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그 불과 탑 (3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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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양정훈
- 작성일 : 11-01-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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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의 권유로 나는 운주사의 본사, 승보종찰 송광사를 찾아 종고루 앞에 섰다.
종고루의 깊은 울림이 내전을 울리고, 울림은 산을 휘돌아 공명하는 나의 가슴을 지나갔다.
학승의 현란한 손놀림, 진동하는 고와 떨리는 공기, 목어의 목젖소리,
저녁 예불을 준비하는 느린 승려들,
낮의 잔광이 부스러져 산사에 스며 사라질 때 승려들의 낮고 깊은 찬미 예불 소리.
평화의 부처님, 생명의 하느님.
나의 가난한 하느님,
나의 행복한 부처님,
송광사의 저녁공양 비빔밥을 먹을 때 침묵 속에 승려들의 낮은 예불소리가 마음 속에서 다시 울려 나왔다.
언젠가 주교좌 성당에서 많은 형제들과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그 북받쳐 오르던 뜨거운 열정을 되새기며.
남성들이 내는 낮은 바리톤이 모여 긴 파장으로 울리며 올리는 기도는 정말 하늘에 닿을 것 같았다.
이제,
눈 내리고, 새 잎 나면 다시 가리라 하였지만,
달이 가고 날이 지나 다시 해가 바뀌고 계절이 돌아와도 떠나지 못하고
운주사는 다만 나의 내밀한 상념 속에 찾아보는 곳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세 해가 지나버린 오늘. *
댓글목록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예전에 와불사진을 보고 꼭 가봐야지 하면서도 수년이 그냥 흘렀네요
함 가보고 싶은데 ...주말 번개출사라도 가면 좋으련만...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오래 전 서울 에전에 계셨던 육명심교수님의 운주사 돌부처 사진전을 보고
여길 꼭 가봐야지 벼르고 벼르다가, 마침내 찾아 갔었는데...
같이 간 일행은 와불 등 모든 돌부처를 사진 찍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저는 한장도 못찍었던 기억이 새롭게 납니다.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면 신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는 게 정답같습니다.
마음이 담긴 글과 귀한 사진 감사드립니다.
박유영님의 댓글
박유영
절집의 단아한 모습도 좋고 구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자취들도 좋지만 어찌된 셈인지
생명의 온기도 없는 부처상들의 사진에 마음이 닿습니다. 허황된 것들에 휘둘려온 줏대 없는 마음자
리를 되돌아 보고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드시는 사진과 글, 감사하게 보았습니다.
신용승님의 댓글
신용승
절에 가면 의외로 찍을게 없던 기억이나네요.. 제 감성하고 잘 안맞는 장소인가?? 생각했는데..
선배님 사진은 죄다 멋지구만요 ^^
김용준님의 댓글
김용준
사찰의 진면목을 보려거든 일반 대중들의 방문이 끝난 후인 저녁예불과 공양시간 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배님의 멋진 사진과 글 보면서 혼자 운주사의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면서 산책한 시간을 떠 올려 봤습니다.
"폐사지의 텅빈 공간에 서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 진다."는 제 말씀을 들은 어떤 분이 그러시더이다.
"당신은 전생에 중이었던 것 같다."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폐사지를 쫒아 다니는 거 하며, 직업 또한 절과 무관치 않은 것도 그렇고 말이지요.
선배님의 산책 글에 허락도 없이 저의 운주사 산책 시간도 첨부 해 봅니다.
http://www.leicaclub.net/gallery/bro...r=5189&page=18
신한주님의 댓글
신한주
어제 이태석신부님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는 영화
' 울지마 톤즈'를
아내와 같이 보고나서
불쑥 ' 나도 저 곳에 가서 진료 봉사할까?' 했더니
아내는 살짝 눈웃음만 칩니다.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하는
진한 여운이 아직인데
선배님의 글과 사진이 또 저를 울렁이게 하시는군요.
* 용준님과의 산책도 좋았습니다~
양정훈님의 댓글
양정훈
손창익님, 이치환님, 박유영님, 신용승님,
신한주님, 그리고 김용준님...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3-1), (3-2)에 관심가져주신 회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김용준님의 운주사 산책 잘 보았습니다.
이거 올리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ㅎㅎ
라클 개인 이미지 보관함으로 올려보니
사진 질이 떨어지면서 아주 작게 나오길래,
제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서 올렸습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운주사는 제 본가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덕분에 진한 향기를 느끼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운주사는 현직에 있을 때 참 많이도 갔었는데
그 때마다 사진을 찍어 봤지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가면 정말 심혈을 기울여 도전해 보고 싶군요.
내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나를 시험해 보는 뜻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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