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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그 불과 탑 (3-1)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양정훈
  • 작성일 : 11-01-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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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불과 탑이 많은 곳.
삼 년 전 11월, 나는 어스름 해가 저문 저녁에 지친 몸을 끌고 그곳에 도착했다.

스님과 종무소로부터 체제 허락을 얻은 나는 어둠 속에서 트라이포드를 세우고
긴 노출로 본전 앞의 탑을 찍었다.
어스름 낡은 어둠이 밀려가고, 짙은 새 어둠이 밀려왔다.
와인딩 레버를 돌리는 나의 엄지로 카메라 안의 필름이 갱신되듯 운주사의 어둠 또한
깨친 자의 엄지로 갱신되고 있었다.
어둠은 탑과 함께 필름에 노광되어 옷을 벗은 후 다시 카메라 안의 어둠에 묻혔다.





다음 날 새벽기도를 마친 나는 운주사의 푸른 아침 대기를 휘적이며 이슬과 함께 불이며 탑을 찍었다.

불(佛) 아래 내지(內地)의 고요, 시간과 공간이 물러선 대기의 물결,
고려인의 부지런한 발걸음과 기도소리, 대지의 움틀거림, 합장한 옛사람들의 두 손과 너울거리는 옷자락,
이슬 젖은 풀에서 갑작스럽게 뛰어 오르는 부지런한 벌레들,
고려인이 보았을 능선에 비껴선 탑, 탑, 탑과 새벽 구름,





산 새 제 혼자 공연히 놀라 하늘로 헤쳐 날았다. 뒤를 따라 같이 흔들리던 잔가지와 여린 잎.
잎이 흔들렸음은 새 혼자 날았을 뿐인데, 그 새 떠나자 잎은 미풍 속에 혼자 남아 흔들거렸다.
그 잎 무슨 마음이 남았던 것일까?

그리고 사시기도를 알리는 기도스님의 먼 목탁소리.




......../ (3-2)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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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지지난해 직장을 휴직하고 경주남산을 오라 칠불암으로 가면서

천년전 신라고승들이 거닐었던 그 길을 걸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습니다.

신선암마애 석불에 올라 담배 몇대 피우면서 머리를 깍을 까하는 생각에 많이 고뇌하였었는데...

운주사 사진을 보니...또 마음이 흔들리네요~~

유인환님의 댓글

유인환

양정훈님
올려 주신 사진이 감동을 줍니다

저는 운주사 여러 번 찾아 갔습니다만 그 때마다 항상 기묘한 느낌을 주는 절 주변 모습에
말문이 막히곤 했지만
그냥 여기 저기 관광만 하다가
기껏 해야 한 일이라곤 와불만 찍어 돌아 오곤 했습니다. - - -

올려주신 사진 3 번째 사진 참 느낌이 좋아 이 댓글 올립니다.

그런데요 , 양정훈님
저는 운주사 찾아 갈 때마다 맘 아파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80년대 초반, 절 입구에서부터 본전에 이르기 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서 볼 수 있었던 그 많은 불상들 -, 길 옆에 놓여 있던 불상이 참 많았었습니다
천불천탑이라는 말 그대로 였지요 -
노변에 놓여 있는 불상들(아주 고졸하게 만든 소박한 모습의 불상들이었습니다 - )
참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 몇년에 한번씩 찾아 갈 때마다 그 불상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차 그 갯수가 줄어들어가는
상황을 맞닥뜨려서는 -
기분이 상해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 운주사 사진을 보고 맘 아파서 한 줄 글 올려 봅니다 -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산 기슭 바람이 숨 죽여 지나가는 곳에 불현듯 솟아있는 탑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찾아다니는 안식처의 푯대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탑이 솟대 같지 않나요?
종교가, 사찰과 교회가 그런 곳이라면 삶이 그리 슬프지 않을텐데...

정훈님과 같은 마음으로, 운주사의 밤을 돌아다녔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런 글들이 자주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정규택님의 댓글

정규택

운주사 3편을 쭈욱 감상해보니....
마치 제가 절에 다녀온 듯한 생생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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