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茶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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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조성욱
- 작성일 : 09-05-0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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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茶人)들로부터 다조(茶祖)로 불리우는 육우(陸羽)가 다경(茶經)을 저술하여
그 명성이 당나라 천지에 자자하였고 다경을 펴내고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
상백태(常伯態)라는 자가 재빨리 다경을 얻어 읽고는 육우의 다론(茶論), 다식법, 다구등을
그대로 모방하여 茶의 대가(大家)인양 행세하고 다녔다.
茶를 논하거나 강의 할 때면 반드시(육우 다경에 의하면)하고 나오는 것이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육우나 다경을 들먹이지도 않고 자기의 독창적 연구인양 말하고 다녔으니 시쳇말로 하면
표절행위(剽竊行爲)를 하는 간교한 자였다.
부자집만 찾아다니면서 茶를 강의하고 두둑한 보수를 챙기는 직업적 다도교사였던 셈이다.
중국의 고전(古典) 봉씨문견기 음다편(封氏聞見記 飮茶篇)에 이 자의 행장(行狀)이 아래와 같이 실려 있고
육우가 茶를 부서 버리고 말겠노라「훼차론(毁茶論)」을 쓰게 되는 동기가 된다.
어사대부(御史大夫) 이계경(李季卿)이 강남에 이르러 관아에서 묵었는데 상백태란 사람이
선차(善茶)한다는 말을 듣고 이계경이 그를 청하였다. 상백태는 황금빛 찬란한 비단옷에
오사모(烏沙帽)를 쓴 차림으로 다구를 대령하였다. 茶와 다구를 벌려놓고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설명하는데 변설이 청산유수였다. 좌우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茶를 달이고
이계경(李季卿)이 茶를 맛보는데 그 맛이 불만인양 두 잔만 들고 그쳤다.
또 강북지방을 선위하면서 관아에서 묵는데 관원이 말하기를 〃이 고을에 육우(陸羽)라는
茶에 달통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니 이계경이 불러오라 하였다. 이윽고 육우가 왔는데
입은 입성하며 머리에 쓴 두건이 모두 촌스럽고 조야했다.
육우가 좌정한 다음 다구를 널어놓고 행차 하는데 전자 상백태가 하던 그대로를 모방하고
있었다. 茶를 설명하는데 말은 더듬고 얼굴은 추남인 편인데 남의 본을 따서 행차하니
심중 냉소하고 서둘러 茶를 끝내고는 노자(奴子)를 불러 명하기를 “돈 30문(文)만 가져와서
저 차박사(茶博士)에 주어 보내라” 하였다」하고 그때 육우의 뼈저린 수모를 기록해 두고 있다.
차박사라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로 문자 그대로 茶의 전문가라는 뜻이 되겠고
이 경우의 차박사는 우리말의 속어(안단이) 즉 그다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한다고
비꼬는 뜻의 박사이다. 어떻게 해야 선차(善茶)하는 것이고 그의 비위에 맞는 행다법(行茶法)은
어떤 것인지 참으로 맹랑하고 고약한 일이었다. 어사대부 이계경은 茶를 모르는 자였으니
육우가 다경을 저술한 사실조차 모르는 오만한 벼슬아치였을 뿐이었다.
茶를 알건 모르건 간에 고관대작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대접하는 법이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전자 상백태처럼 화사한 옷차림으로 위의(威儀)를 갖추었더라면 혹은 그 무참한 홀대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인가. 당사(唐史)에 우의야복(羽衣野服)이라 하였듯이 육우의 옷차림은
어딜까나 누구 앞이나 항상 머리에는 사건(沙巾)을 쓰고 옷은 뻣센 옷감으로 지어 입은
단갈(短褐)이었으며 신은 등나무 껍질로 삼은 미투리였다.
친하게 지내던 고을 원님의 간청으로 내키지 않은 나들이를 하였다가 무참하게 당한 봉변이었다.
육우가 제아무리 군자(君子)라 하더라도 이 수모를 견뎌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육우가 그날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붓을 잡은 것이 茶를 부셔 버리고 말겠다는 훼차론(毁茶論)이었다.
육우가 천목산(天目山) 깊은 산골에 들어가 스스로 상저옹(桑苧翁)이라 칭하고 8년 각고로
쌓아올린 차 생활문화의 금자탑(金字塔)을 스스로 부셔 버리고 말겠다는 의도로 훼차론을
책으로 펴냈으나 이는 부수기는 커녕 다경에서 다루지 못한 茶人으로서의 덕목(德目)을 보충하는
효과를 거두어 다경의 증보편(增補篇)이 되어 육우의 명성을 더욱 빛냈을 뿐 아니라
茶는 만 사람이 덕목을 기르는 매개물(媒介物)로 진중(珍重)되어 갔습니다.
근자 우리의 차 생활문화의 앞날이 걱정되고 답답하다. 이른 바 다인(茶人)이라고 설치는
몇몇 몹쓸 사람들이 茶를 버려 놓고 말았다. 윗글의 상백태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얕은 茶 지식으로 마치 대가(大家)처럼 설치는 사람들, 입으로 말하는 이론은 그럴 듯하지만
만드는 차의 맛은 형편 없어서 입안에 넣을 수가 없을 정도이며, 茶를 단 한번 만들어 보고
차박사(茶博士)가 된 것 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품질평가 기준도 없이 대충 만들어 차 통에 넣어 팔면 그만이다는 식이고,
또한 미달되는 제품을 폐기 처분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茶의 맛과 향의 기준마져도 정립 되어있지도 않은 일부 사람들은 손쉽게 일본 제다기계를 들여와서
공산품 찍어내듯 차를 만들고 있고. 또한, 수제차 역시도 좋은 차를 기대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신전(茶神傳)』에「味以甘潤爲上 苦滯爲下」 차의 맛은 달고 윤택 한 것이 으뜸이고 쓰고
먹기 거북한 것은 하등품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茶를 지도하는 행정, 단체, 그리고
언론에서도 “茶는 본래 고소하고 쓰고 떫은맛이 나는 것이 제 맛이다.”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며,
제다기술의 평준화가 되어가고 있지만 상향 평준화가 아니라 하향 평준화 쪽으로 흘려가고 있습니다.
「잘못 만들어진 차는 사람의 위(胃)를 상하게 하고 기(氣)를 상하게 한다」라고 고서(古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통차 보급이라는 명분 아래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 녹차들은 더 이상 보호 받아서는
안됩니다. 마시면 속이 쓰리고, 떫고, 쓰고, 그 맛이 불쾌해서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런식의 녹차이라면 언젠가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녹차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마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茶를 만드는 사람들은 고난의 찬 일월을 보내면서 다경을 저술한 다성(茶聖) 육우(陸羽)의
茶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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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규형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사먹는 녹차의 맛이 떫고 써서 먹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원래 그런 것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거였군요.
비록 茶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도 그런 현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뭔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됩니다.
사진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면서요....
정말 좋은 茶를 음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조성욱님의 댓글

