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장작 만들기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명기
  • 작성일 : 08-12-23 19:20

본문

장작 만들기



하늘이 낮다. 사랑이 떠난 직후, 홀로 남은 남자가 입에 문 담배 연기색이다. 어제저녁 고단함에 함부로 벗어 바닥에 던져두었던 개털 모자를 털어 쓴다. 방바닥의 온기가 남아 따스하다. 솜털 외투를 입고 목장갑을 낀다. 오늘은 화목난로에 쓸 장작을 조금 마련해야 한다.

현관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헤치고 달려든다. 만만치 않은 추위다. 외투 자크를 턱 밑까지 올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복순이가 오늘은 개집에 들어가 있다. 평소라면 동그랗게 파놓은 땅바닥 자리에 꼬리를 틀고 반긴다. 개집을 들여다보니 개구멍에 코만 내놓고 살짝 미소를(내가 보기엔 분명히 미소다) 짓는다. 복순이는 이제 완연한 아줌마다.

마방 뒤에 쌓여 있는 마른 나무들을 살핀다. 지난봄에 베어 두었던 나무들이다. 가지를 꺾어보니 탁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난로 안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내며 타오를 것이다. 나무 둥치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전선 뭉치를 끌어 온다. 전선은 추위에 얼어 뻣뻣하다. 차가우면 딱딱하게 얼고, 따스하면 부드럽게 녹고. 사람들이 풀어가야 할 인연을 전선이라는 무생물이 더할 수 없이 간략히 설명해 준다.

전기톱을 꺼내 캡을 열고 오일을 살핀다. 흔들어 보니 오일은 충분하다. 손가락 끝으로 톱날을 긁어 본다. 아직은 날이 괜찮다. 둥근 줄로 날을 세워 볼까하다가 그대로 쓰기로 한다. 안전 버튼을 누르고 방아쇠처럼 생긴 스위치를 누르자, 굉음을 내며 톱날이 빠르게 돌아간다.



전기톱으로 가볍게 마른 나무를 누르자, 하얀 톱밥이 바짓단으로 쏟아진다. 전기톱은 딱딱한 겉껍질을 헤치고, 나무의 하얀 속살로 비집고 들어간다. 전기톱을 위 아래로 움직여 자르는 면이 둥글게 파이며 한 곳으로 집중되게 만든다. 마침내 나무는 가벼운 비명을 지르며 갈라진다. 다시 나무 둥치를 움직여 40Cm 정도 앞으로 내민다. 다음번으로 장작이 될 가지다. 나는 이 과정을 반복한다.

해가 뜨는 동안, 30분쯤 나무를 잘랐다. 어깨와 가슴에서는 김이 올라올 정도로 뜨거운데 손끝과 발가락이 따갑다. 동상이 걸릴 정도로 차가운 날씨다. 이쯤 하자. 충분하다. 나는 문득 옛 사람들의 삶을 떠올린다. 아침에 일어나 30분 정도만 장작을 패면, 온 식구가 하루 종일 따스하게 지낼 수 있다. 남는 것은 장에 내다 팔아서 아내의 고무신과 아이의 참 빗을 사오곤 했겠지. 자연은 넉넉하다. 사람에게 부족함이 없다. 욕심이 늘 사람을 가난하게 만든다.



장작을 한 곳에 차곡차곡 쌓아 둔다. 나는 쌓인 장작들의 동그란 단면을 살핀다. 장갑을 벗고 나무가 잘린 부드러운 면을 만져본다. 나는 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좋아한다. 매끄럽게 잘린 나무의 단면은 여성의 젖가슴만큼이나 부드럽다. 장작과 여성, 이 두 가지는 모두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다. 굉장한 내면의 에너지로 세상을 밝힌다. 나는 이미 인생의 얼음 구덩이 속에서, 한 여인의 구원을 받은 적이 있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처음의 과정을 거꾸로 되 집는다. 전기톱을 치우고, 조그만 빗자루로 톱날을 턴다. 전기 줄을 잘 말아서 챙기고, 대나무 비를 들어 톱밥을 쓸어 모은다. 이제 2~3일은 걱정 없이 난로에 장작을 태울 수 있다. 오늘 오후, 뜨거운 장작 난로 곁에는 사람들과 고양이가 모여들 것이다. 커피 잔을 들고,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고소한 냄새를 마구 피워내면서 삼겹살을 구울 것이다.

팔공산엔 쌀알 같은 눈이 내리고 있고, 세상은 적막 속에 정지해 있다.


고성(古城) 아래 별자리...

www.allbaro.com

추천 0

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써주신 글에서 자연의 고마움과 사랑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기원합니다.

