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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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강인상
- 작성일 : 09-10-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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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를 구하면서 이에 집중하고자 장비 정리를 결심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2년동안 동고동락한 M3와 6/8 보낼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나 이제 M2에 집중해보려고...."
이 말을 들은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집에와서 그간 찍은 필름들을 넘겨봅니다.
그동안 참 무던히도 찍었습니다.
쭉 넘겨보니 200롤이 조금 넘는 사진을 찍었더군요.
그 기록에는
"09.XX. 무슨무슨 사진.
M3, 렌즈. 현상정보."
군대 갓 전역한지 5일 되던 날.
그녀를 처음 만나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M3에 DR 렌즈를 물려나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상대방은 관심도 없을 카메라를 들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해주던 눈치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지겨운 줄도 모르고
매일같이 셔터를 눌러대던 철없는 선생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제가 가진 M3와 렌즈들로 이어진 인연은 정말 각별합니다.
지금의 제가 찍는 사진들, 그로 인한 인연들.
단지 저는 카메라와 렌즈 값을 지불 했을 뿐인데,
그에 대한 가치는 그 이상이 되고도 넘쳤습니다.
많은 분들과 즐거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부족한 사진들로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해 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주고 싶었다고 말씀드리는게 맞습니다-
이런 상념들이 저를 온통 뒤덮으면서 오히려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지금도 책상 한 켠에 M3는 제게 말합니다.
"내 주인은 너야."
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인연이 깊게 닿아 조건이나 이유없이 내 곁에 오래 머물게되는 사람과 또 물건들이 있지요.
부럽습니다.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깊은 인연과 또 그 인연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의 고리들이....
유경희님의 댓글

저도 같은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만 지금은 글쎄요..
감정이 무뎌졌는지,,,도구는 도구 일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고 기변을 정당화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간혹
아련한 기억에 매달리게 되는 제 자신에 대한 혐오라고나 할까,,
저도 엠3에 6군8매(eye)가 최고라고 느꼈던적이 있었고...엠2에 쥬미룩스35미리가
최고라고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결국은 거기서 이상한 전설을 만들게 되고 그리고 아집이 생긴다고 할까,,,
두서 없는 얘기에 죄송합니다만...한번 그러한 자신의 벽을 무너뜨린다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노현석님의 댓글

공감가는 곳이 많은 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메라의 바꿈질을 많이 한 편이라 조금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요.
제 경우에는 남은 사진으로 말미암아, 그때 사용하던 카메라와 렌즈가 (이미 팔아치운 후) 미련을 만들더군요.
한참 지나보니, 사진이 카메라를 생각나게 하지, 카메라가 사진을 생각나게 한 건 아니었나 싶더군요.
하여간, 찍은 사진으로 만드신 책은 부럽네요......
임규형님의 댓글

저도 여러 바디를 쓰며 선택이란 순간에 직면하곤 했습니다.
M4P와 M3를 동시에 쓸 때, 중형의 꿈을 꾸며 두 대 중 하나는 내보낼 생각을 하였는데,
아무래도 필름 장전이 더 쉬운 M4P를 쓰기로 마음이 굳혀 가고 있었더랬지요.
손 맛은 덜했지만, 어차피 작은 판형이고 서브개념으로 쓸건데 머...이러며...
어느 날 밤, 사진 찍느라 두 대를 다 들고 나가 작업을 하는 도중 아뿔사, M3를 받쳐 놓은
삼각대가 넘어지며 M3의 한 부분이 우그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자해난동을 핀 M3는 지금껏
제 곁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습니다. 헌데 신기한 일은 이 친구가 쓸 수록 더 좋아지더니, 이 이상의
바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하더라구요.
M3를 쓰면서는 노출계 마저 버리고 제가 노출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M3 + 나, 그것이 하나의 바디인지도 모릅니다.
오래 함께한 바디는 보내지 마시길....그렇게
떠나 보내지 않기로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양나라님의 댓글

