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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개군면 47-2 번지 따듯한 사람들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유성수
  • 작성일 : 09-08-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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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일요일,
날씨가 너무 좋아서(사진 찍는 사람들 표현으로는, 빛이 너무 좋아서)
그냥 집에 있을 수 없기에 아내가 교회 간 사이 카메라 메고 혼자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빈둥 대다가 뒤늦게 12시가 되어서 집을 나선 터이라서 어디 멀리 갈 수는 없었고
처음에는 용문으로 나가 볼까 생각하다가 좀더 가기 편한 양평군으로 나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봄에는 산수유 마을이라고 잘 알려진 양평군 개군면 내리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마을은 한낮 뙤약볕 아래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 처럼 아주 조용했습니다.
사진기를 들고 사진소재 될만한 장면 어디 없을까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집집마다 대문간을
기웃거리는데 어찌된 게 어느 집이나 대문은 활짝열려 있지만 집안에 사람 기척이라고는 없었고 그 대신 커다란 개들이 집을 지키고 있다가 불청객을 향해 요란하게 짖어대곤 합니다.
마침 장마가 끝나고 한창 햇볕이 좋은 철이라 집집마다 마당에는 천막을 깔고 빨갛게 잘익은 고추 말리기가 한창이었습니다.
그 중 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제일 크게 했는지 대문 앞 넓은 마당에 고추를 잔뜩 깔아 놓은 집에 이르러 사진기를 들여대는데 활짝 열린 대문안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집 식구들이 집안 그늘에 천막을 펴고 둘러 앉아 즐거운 회식을 하고 있던 중 마당에 들어선 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포커싱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문간 제일 밖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저를 손짓으로 부릅니다. 들어와서 옥수수 하나 먹고 가라합니다.
(- - - 아니, 어느 마을에서도 저는 이런 후한 인심 겪어 보지 못했는데 - - -)
올해 옥수수 농사 첫 수확하고 식구들이 둘러 앉아 옥수수 구워 먹고 있던 참인데 누구인지는 몰라도 우리집 마당에 찾아온 손님이신데 점심시간도 지났으니 시장 할 것이라면서 맛있게 구운 옥수수를 하나 내밀고 물까지 떠 주며 여기 앉으라고 자리까지 비켜주십니다.
가슴이 찌 - 잉 - 했습니다. 아니 이런 후한 인심 여지껏 지방 돌아다니며 사실 그날 처음 겪었습니다. 자기네 마을에 함부로 들어와 맘대로 사진 찍는다고 뭐라하는 일이 일상 다반사였는데 -
짭짜름하게 소금 적당히 뿌려 잘구운 옥수수는 극장에서 먹는 팝콘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옥수수를 뜯으며 그집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 할아버지, 지도책에보면 요 바로 뒷산이 한자로는 '주읍산'이라고 되어 있고 행정지도에도 주읍산으로 나오는데 어째 마을 이름을 추읍산 추읍마을이라고 써붙였습니까 ?"
" 아 거야 여가 원래 추읍린데, 일본놈들이 일제시대에 된소리 "추"자 발음을 제대로 하지못하니깐 마을 이름이나 마을 뒷산 이름을 주읍산이라고 지네들 맘대로 바꿔논것이었지"
아하 그랬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날 저는 그 마을 어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물러나왔고,
집에 온 후 그 때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그 분들 사진을 여기 한장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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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저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시골을 자주 가시는 선배님들 말씀 들어보면

시골의 장터와 마을에서는 아직도 후한 인심이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나서고 싶어집니다. ^ ^


훈훈한 사진과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안호님의 댓글

송안호

첫 수확힌 옥수수를 함께 나누어 먹는 모습이 참 평화롭게 보입니다.

세상은 저렇게 함께하는 평화가 있어야 하는데~~~~~~~

정규택님의 댓글

정규택

행복한 촬영여행을 다녀오셨네요..^^
저도 예전에 시골 노인정에서 할머니 손에 이끌려 국수까지 얻어 먹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도 시골 인심과 정은 넉넉한 듯 합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장재민

선생님 훈훈한 이야기를 주시는 군요.
그런 정이 있는 곳이 좋은데 제가 사는 곳에서는 총들고 나올 일인데요.
언젠가 같이 그런 마을을 걸으며 그런 정을 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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