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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이야기 - 2 (현대 녹차의 출발)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조성욱
  • 작성일 : 09-04-30 22:50

본문

2. 현대 녹차의 출발
 
우리나라는 100년은 고사하고 수십 년의 전통이라도
이어져 오는 제다법 역사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제대로 맥이 어어져 내려온 제다법의 전통이 없기 때문에 차 만드는 공장과
수백 개의 수제차(手製茶) 만드는 집이 있어도 뚜렷한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다양하고 개성있는 차가 없습니다. 이런 제다법 부재 속에서도
김복순, 조태연 부부의 덖음차 제다법이 시작된 것은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이분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화개 녹차는 한국의 현대 녹차 제다법 기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복순씨는 일제 때 일본 규슈 지방에서 근로자로 일하던 한국 청년과 혼인하게 되어
일본으로 가서 살았습니다. 그의 일본 생활은 녹차 만드는 공장의 여공으로 시작 되었지요.
처음엔 차 공장 안에 발을 들여 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차밭에서 찻잎 따는 일로 여러 해를 보내는 동안 차 공장 안을 구경하고 싶었지요.
오랜 갈망 끝에 찻잎을 가공하는 부서로 보내졌습니다.
그곳에서 차 만드는 일을 곁눈질로 배웠지요. 자신도 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찻잎을 뜨거운 무쇠솥에다 덖어내어 정성껏 비비고 다시 솥에 넣어 익힌 뒤 비벼서 만드는 과정을 눈여겨 보았지요.
하지만 공장 책임자는 한국인이 차를 만들도록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차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찻잎을 따서 집으로 가져와 솥을 걸어 놓고 실험을 시작했지요.
그렇게 시작된 실험이 서너 차례 반복된 나머지 공장에서 보았던 것과 흡사한 모양의 차를 만들 수 있었지요.
그는 차를 그릇에 담아 공장 책임자에게 가져가 보였습니다.
책임자는 매우 놀라면서 차를 달여 보았지요. 차맛을 보고는 또 한 번 놀라워했지요.
그날부터 그는 차 만드는 부서에 배치되어 그의 숨은 솜씨를 한껏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곧 그는 공장 안에서 차를 가장 잘 만드는 기술자가 되었고
마침내 제다 부서 반장으로까지 승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명성은 널리 알려졌지요.

그러다가 해방을 맞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철저하게 빈손이었습니다.
자식들과 가난만 짊어진 채 돌아온 그는 부산 부둣가에서 작은 식당을 하면서 연명했습니다.
그는 궁핍한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야만 했지요.
간신히 연명해 가던 중 6·25 전쟁을 겪게 되었고,  가난과 혼란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때 남편은 부두의 하역 근로자였는데 어느날 외항선의 짐을 운반하다가
우연히 일본의 차가 담겨있는 차통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그 차통을 아내에게 보여주었지요. 아내는 차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설렜지요.
차를 만들고 싶은 충동이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하지만 실현될 수 없는 꿈임을 깨달으며 몹시 허탈해 했지요.
그렇게 전쟁의 혼란이 가라앉고 나자 그는 또다시 차를 만들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박창희 기자  [2002-11-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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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한국 제다의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것 같습니다.
정말 눈물겹도록 가슴이 아프고 감동적입니다.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잘 다듬어 다큐멘터리 또는 방송국의 인생극장 같은 프로그램으로 엮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입니다. 지금은 차에 대한 문화도 어느 정도 성숙해 있으니 자료만 좀 더 보강
하면 좋은 방송 작품이 될 만한 소재로 보여 집니다. 한 번 적극 권하여 봅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1970년대까지만 해도 녹차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접하는 일본茶는 맛이 안 맞았고요.
매일 즐기는 한국 녹차에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미쳐 몰랐습니다.
이래저래 라이카 클럽 덕을 많이 봅니다.
조성욱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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