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바뀐 나의 생활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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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희경2052
- 작성일 : 10-01-23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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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과 문자만 하는 구닥다리 핸드폰, 수신만 되는 옛날 기계식 로터리전화기로 오는 전화만 받기, 몰스킨 다이어리에 볼펜으로 일기쓰기, 라이카로 찍은 필름사진 인화해 보관하기, TV는 조금만 보기 등이 올해의 생활방침입니다. 아이폰, 블로거, 디지털카메라의 시대와 역행하는 생활방식이죠.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작년 말, 고민이 있었습니다.
2002년 미니홈피부터 시작해 2009년 여름 블로그까지 약 7년간 저는 일상의 생각을 정리해 담고, 사진도 찍어 스캔해 올리는 블로거였습니다. 미니홈피, 블로그를 통해 주변지인들과 댓글로 추억을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그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나름 고민해 정리해놓은 글과 사진에 그냥 '툭' 던져놓는 댓글들에 가슴 앓이를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속의 글과 사진만으로 "저"란 인간을 규정짓고 평가하는 것도 싫고요. 무엇보다도 일상을 담다보니 아이들 사진이 노출되는데, 세상이 험악하니 불안하고 아이들도 초상권도 존중해주자라는 남편의 의견도 있었지요.
2개월간 고민하다가 미니홈피, 블로그 모두 비공개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허무하더군요. 2002년 8월부터 시작한 미니홈피, 2005년부터 시작한 블로그. 정말 치열했던 무한경쟁을 경험했던 회사생활, 남편과의 달콤했지만 살벌했던 연애이야기, '공주' 드레스 입고 마냥 행복했던 결혼식,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찼던 임신, 너무너무 힘들지만 아이만 보면 행복해지는 육아.... 7년간 저만의 역사가 담긴 그 공간을 닫고보니 실제적으로 남는 것은 하나도 없더군요. 차라리 일기장에 일기를 썼더라면, 필름을 스캔대신 인화했더라면, 그 세월과 노력이 결과물로 남아있을 것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일기장에 볼펜으로 글을 쓰고, 사진은 인화해서 보관하리라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런 생각까지 오게되자 아이폰도 시큰둥, 최신식전자제품도 시큰둥, 디카도 시큰둥... 뭐 그렇습니다. 차라리 일기장과 사진정리 잘해... 나도 아이들이 다 자랐을적에 "윤미네집"과 같은 결과물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2010년, 시대에는 뒷떨어지는 생활방식이지만, 나중에 결과를 놓고 보자면 더 보람찰 것 같습니다. 실천만 한다면요. 그렇겠죠?
댓글목록
김_민수님의 댓글

올해는 아날로그로의 회기가 되겠네요. 카메라 얘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핸드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군 제대후 대학교 복한 한 후 4학년까지 전화를 만들지 않았는데요, 친구들이 매일같이 불평을 하거나 놀림의 대상이 되어야 했습니다. 희귀종이라느니, 천연기념물이라느니..뭐 그런 식으로..
전화를 자주 집에 두고 다니곤 해서 수신을 바로 바로 못하면 사람들로부터 오해와 원성을 듣기도합니다.
정말이지 90년대 중반까지 소수를 제외하고는 핸드폰을 듣고다닌 사람이 많이 않았는데요, 핸드폰 없이
어떻게 살았나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핸드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친구와의 약속을 하더라도 5분 늦을꺼라는 용건을 전화로 하는 친구들을 보고 바로 바로 상황을 알기때문에 좋기도하지만, 의외로 불필요한 통화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요즈음엔 전화기가 사진기, 캠코더 기능도하고, 인터넷 서핑, 독서, 영화감상등을 할 수 있어서 개인용 컴퓨터화 되가고있는 시점인데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결론은 아날로그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약간의 부지런 함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그 과정이 즐거운것 같아요. 세월이 흘러 또 하나의 '윤미네집'을 기다려 봅니다.
저도 가족이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주로 필름으로 담고 싶어서
공부하고 사진 찍고있습니다.
행복한 사진 생활 하세요.
김한상님의 댓글

저도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어주는데, 3년간 라이카로 찍은 사진들을 클럽회원분들이 제 아내나 아이들보다 더 많이 보구 계시구나..라는 생각이 작년 가을쯤 들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왜 힘들게 굳이 필름을 사용하나 까지 생각해 보았더니, 제 질문에 답은 인화였습니다. 그래서 현재 열심히 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돈이 필요해 팔았던 9000ed를 다시 살 돈으로 차라리 인화수업비로 내자 결심을 한거죠^ ^
결국 최고사양의 스캐너와 파일에 가득 차있는 스캔된 이미지들은 없어졌지만, 제손으로 직접 인화한 사진들이 쌓아지고 있습니다. 인화 시작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겨울내내 자유시간이 생겨서 주말 빼고 매일 매일 6시간이상씩 인화를 했는데, 스캐너라는 것이 얼마나 지금까지 제 눈을 속여왔는지 알게됐습니다^ ^ 그리고 저희가 필름을 쓰는 큰 이유중 하나인 필름만의 꽉찬 밀도와 따듯한 느낌이 스캔을 함으로서 얼마나 많이 없어졌는지도 알게 됐구요..
어쨌건 인화를 배우면서 사진에 관한 저의 모든게 하나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주체 못했던 장비병도 많이 없어지게 되었구요^ ^
인화를 하시기로 결정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서 느꼈던 즐거움처럼 본인이 인화한 사진들을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끼리 함께 보는재미도 아주 좋답니다~~
사진으로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유경희님의 댓글

저도 예전에는 하루 8-9시간정도까지 인화를 한적이 있습니다만
시간과 체력의 문제로 인화는 접었습니다.
대신에 엡슨의 흑백전용 프린트로 집에서 편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화물과 비교하는게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때 인화를 한 경험상으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방법이 있으니 심사숙고와 무모한 노력을 경주 해가시면서 본인만의 색깔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제가 라이카클럽에 올린 글입니다만 혹시 참고 될까 싶어 링크 걸었습니다.
http://leicaclub.net/forums/showthread.php?t=66227
김양태님의 댓글

살다 보면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는 때 가 있는가 봅니다.
8년여 동안 정성을 다해 가꿔온
미니 홈피와 블로그를 닫았을 때의 심경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이해 됩니다.
느림의 미학이란 표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음식도 슬로우 푸드가 패스트 푸드 보다 건강한 사람을 만드는 식단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재충전의 기회로 여기고,
글도 볼팬으로 직접 쓰고, 사진도 직접 인화도 하는 등
천천히 건강하게 사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윤미네 집의 탄생을 위한
희경씨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서기연님의 댓글

저도 금년부터 몰스킨에 연필과 볼펜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필름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직장은 최첨단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회사임에도
삶은 천천히,,가고 싶어 아나로그적인 것을 좋아하곤 하네요.
음악도 mp3보다는 cd,,,
cd보다는 lp로 듣곤 하고요.
멋진 제2의 윤미네 집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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