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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Contax T3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정현
  • 작성일 : 11-05-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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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8년경이던가요, Contax T3가 처음 나왔을때가...
그때, 너무 갖고 싶어서, 한국에 들어오기도 전에 마침 일본에 갈 일이 생겨서 가서 블랙으로 사왔더랍니다.
당시에 Contax로 찍은 사진들을 이곳 라클의 현재 시스템 전의 시스템으로 운영중일 때 올리기도 했더랬죠.

그리고 잘 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이 엄청나게 궁해졌습니다.
제가 97학번인데, 저랑 비슷한 학번 분들은 아시겠지만, IMF 때문에 모든 집안들이 다 힘들때였죠.

그래서 눈물 머금고 지금은 없어진 포토콤 장터에 올려서 불과 20분만에 팔려서 나갔죠.
그때 매매 성사 가격이 아마 70만원인가 했을겁니다.

박스랑 카메라 곱게 챙겨서 나가려니 어머니가 그거 왜 박스채 들고나가냐 하시더군요.
그래서 팔려고... 라고 대답하니 나한테 팔아라... 하시네요.

얼마에 팔았냐고 물으셔서 70이라고 했더니, 나한테 60만원에 팔아라 하시네요.
뭐, 대학교 1학년인가 2학년 학생이 뭔 돈이 있다고 어머니 그냥 드릴수도 없고 어머니한테 60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카메라는 장롱카메라가 되었지요.
몇년동안이나 여러번 어머니한테 나한테 다시 되팔라고 해도 말씀을 안들으시구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10년도 더 지난 작년 말, 어머니한테 넌즈시 저한테 다시 카메라 팔라고 말씀드렸더니 팔겠다고 하시네요.
얼마 줄꺼냐고 하시기에, 원금보장해드릴테니 팔라고 했지요.

박스랑 전부 곱게 다시 제게 주시네요.



그렇게 다시 T3는 제게 돌아왔습니다.
어머니한테는 100만원인가 90만원인가 드렸죠. 디카도 하나 드리구요.
이자와 원금을 생각하니 이자를 몇번 더 드려야 할 듯 합니다.



어머니는 왜 저 카메라를 제게 사셨을까요.
사서 두롤이나 찍으셨을까...
어머니도 저 카메라가 이쁘긴 하셨나봅니다.
그래도 그래서만 산건 아닌 듯 합니다.
그때 어머니가 주신 60만원은 60장 모두가 세종대왕 얼굴이 나란히 포개진 꽤 오래 모은 돈 같았거든요.

돈없어서 점심 굶고 학교 다니는 아들이 불쌍해서 그러신 듯 합니다.
50대일때 카메라를 구입하셨건만 이젠 60대 중반이 된 어머니가 카메라와 박스랑 곱게 돌려주시는데, 왠지 가슴이 시리더군요.



카메라 파인더로 보이는 우리 어머니가 아직도 펄펄 정정하셔서 든든하네요.
연초에 태어나 처음으로 위/장 내시경 했는데 의사가 완벽하다고 했다고 자랑하시는거 생각하니 어머니는 잘 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추천 0

댓글목록

장재민님의 댓글

장재민

참 사려 깊은 어머니를 모시고 계셔서 부럽습니다.
지금 T3 가격은 둘째로 치고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참 깊으십니다.
계속 건강하셔서 장수하시길 바랍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김선근

"나한테 60만원에 팔아라 하시네요"

어머님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김_민수님의 댓글

김_민수

^^ 돈이 궁한 아들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보시는건 어머니라서 가능한 것 같네요.
저는 IMF당시에 군에있어서 집에 밥값좀 덜었지 말입니다. ^^;
주욱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게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위대하신 어머님이라고 칭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어머님이십니다!

이젠 자식의 도리만 남았네요...영원히~~~~~~!!!!!!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사려깊으신 어머니시네요 ^.^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 지혜는... 부모가 되어도 미치지 못합니다.

김승철님의 댓글

김승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군요.
훌륭하신 어머니 그리고 멋진 아드님 입니다.
더욱이,
지금 갖고 있는 T3 소중한 가족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사실,
어제... 저도 T3를 다시 구입했습니다. (박스 신동으로요)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훌륭한 어머니를 곁에 모시고 사는 김정현님
참으로 부럽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정정하신 어머니라 생각마시고 항상 신경 써 드려야 합니다.
오늘 흐뭇한 글 읽고 기분이 좋군요.^^

김정현님의 댓글

김정현

이런... 사진을 깜빡하고 올리지 않았군요... -.-;;;

다음번에 T3로 찍은 사진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댓글 남겨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기회가 된다면 세상속에서 직접 뵙고 싶습니다.

이상진님의 댓글

이상진

심려깊으신 어머님이십니다~~~!!!

김정원7님의 댓글

김정원7

읽는 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정말 심려 깊고 지혜로운 어머님이십니다.

황성태님의 댓글

황성태

몇번을 읽어보고 이제야 댓글을 남깁니다. 사연이 있는 T3인만큼 많이 아껴주시겠네요^^

이재국님의 댓글

이재국

훌륭하신 어머님을 두셨네요. 많이 사랑해 드리세요.

최봉현님의 댓글

최봉현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네요...
효도 많이하세여..

정규택님의 댓글

정규택

어머님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네요.
앞으로 t3로 어머님을 많이 찍어주셔야 할 듯....^^

앗!! 제일 중요한 어머님 사진이 빠졌네요.?
어머님 사진 한장 올려주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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