘 드디어 봄날입니다. 라클 모든 님들 늘 쾌활한 삶 영위하세요~!
청명한 날 아침에 외출 시간 기다리며...긁적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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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ㅎㅎㅎ....이선생님께서 평생 그동네에서 사실건지요?

언제가 귀국하시면 다시 적응하는데 6년걸리겠네요....!

한국적응기간 6년동안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수도 있겠는데요?.....^^

한국인으로 적응기간에는 안만나야지!

인도여행중 인디아은행에서 환전할려면 사람 돌아삠니다...기차 연착이 두세시간은 보통이구요!

멕시코가면 식당말고는 대부분 철창문을 허가받고 들어가야합니다....ㅎㅎㅎ

그리스 여름철에 은행가면 여자은행원이 비키니같은걸 입고

담배피우고 놀면서도 업무빨리 안해줌니다....전혀 이해불가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00불짜리 달러주고 소액달러로 환전안해 줌니다..무조건 페소로주고요.

브라질공항에서는 자국화폐는 안받아주고 외화만 사용됨니다....도둑노무시끼들...^^

그라고예~~~~ 저는 아직 꼰태가 아님을 분명하게 말씀드림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저 꼰데, 아주 재밋게 읽으면서 울나라 존나라를 백번 외쳤십니다. ㅋㅋ
근데요, 꼰데면서 꼰데 아니라고 허는 사람은 저그 프랑스로 보내야 허는 것 아닌감유~??? ㅋㅋ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인용:
원 작성회원 : 강정태
저 꼰데, 아주 재밋게 읽으면서 울나라 존나라를 백번 외쳤십니다. ㅋㅋ
근데요, 꼰데면서 꼰데 아니라고 허는 사람은 저그 프랑스로 보내야 허는 것 아닌감유~??? ㅋㅋ

네 맞습니다. 프랑스로 귀양 와야합니다...ㅋㅋ
근데 정태님은 십대구요, 현갑님은 음....한 삼십대?...그러니까...음...꼰댄가?
앗! 후다닥!!=3=3=3=3=3=3

*울 나라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감병희님의 댓글

감병희

저도 인디애나 밥을 먹은지 7년이 넘어갑니다.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바친 동네라서 그런지 가치관마져 이분들이랑 비슷해 진것 같습니다 ^^;

처음 오시는 유학생이나 박사과정분들이 "여기는 심심해요" 라는 말씀을 하실때마다 열심히 중서부의 느긋함과 여유를 설명하며 숨겨진 좋은 음식점이나 멋진 공원들을 소개할때마다 알듯모를 기분좋음을 느낀답니다.

사실 여기도 사람사는 동네라서 잘 찾아보면 장점도 많은 동네거든요 ^^;

길가에서 사슴이 뛰어들어도 "아, 예네들 짝짓기철인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새빨간 픽업트럭에 샷건을 든 아저씨가 옆에 주차해도 무섭기보단 농담을 건내게되고,
몸이 아플때는 미역국보단 치킨누들수프가 더 땡깁니다 ^^;

타지생활이 편할리 있겠습니까만, 즐겁게 지내시는 이치환 선생님 모습을 보며 많이 웃고 갑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꼰대 입장에서는 자주 안 바뀌고, 느린 게 좋습니다.
한국은 자기 살던 동네도 오랫만에 가면 찾기 힘들 지경입니다.

한국은 젊은 분들이 주도하는 나라라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나라이고
어떤 나라는 꼰대들이 주도하는 나라라 100년이 지나도 길에 박힌 돌 하나 안 변하는 나라이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을 잘 하나 봅니다.
24시라는 미국 첩보 시리즈에 5년 쉬고 나온 컴퓨터 전문가가 변한 시스템에 적응을 못해
밀리는 걸 보고
한국이 IT시대에 물 만난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서양 꼰대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대에 적응 할려면 애 먹을 겁니다.

한국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세계에 통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장재민

선생님이 여신 글이 어찌어찌해서 해외에서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을
이방인의 낭만적모습으로 보이게 만드십니다.
한창 나이에 와서 일하고 가족을 이루고 언제 동화 되었는지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가끔 고국에 가면 모친도 미국사람 대접을 하시지만 우리 나라가
좋은 나라지요..
라클이 있어 한국 사람의 눈으로 세계 여러곳을 보아 좋습니다.
근데 조 꼰대님은 여행은 가셔도 고향 떠나면 못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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