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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퉁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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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박대원
  • 작성일 : 09-04-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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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최만집 씨......?"
"아~, 형님!"
마침내 그를 찾았다.
거의 삼 개월 만이다.
그렇게 찾아 다녔건만 막상 긴가민가 했었다.
무엇보다 눈두덩 위에 겹겹이 붙여 있던 반창고와 아무렇게나 눌러썼던 모자가 사라져서이리라.
더욱이나 을씨년스런 겨울이 지나서인지 옷차림이 환해지고 머리칼도 단정하게 빗겨져 있었으니
그를 단박 알아본다는 건 무리였을 터였다.

"많이 좋아지셨네요! 그동안 어떻게......?"
"............ 실은 일이 좀 있었죠."
그는 고개를 떨군다.
"왜요, 무슨 일?"
"제가 쫓겨났거던요, 일자리에서......"
"어째서요?"
"술 때문에............"
"술? 많이 않잖아요?"
"예, 많이 해야 소주 세 잔이죠. 근데......"
푸우~ 하고 그는 한숨을 내쉰다.

눈 위의 상처가 우선해지자 그는 서둘러 환경미화에 복귀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몹시 추웠던 그날 거리청소가 거의 끝나갈 오후 시간,
몸도 덥힐 겸 그는 가끔 들르는 한 구멍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마침 그곳 손님들이 자꾸만 권하는 바람에 소주 딱 두 잔을 받아 마셨다.
그걸 누군가가 관할 동사무소에 일러바쳤더란다.

"그럼 파지수거 하시겠네요?"
"허어~ 나 참 그게요......"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장만해 두었던 헌 '리어카' 한 대.
그걸 한번도 제대로 못 써보고 진작 도둑맞아 버렸다고 한다.
다 부서져 길가에 버려진 것을 틈틈이 몇 달 걸려 또드락거렸노라고
얼마나 그는 자랑스러워 했었던가.

"벌이가 한푼 없으니 살던 쪽방도 빼줄 수 밖에요."
"............"
"지금은 저쪽 지하도에서 자죠.
운 좋은 날은 이 텐트를 치기도 하고......
이거 세 사람은 충분히 자요.
형님도 잠자리가 마땅찮으면 이리 와서 같이 잘라우?"
나는 맥없이 저 건너 남산타워를 올려다보았다.

(서울역광장/2009.4.1/IIIg-35 Nickel Elmar-TX)
추천 0

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가슴이 애잔해지는 글과 사진입니다.

형편이 어서 나아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대용ak님의 댓글

김대용ak

삶의 어두운 모퉁이 같습니다.
마음이 아픔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장재민

그들과도 마음에 닿는 대화를 나누시는 선배님이 존경스럽습니다.

황성찬님의 댓글

황성찬

휴~
왜인지 한숨이 그냥 나오네요..

김두일님의 댓글

김두일

따뜻하면서도 왠지 쓸쓸하내요.

오장원님의 댓글

오장원

어떤 분은 가진게 없어보여도 나누려 하는 군요.
우리가 배워야 할것을 말씀하시는 군요..
'..충분히 자요..'

서병호님의 댓글

서병호

말없이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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