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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이야기 - 13~14 (좋은 차의 조건 ①②) 최종회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조성욱
  • 작성일 : 09-05-03 22:41

본문

좋은 차의 조건 ①
 
제대로 만든 좋은 차가 있어야만 차살림의 멋과 철학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차문화의 근본이 제대로 된 좋은 차에 있다는 것이지요. 초의 스님께서 말씀하신 ‘동다(東茶)’란
곧 제대로 만든 좋은 차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차살림에서 인간과 나라가 함께 생각하고
더불어 누릴 만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잘못 만든 차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잘못 만든 차를 잘못 마시게 되면 더 큰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빈 속에 차가운 녹차를 많이 마셨을 때 흔히 나타나는 속쓰림은 뜨거운 차라 할지라도
피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잘못 만든 차일수록 속쓰림은 더 심해지고 만성 위염증세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마실수록 입속과 목구멍에서 침이 마르며 갈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지요.
제대로 만든 차는 갈증을 풀어주지만 그렇지 못한 차는 반대 현상을 보이지요.
제대로 만들지 않은 차는 차 마시는 이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겠지요.
더 나아가서는 마음놓고 마실 만한 국산차가 많지 않아서 중국과 일본의 비싼 차를 수입해서
마시게 되는 원인을 만들어 내는 셈입니다.


차문화의 근본이 좋은차 제대로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보면 좋은 차 만들기에 생애를
바친 김복순 조태연 부부의 삶이 지닌 향기와 교훈은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2004년 농산물 수입 개방을 눈앞에 두고 한국의 많은 차인들과 녹차 만드는 이들은 한국 녹차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래가 비관적으로 예견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유명한 차들과 비교할 만한 명차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 때문입니다.
녹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 40여년밖에 안되는 짧은 역사인데다 그나마도 좋은 차 만드는 솜씨를
칭찬하고 도와주는 정책이나 차인들의 예절이 뒤따르지 못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요.

녹차의 소비량 증가를 따르지 못하는 찻잎의 공급 문제는 가장 근본적인 것입니다.
좋은 차든 나쁜 차든 찻잎이 넉넉해야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차나무 재배면적이 좁고,
차나무의 품종 또한 개량할 필요성과 함께 재래종 자체의 특장을 더욱 키워갈 수 있는 재배법의
연구도 근본 문제에 포함되었지요. 국토 면적이 중국이나 일본처럼 넓지 못하고 차나무 재배에
적합한 기후대로 따질 때는 더욱 더 제한된 면적안에서만 찻잎 생산이 가능하므로
단위당 찻잎 생산량을 늘리면서 우수한 품질을 지켜내기 위한 연구와 투자가 절실합니다.
한국의 차나무 재배 역사는 결코 짧은 것이 아니지만 정책적인 재배는 일제때인 1939년부터였습니다.
식민통치 정책의 하나로 시작된 차나무 집단재배는 전남 보성 봉산리에 차 농장을 만들면서
시작되었지요. 이 해에 일본인 차 전문 기술자들에 의하여 한국에서 최적의 홍차 재배지로서 보성이 선정되었지요.
차나무는 연중 날씨가 따뜻하고 1천5백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해양성 기후에 알맞는 온대 식물이거든요.
보성은 강우량이 다소 못미치지만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곳이어서
안개가 많아 부족한 수분함량을 보완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베니오마레’라는 인도산 차종자를 수입하여 심은 것이 시초였지요.  
그때 일본 차 종자도 함께 심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좋은 차의 조건 ②
 
식민지 시대 전남 보성 차단지는 외국 차나무의 한국 점령을 위한 전진기지였던 셈입니다.
보성 지역이 차나무 재배에 필요한 기후 조건과 기타 여건이 가장 적합하다는
일본인 차나무 전문가들의 판단이 순수한 식물학자의 학문적 견해라고만 보기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데가 있습니다.

1939년과 1940년이라는 시기는 일제가 한국의 민족성 말살을 통한 한국인의 노예화를
위해 광분했던 때임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수천년 동안 지리산록에서 무성하게 자생해온 야생 차나무가 아닌 인도산 차 종자를 일부러
수입해 보성에다 심은 것을 식물학자의 순수한 학문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지요.
참으로 진지한 차나무 재배 전문가였다면 오랜 세월동안 지리산 일대에서 잘 자라온 자생 차나무에
먼저 관심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먼저 전남 보성과 지리산은 근접하고 있어서 기후대가 동일하며
지리적 여건도 비슷하기 때문에 차 종자의 번식과 재배가 인도산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 쯤은
상식이겠지요. 물론 인도산 품종이 월등하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했다고도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로부터 약 6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그런 판단을 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재래종보다 좋은 품종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인도산과 일본산이 혼재하면서 번식을 해왔고,
1970년대 들면서 차나무 재배가 농업정책으로 권장되어 하동과 경남 지역에까지 혼합종 차나무가
퍼져 재래종과 뒤섞여 버렸지요. 이같은 혼돈속에서 녹차의 수요량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물의 중금속 오염과 생태계 파괴현상 앞에서 녹차가 지닌 특별한 약리 기능도 한 몫 하는 셈이지요.