최덕형님의 댓글

최덕형

나도 오늘도 장작을 패기 위하여 아침부터 도끼와 해머를 들고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거실에서는 지글지글 벽난로에서 참나무 타는 냄새가 정겹네요.
금년에는 통나무 장작 3톤을 사서 재 놓고 필요할 때마다 도끼로 패서 쓰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통나무를 통채로 난로의 옆구리에 쑤셔 넣어두면
그냥 몇시간이고 탁탁 소리를 나면서 타지요.
거기에 강화에서 수확한 속노란 호박고구마를 구우면
지글지글 끈적끈적한 꿀이 나오면서
쫀득쫀득^^
둘이 먹다가 옆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르고 먹는답니다.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난로 옆에 흔들의자를 가져다 놓고
진한 커피 한잔이면
세상사 모든 시름을 잊고 살지요.

우리 집에서
거실 정면을 바라보면
강화의 서해 바다가 보이고요.
서쪽으로는 마니산이 보이지요.
뒤에는 길상산이 떡 버티고 있지요.

이따금 벗들이 놀러와
포구에 나가 회 한접시 떠다놓고
소주 한잔으로 세상사를 이야기 하지만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야
세상사 어떻게 돌아가면 뭐합니까
그저 등 따스하고 배부르면 그것으로 만족이지요.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전에 부모님댁에 벽난로가 있었습니다. (벽에 고정식이 아니라, 그냥 쇠 난로임)
정원수 가지치기 한 것들이라든가.. 산속에서 썩은 나무 가져와 톱으로 잘라서
땔감으로 사용했었지요... 군고구마도 구워먹고..
문제는.. 불을 지필때 연기가 너무 나는 것이었습니다.
연통을 아무리 높게 해도 연기에 온 집안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나무가 나빠서 그런가 보다해서
인근에서 장작을 사서 썼습니다만
그래도 연기문제가 해결안되었습니다.

나중에 난로 산 곳에 문의해봤더니
전용 통나무장작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런 거 파는 곳을 가봤더니
둥근 통장작 하나하나가 종이 포장이 되어있더라구요... 수입품이었지요..
나참.. 아니 이런 장작도 수입하나 싶더군요...

가정집에서 쓰는 벽난로.. 이거 진짜 비싼 장난감입니다...

최덕형님의 댓글

최덕형

우리 집의 벽난로도 처음엔 집을 지을 때 매립식으로 하였더니 열효율이 떨어져 다시 설치하였습니다.
난로의 구조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서 제작해서인지 우유곽 2-3개 넣고
장작 쪼갠 것 몇 개 넣고 토치로 불을 붙이면 잘 붙습니다.
우리 집 난로는 또 보일러와 연계하여 난로의 열로 온수를 데워 온수가 순환되면서
방을 덥게 하는 난로 겸 보일러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같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이 예전의 절반밖에 들지를 않는답니다.
낮에는 난로만 펴 놓아도 집안에서는 훈훈한 훈기가 가시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밤에도 난로에 불이 있는 이상은 온수는 순환되면서 집안을 덥히니까 역시 기름 절약되고요.
따라서 벽난로는 사치품도 값비싼 장난감도 아닌 시골에서는 필수품이랍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씨에도 우리 손주가 놀러와서 덥다고 옷을 훌러덩 벚어 던지네요..

기름 보일러는 보통 2시간에 10분 정도 돌아가도록 설정해 놓고요.
낮에는 완전히 꺼 놓는답니다.

기름 절약되지요.
운치있지요.
따스하지요.
물론 피울 때 연기도 전연 나지 않지요.
아니 집안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어요.

수입 장작을 쓴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그런 것도 있나요?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인용:
원 작성회원 : 최덕형
우리 집의 벽난로도 처음엔 집을 지을 때 매립식으로 하였더니 열효율이 떨어져 다시 설치하였습니다.
난로의 구조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서 제작해서인지 우유곽 2-3개 넣고
장작 쪼갠 것 몇 개 넣고 토치로 불을 붙이면 잘 붙습니다.
우리 집 난로는 또 보일러와 연계하여 난로의 열로 온수를 데워 온수가 순환되면서
방을 덥게 하는 난로 겸 보일러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같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이 예전의 절반밖에 들지를 않는답니다.
낮에는 난로만 펴 놓아도 집안에서는 훈훈한 훈기가 가시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밤에도 난로에 불이 있는 이상은 온수는 순환되면서 집안을 덥히니까 역시 기름 절약되고요.
따라서 벽난로는 사치품도 값비싼 장난감도 아닌 시골에서는 필수품이랍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씨에도 우리 손주가 놀러와서 덥다고 옷을 훌러덩 벚어 던지네요..

기름 보일러는 보통 2시간에 10분 정도 돌아가도록 설정해 놓고요.
낮에는 완전히 꺼 놓는답니다.

기름 절약되지요.
운치있지요.
따스하지요.
물론 피울 때 연기도 전연 나지 않지요.
아니 집안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어요.

수입 장작을 쓴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그런 것도 있나요?