임선생님 전국모임에 참가해서 녹차 한통 찜 하십시오. ^^
처음 보낼려고 했던 녹차보다
박경복 목사님 때문에 보낼 녹차는 4등급이 올라간 녹차입니다.
제 동생이 만든 녹차가 인사동에서 100g 1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답니다.
제 녹차도 제법 마실만 하답니다.
원 작성회원 : 임규형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사먹는 녹차의 맛이 떫고 써서 먹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원래 그런 것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거였군요. 비록 茶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도 그런 현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뭔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됩니다. 사진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면서요.... 정말 좋은 茶를 음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
진상훈님의 댓글

훌륭한 글 감사 드립니다.
저도 선생님 차를 염치불구 전국행사에서 찜! 하고 싶습니다. ^^
선생님 정성의 정수가 담겨 있을 차맛이 엄청스레 기대가 됩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저 '녹차' 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국모임에 꼭 가야하는디... ^^
임규형님의 댓글

아이고....제가 온라인 참가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저는 늘 토욜과 일욜이 바빠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신세랍니다.
제가 못가도 한 통 찜해주실 수 없을까요?
라클 인사계로 5년이나 활동하면서도 못간 이유가 제 일정 때문이랍니다. ㅜㅜ...
조성욱님의 댓글

임선생님 제게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
운영진에게 있지요.
저는 정성껏 만들어 보내는 일입니다.
운영진 분들께서 인사계 5년 공로를 인정하시지 않을까요. ^^
그래도 안된다면....
부족한 솜씨로 만든 녹차이지만 제가 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ㅎㅎ 저는 오디오도 제가 가진 것보다
좋은 소리는 안 듣습니다.
아무래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거든요.^^
조성욱님의 댓글

녹차 찜! 저는 모름...... ^^
올해 녹차 만들기 오늘로 끝났고.
이 달 말까지 차밭을 헤매야합니다.
신라, 고려시대 전통차 茶 재현....가능 30% 무식은 70%....
완성되면 茶 한잔 해야죠.
원 작성회원 : 진상훈
훌륭한 글 감사 드립니다.
저도 선생님 차를 염치불구 전국행사에서 찜! 하고 싶습니다. ^^ 선생님 정성의 정수가 담겨 있을 차맛이 엄청스레 기대가 됩니다. |
조성욱님의 댓글

아직 많이 불편하신데,
안가셔도 됩니다. 녹차 때문이라면.... ^^
전국모임 분위기를 띄우시려고 농으로 하신 말씀인 줄 알고 있습니다. ^^
원 작성회원 : 박경복
저 '녹차' 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국모임에 꼭 가야하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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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님의 댓글

댓글에 대한 하효명님의 댓글을 보면서....
발전이 無 같은데요. ^^
처음 타신 열차가 완행열차 또는 급행 아닐까요?
그럼 KTX .비행기는 절대 타시지는 않겠지요. ^^
삶은 계란과 사이다만을 드시고.....
뭔 오디오 입니까 트랜지스타 라디오만을 들어셔야죠.
하효명님 사셨던 시대.... 그대로.....ㅎㅎㅎ
(ㅎㅎㅎ....따라하기 입니다 . 젊은 제가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보는대로....
그러니 라클에서는 50세 이상 차이나는 어린 사람이 하선배님 하더군요)
제 기준입니다.
10년 미만 나이 차이에는 형님이란 호칭.
20년미만은 선배님....
그 이상 차이는 선생님 또는 어르신....
원 작성회원 : 하효명
ㅎㅎ 저는 오디오도 제가 가진 것보다
좋은 소리는 안 듣습니다. 아무래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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