녹차의 약리학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팽창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하여 차나무에
거름을 주는 문제가 현실화되었지요. 거름의 주된 종류로는 질소비료였습니다.
값이 싸고 효과가 빠르며 확실한 질소 비료는 한동안 아무런 비판도 받지 않고 널리 쓰여졌습니다.
찻잎 따는 시기는 제한되어 있어서 이 기간 중 보다 많은 양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질소비료를 많이
뿌리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질소비료를 많이 먹고 자란 찻잎으로 차를 만들면 수분 함량이 지나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차의 깊은 맛이 줄어들고 향기도 약해지며 자칫 차에서 악취까지 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를 나쁜 차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1960년 말부터 시작된 질소비료 의존은 꽤나 오래 계속되었지요.

이때 김복순 내외는 이같은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매우 단호한 입장을 보였지요.
좋은 찻잎을 구하기 위해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깊은 계곡이나 비탈에서 자라는
찻잎을 찾아 다녔습니다. 또한 그런 곳에서 따온 찻잎을 돈 을 더주고 사기도 했고요.
좋은 찻잎 따느라 벼랑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계곡의 잡목 숲에서 길을 잃고 죽을 고비도
더러 넘겼습니다.

좋은 차는 사람 몸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도 치유시킬 수 있다는 품질 제일주의에
존재 이유를 두었던 김복순의 제다 정신은 곧 한국인의 장인정신이기도 합니다.
그걸 되살려야 합니다.


 
[박창희 기자]


그동안 긴 글을 읽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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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진상훈님의 댓글

진상훈

요즘 카페글들이나 사진들을 충분히 보지 못할 만큼 번잡한 일상이었는데, 오늘 늦게사 선생님 글들을 읽고 "고습고 떫은 맛"이 차맛의 본향이라고 거의 20년을 생각해왔던 고정관념이 모조리 날아갔습니다. 그 약간은 둔탁한 무게감이나 탄닌 같은 느낌이 아니라, 가볍고 상쾌한 단맛과 묘하게 감칠맛 나는 싱그러운 풍미의 지속이라는 새로운 느낌이 와닫게 되어 너무 행복한 저녁입니다. 차맛을 느끼는 제 경험측의 계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느낌입니다. 서슴지 않구 "차가 묵직하니, 가볍지 않아 좋군" 했던 이 무식함의 세월을 어찌할지...

첫 맛의 달콤함과 상쾌한 가벼운 느낌에, '어~?' 하던 의아함이 사실은 있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신록의 정수를 딴 새 순의 엷은 맛이 무게감을 갖는다는 것... 봄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 언제나 들이킨다라는 것이 차의 한가지 목적은 될터인데, 제 나름의 어설픈 유추로 보아도, 기존에 맛보았던 여러 차들의 무게감에 대해 생각해 볼때는 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참으로 현학의 개입이 끼일 틈이 많은 것이 기호식품이나 취미생활이어서인지 수많은 구전으로, 혹은 혼재하는 차선배 차선생으로 부터 잘못 전해들은 것이 일거에 깨뜨려진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광명을 찾은 기분이 듭니다. 말차는 일본꺼야... 하면서 바보짓하던 생각도 듭니다. ^^ 제가 맛본 그런 떫고 풋내나는 말차는 일본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마치 녹차 새 순 생즙을 들이키는 착각내지는 마치 새 봄을 통채로 들이키는 느낌이 들던 착각에 빠지게 하던 선생님 말차, 그 맛의 레인지는 참 놀라웠습니다.

몹시 바쁘신 일상에도 불쑥 찾아든 무례를 용서하시고, 베풀어주신 후의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모든 차를 직접 채취 제다하신다는 말씀에 드린 질문에서 베풀어주신 차 한잔에 더욱 경의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하루에 열심히 하시면 얼마나 따셔요?" 두분이서 500g도 따기 어렵다구 하셨지요. "그럼 1kg 따시면 얼마만큼의 완제품이 나오나요? 딱 1/4인 250g 정도라고 하셨지요? 한 봉지 차를 위해 이틀 온 종일을 채취에 매달리셔야 한다는 엄청난 사실에 대접해주신 귀하디 귀한 한 잔의 차에 너무나 감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또 긴 세월 선친들께서 겪으신 각고의 시간의 정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시 하동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다잡아 내일의 여행을 준비 해야겠습니다.

낮에 마신 차의 잔향이 지금 피우는 담배 맛에 까지 남아있는 난생 처음의 상상도 못한 실상을 느끼면서, 달콤하고 행복한 잠을 청해봅니다.

