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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그 불과 탑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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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양정훈
  • 작성일 : 11-01-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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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몇 롤 소비하는 동안 나는 기도스님인 무영(無影)스님과 친해졌다.
조금 산만한 것 같은 그는 기도 시간만 되면 모든 양상이 달라졌다.
나지막한 염불과 목탁 소리, 정성된 구부림과 곧추선 허리, 단정한 법의.
스님은 기도 중에 때때로 뒤에 앉은 두 사람 밖에 안되는 외부 참여자에게 짧은 시선을 던졌다.
그의 시선은 우리를 기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하는 강한 힘이 있었다.





짧은 사시기도가 끝나고 스님들과 함께하는 점심공양,
스님의 착한 강아지는 주인의 사시기도에 빠진 것이 못내 죄스러운듯 주인 뒤에서 고개를 떨궜다.





사진 찍을 시간이 지난 나는 자유를 얻은 동물처럼 훠이훠이 경내를 돌아 다녔다.
사진으로부터의 자유,
피사체와 피사물의 움직임과 정지가 묶는 억매임으로터의 자유를 누리며 나는 기도를 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리고 부처님..."




한 낮의 태양이 가장 짧은 그림자를 만들 때, 무영(無影)스님의 그림자는 유난히 길었다.
내 마음 깊고 깊은 곳, 어둠이 미쳐 물러나지 못한 그 곳에도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





..... / (3 - 3)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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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스님 뒤 강아지의 모습에 마음이 꼿힙니다.
동물인데, 그것도 저 어린 것이 무슨 잘못이 있어 저리 처량하게 앉아 있는지?
저도 강아지와 사는데, 식사를 늘 함께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스러워 밥이 안넘어 가더군요.

종교의 교리와 법리를 떠나,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가장 선한 마음을 밖으로 들어내기만 한다면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고, 철학이 무슨 의미가 있고, 이데올로기가 무슨 힘을 가지겠는지?

20대에 실존주의에 빠져 허덕이다가, 문득 알게 된 말이 기억 납니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음이 아니라,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고,
잃어버릴까 두려워하지 않고, 남을 위해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는...

박 강 민님의 댓글

박 강 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평온한 마음으로 글과 사진을 일고 또 읽게 됩니다.
이치환 선배님의 말씀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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