아주 다용도 벽난로를 설계장착하셨네요...
제가 뭐 난로에서 고구마만 구워먹은 일천한 경험으로 잘 모르지만
저희부모님댁에서는 연기가 하도 나서 벽난로를 아예 철거하고
무쇠 난로 (사진 첨부)를 하나 샀었지요.
근데, 이것도 연기가 빠져나와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장작에 따라서, 또 불쏘시개에 따라서, 초기에 불 지필때나
불 붙었을때에 연기가 많이 나는 나무들이 있다고 해요..
소나무처럼 송진이 많이 있는 나무는 불이야 잘 붙지만
연기가 많이 나는 편 아닌가요?? (전 잘 모릅니다^^)

하여튼, 그래서리..
도대체 외국 영화보면 벽난로에서 폼나게 분위기 잡던데
우리집은 왜 이모양인가 연구 검토(?)끝에
서울 논현동 인테리어설비 가게들에 문의해보니

벽난로용으로 연기도 많이 안나고, 또 오래 타는 나무들이 따로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스웨덴제던가 노르웨이제던가..하여튼 시험삼아 서너개 사다가 때봤던 적이 있었어요.... 얼마하였던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네요..

어머니가 아파트로 이사하시면서
이 무쇠 난로는 제가 집어와서, 우리집 거실에 순전히 장식용으로 놓여있습니다...ㅎㅎ

최덕형님의 댓글

최덕형

아! 그러셨군요.
우리 집 난로는 내가 설계한 것이 아니고요
모 방송사 PD를 지내시던 분이
양평에 전원주택을 지우시고 벽난로를 설치하셨는데 영 불편해서
오랜 세월을 연구하여 제작한 것이라는 소개를 받고
우리 집에도 설치를 했는데 정말 좋아요.
그냥 참나무를 사다 쓰는데 연기도 없구요
화력도 좋구요...

진인구님
시간이 나시고 강화도에 오실 기회가 있으시면
한번 놀러오세요.

사진!
별로 많이 찍어 보지도 못했고
아는 것도 없지만
함께 대화를 나누며
좋은 조언도 듣고요.
또 좋으시다면
포구에 나가 회 한접시 떠다가
소주 한 잔 나누면 어떨런지요.
그리고 난로도 구경하시고요.

저는 퇴직 후 지금은 백수가 되어서
언제든지 시간이 있거든요.
전화 연락주시고 오시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011)9703-5760입니다.

사진을 올리고 싶어도 어떻게 올리는지 몰라서 올리지를 못하겠네요.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인용:
원 작성회원 : 최덕형
아! 그러셨군요.
우리 집 난로는 내가 설계한 것이 아니고요
모 방송사 PD를 지내시던 분이
양평에 전원주택을 지우시고 벽난로를 설치하셨는데 영 불편해서
오랜 세월을 연구하여 제작한 것이라는 소개를 받고
우리 집에도 설치를 했는데 정말 좋아요.
그냥 참나무를 사다 쓰는데 연기도 없구요
화력도 좋구요...

진인구님
시간이 나시고 강화도에 오실 기회가 있으시면
한번 놀러오세요.

사진!
별로 많이 찍어 보지도 못했고
아는 것도 없지만
함께 대화를 나누며
좋은 조언도 듣고요.
또 좋으시다면
포구에 나가 회 한접시 떠다가
소주 한 잔 나누면 어떨런지요.
그리고 난로도 구경하시고요.

저는 퇴직 후 지금은 백수가 되어서
언제든지 시간이 있거든요.
전화 연락주시고 오시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011)9703-5760입니다.

사진을 올리고 싶어도 어떻게 올리는지 몰라서 올리지를 못하겠네요.



하하 ..이거 영광입니다. 라클 3년에 초대받은건 이번이 처음임다... ^^
강화도 가고 싶은데.. 운전하기 싫어서 못갑니다..
직행버스 타고 한번 바람쏘이러 가야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겨울엔 어디 바람이 쎄서 원...

참..댓글 올리면서 사진 첨부하는 건 간단합니다.
댓글 쓰는 에디터(편집기) 화면 상단 중앙에 스마일리 :-) 표시 바로 우측에
클립 표시 있지요. 그거 누르면 사진 업로드 창이 뜹니다.. 거기서 진행시키면 됩니다.

박상덕님의 댓글

박상덕

저두 집에 4년전에 설치한 벽난로가 있는데...
올초 잘 말리지않은 생 소나무를 썼다가 큰일날뻔 했었습니다.
송진이 연기를 타고 올라갔다 굴뚝 끝에서 머물러 있다 불이 붙어 버린것입니다.
다행히 굴뚝 일부만 태우고 말았지만 소방차가 물을 엄청 부어버린 바람에 수해피해를 엄청 입었었죠..
설치회사서는 그런말을 듣지 못했었는데...사고후 당연하단식으로 이야길 하더군요...
제가 무식한 탓이니 누굴 원망 할수도 없고...
그래서 요즘엔 완전히 마른 장작 외에는 사용을 안합니다.
장작을 만드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더군요..ㅠㅠ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