저도 가지고 있는 것을 못 내치는 성격이라 여러대의 카메라가 있어도 그냥 가지고 갑니다.
특히 라이카를 쓰면서 (상태 괜찮은 렌즈 살 돈이 없기도하지만) 문제있는(가장 싼) 바디나 렌즈를 사서
고쳐쓰거나 그냥 씁니다.....무의식적으로 배수진을 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 팔기도 그렇고 정도 들고 해서 라이카는 그냥 평생 갈려고 생각 중입니다...
강인상선배님 엠3, 자식들에게 물려주세요.
강인상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임규형
어느 날 밤, 사진 찍느라 두 대를 다 들고 나가 작업을 하는 도중 아뿔사, M3를 받쳐 놓은 삼각대가 넘어지며 M3의 한 부분이 우그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자해난동을 핀 M3는 지금껏 제 곁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습니다. 헌데 신기한 일은 이 친구가 쓸 수록 더 좋아지더니, 이 이상의 바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하더라구요. M3를 쓰면서는 노출계 마저 버리고 제가 노출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M3 + 나, 그것이 하나의 바디인지도 모릅니다. |
저도 이 녀석을 데려올 땐 흠집하나 없는 민트였습니다. ^ ^
그러다 하나 둘씩 훈장을 달아주기 시작해서..
이제는 한 눈에 봐도 제 것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 ^
눈을 감고 와인딩해보면 어렴풋이 그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선배님들의 조언 감사드립니다.
더 즐겁게 사진 생활 해보겠습니다. ^ ^
박성준75님의 댓글

인상님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 사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단순한 사물이 되기도하고, 그 이상의 무엇이 되기도 하는듯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저도 인상님이 M3를 장터에 내놓으신걸 보았을때,
마음이 답답해짐을 느꼈습니다.
저도 짧은기간동안이나마, 매일 쓰다듬었던 바르낙을 장터에 내놓았거든요..
전 그냥 "눈이 되어준 레드엘마는 내곁에 있지않느냐"라고 합리화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바르낙이 인연을 만들어주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느낌입니다..
각설하고...
제가 작년 M3으로 라이카에 입문하면서,
인상님의 많은 글과 사진, 그리고 직접적인 조언으로,
저에겐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그날 장터를 보고, 마음이 아팠던거지요..
결론은...
기추가 답이라는 겁니다..^^
조윤성01님의 댓글

그냥 쓰세요! 후회합니다
서기연님의 댓글

인상님 판매글 보면서 '내가 구입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아이들 사진집 만드셨네요,, 좋아보이고 저도 한권 만들어 볼까 욕심이 나네요.
쪽지로 정보 부탁합니다.
진인구님의 댓글

라이카라는 물건이 참 이상한 것입니다 ^^
갖고 싶은 마음이 들땐 달라빚내서라도 사고 싶고..
또 내칠 생각이 들때에도 오래오래 망설이게 되더군요..
저도 오래사용하던 M6 를 오랜 망설임끝에 내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참 후에 괜히 팔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리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라이카 신품 사서 죽을때까지 안팔고 잘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라이카 중고시장이 활성화되어있진 않았겠지요.. ㅎㅎ
첫사랑과 만나서 결혼해서 죽을때까지 잘 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애인과 헤어지고 후회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남산 서울타워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사랑의 언약을 굳게 맹세하고.. 헤어진 커플은 얼마나 많을까요?
(그 중에는 다른 자물쇠를 다른 연인과 채워놓은 사람들도 있겠지요.. )
라이카를 내치던 날을 저는 "라이카 해방일"이라고 불렀지요... ㅎㅎ
근데.. 라이카가 요즘 또 그리워집니다...
신 정식님의 댓글

저는 예전에는 처분도 잘하고 사기도 잘 사고 했었는데 지금은 라이카 뿐 아니라 사진기는 그냥 끌어 안고 삽니다. 이것저것 만지는 재미로요... 추억이겠지요... M3 그냥 잘 갖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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