하동, 화개골이 서구 와인산지를 여행하며 찬탄에 마지않던 보르도나 토스카나, 나파밸리 같은 그런 곳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거듭 감사드리면서, 또 다른 좋은 차에 관한 글귀도 청해 올립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차에 대한 견해에 감탄하고, 화답하신 진상훈님의 글에 또 감탄합니다.
좋은 차와 나쁜 차를 구분할 실력은 못되지만, 말씀처럼 좋은 차는 아무리 마셔도 속쓰림이 없고,
나쁜 차는 쓰리고, 거북하더군요.
차도 차지만 가급적 잘 우려내고 정성을 들이면 그만큼 맑고도 진한 향을 돌려주더군요.
여러 차례의 정성스런 글들을 읽으면서 감동도 크고, 배움도 많았습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 좋은 술은 지갑을 망치고
나쁜 술은 위장을 망친다.'
제가 알고 있는 술에 관한 격언인데,
좋은 茶가 몸에도 좋고 맛도 향기도 좋은 줄은 다 알지만,
좋은 茶도 값이 만만치 않지요.

사흘을 건너 뛰며 마셔야 하는 술과 달리
매일 마시는 茶 값은 질이 높아지면 감당이 어렵게 됩니다.

조성욱님 좋은 연재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한수길님의 댓글

한수길

좋은 글을 읽으며 저도 지금 물을 올려 놨습니다
얼마전 구한 화개제다의 옥로를 한잔 하려구요
언제나 입과 마음까지도 편하게 해주는 차인것 같읍니다
이 차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에 수고가
숨어 있는줄은 오늘 다시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글도 차마시는데 더욱 더 좋은것 같읍니다
다만 글을 읽는중 조금은 집고 넘어갈 부분이 있기에
(군사정권은 총과 강압으로 국정 전반을 무섭게 밀어붙이는
이면에 아부와 뇌물로 이권을 농단하고, 교활한 인맥의
연줄과 지연 학연으로 얽힌 권력관계의 부패로 치달았지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인한 군사정권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지요)
라는 글은 많은 분들이 볼수 있는 글로는 적합치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인것 같아서 집고 넘어 가렵니다

조성욱님의 댓글

조성욱

한수길님 관심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제 글이 아니고 국제신문에 연제 된 정동주 茶이야기 중에서
제 부모님의 기사를 글 한자 가감없이 옮긴 것입니다.
茶를 즐겨 마신다고 하시니....
오해 없어시기를 바랍니다.



인용:
원 작성회원 : 한수길
좋은 글을 읽으며 저도 지금 물을 올려 놨습니다
얼마전 구한 화개제다의 옥로를 한잔 하려구요
언제나 입과 마음까지도 편하게 해주는 차인것 같읍니다
이 차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에 수고가
숨어 있는줄은 오늘 다시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글도 차마시는데 더욱 더 좋은것 같읍니다
다만 글을 읽는중 조금은 집고 넘어갈 부분이 있기에
(군사정권은 총과 강압으로 국정 전반을 무섭게 밀어붙이는
이면에 아부와 뇌물로 이권을 농단하고, 교활한 인맥의
연줄과 지연 학연으로 얽힌 권력관계의 부패로 치달았지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인한 군사정권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지요)
라는 글은 많은 분들이 볼수 있는 글로는 적합치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인것 같아서 집고 넘어 가렵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역시 죽을 때까지 무지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어설픈 차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차가 본류라고 하는 이들의 침이 튀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일까요.

차 한 잔에 담긴 아름답고 소중한 삶의 이야기에 진한 감동을 받습니다.
녹찻잎 채취에 바쁘시고
저는 발목이 이러니
손수 내려주시는 차를 대할 기회가 기다려집니다.

좋은 글들로 마음이 상쾌한 아침입니다.

이인한님의 댓글

이인한

달포 전에 형기 아우에게 조성욱 선생님 아버님이 한국 차의 기초를 놓으신 대단한 분이시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올려주신 글을 읽으니, 정말 고개가 숙여집니다.

가 뵙겠다는 약속은 마음에만 담고 봄날이 다 가니, 죄송하고 서운합니다.
교회 일이 바쁜 절기인지라, 라클 출입도 활동도 소홀했습니다.
정말 바쁘신 중에도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시는 조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현석님의 댓글

노현석

대부분 처음 차를 접하는 사람이 마시는 차는, 간단한 티백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나서 녹차는 속이 쓰리고 맛이 없다는 속단을 내리게 되지요. 처음 제대로 된 녹차를 먹은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을텐데요......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매사에 좋은 스승과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자기가 직접 찻잎을 따서 손수 덖어
茶를 만들어 마시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성욱님, 연재 감사드립니다.

이재경님의 댓글

이재경

뜻깊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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