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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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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박유영
  • 작성일 : 16-01-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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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과 새해... 틈틈이 일본 작가들의 소설에 빠져 있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 다자이 오사무, 나카지마 아쓰시를 거쳐 드디어^^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까지... 일전에 소세키의 '풀베개'를 보다가 마음에 와서 박혀 버린 구절... '풀베개'는 소세키의 예술론이 집약된 작품이라고들 하더니 과연... 그 구절에서 '그림'을 '사진'으로 '그린'을 '찍은'으로 바꾸면 회원들께서도 음미하실만한 문장이 될 것 같아 옮깁니다.

"보통의 사진은 느낌이 없어도 물체만 있으면 된다. 제2의 사진은 물체와 느낌이 양립하면 된다. 제3의 사진에 이르면 존재하는 것은오직 마음뿐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에 적합한 대상을 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 대상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온다고 해도 쉬 완성되지 않는다. 완성된다고 해도 자연계에 존재한 것과는 정취가 완전히 달라 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보통 사람이 보면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사진을 찍은 당사자도 자연계의 일부분이 재현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감흥에 빠진 현재의 마음을 얼마 간이라도 전하여 다소의 생명을 어렴풋한 분위기로 보여주면 대성공이라고 알고 있다."

"갈분탕을 끓일 때 처음에는 삭삭 젓가락에 닿는 느낌이 없는 법이다. 그것을 참고 계속 저으면 점차 끈적끈적해져 휘젓는 손이 약간 무거워진다. 그래도 개의치않고 젓가락을 계속 저으면 이번에는 잘 저어지지 않게 된다. 결국에는 냄비 안의 칡이, 원하지도 않는데 그쪽에서 앞다투어 젓가락에 붙는다. 시(사진)를 짓는(찍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저도 저만의 갈분탕을 끝까지 끓여보고 싶습니다. 손이 무거워져도 싫증내지 않고 잘저어지지 않아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데 사진들이 저에게 달라붙어 주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기를 열망하고 오늘도 가방안에 카메라를 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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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정초에 마음에 쏙 박히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전념해도 얻기 힘든 마음을 담는 사진을 소소하게 하고 있어서 늘 아쉬움이 많았는데 반념이라도 담아봐야겠습니다.
요즘 저는 겔러리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찍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마음으로 봐줄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을 못주고 있어서...
새해엔 어떻게든 극복 해보고 싶은데 가벼운 인간의 본성 밑바닥에서 이렇게 허우적 거리는 못난 사람이 될 줄 모르고 정진한다며 잡다하게 세월만 보냈었나 하는 반성이 듭니다.

새해에 깨우치심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시길....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사진기를 잡기저에 자기성찰과 내면을 먼저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목표가 있다는것은 그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재성님의 댓글

최재성

충분히 공감하며 좋은 말씀감사드립니다.
우선 가벼운 맘으로 가방에 카메라를 항상 넣고 다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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