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하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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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신 정식
- 작성일 : 08-12-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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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것이거나
다시 찾아오지 않는 그리움에서거나
다시 해 볼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등...
내게는 이맘때가 되면 찾아오는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하얀 산...
20대와 30대를 통하는 동안 나는
이 맘때면 해마다 하얀 산을 그리워하며 길을 떠났다.
어느 산이건...하얗기만 하면... 당시에는 주로 설악이였지만...
배낭에는 거의 홀로 지낼 2주일분 먹거리와 2인용 텐트 그리고 카메라가 들어있었으니
지고 들고 끌기에도 요샛말로 장난이 아닌 짐이었다.
집에서,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눈총도 보통이 아니었으나 눈 먼 여자친구(애인 ?)조차 없던 내게는 하나 남은 즐거움이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산 밑에만 서면 어느 새
짐을 나누어 질 산꾼이 생겼다.
여자친구(애인 ?) 대신 이름도 얼굴도 잘 몰랐던 짐승같이 생긴 그들이었지만
우리는 항상 마음이 통했다.
말 수는 별로 없지만 같이 있어 편했고 겨울 산바람에 검게 그을고 살이 텄지만 마음은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산에 가는 참 맛은 그들과 함께하는 산에서 나온다.
그들의 눈은 세상에서 제일 성능 좋은 카메라요 기억은 필름이다.
나누는 대화는 앨범이고 기울이는 소주 한잔은 추억이 되었다.
사실 그 때는 그들과 나는 카메라가 별로 필요치 않았다.
이제서야 남은 필름으로 추억을 더듬을 뿐...
하얀 산에는 구름이 끼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지만 무엇보다 더 걸작인 것은 상고대다.
상고대는 맑고 매우 추운날 아침에 습하고 강한 바람이 지나다가 나무에 얼어 붙어 잘 만들어진다.
어떤 이는 눈보라가 나무에 붙어 생긴다고 하는데 나무에 눈이 붙으면 금방 바람에 떨어진다.
겨울 하얀 산은 눈과 상고대로 단장을 한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험한 길을 오르다 만나는 모습은 천국이다.
어떻게 사람의 말로 다 표현할까.
세상에 가장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어떤 표현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 처럼...
같은 산을 두고 상고대는 여러가지 사랑 표현을 한다.
마치 사랑하는 이에게 우리가 여러가지 표현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듯이...
그리고 때로는 멀찍이 떨어진 그에게 더욱 강렬한 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듯이...
올 해도 어김없이 겨울은 오고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제는 안타까운 마음만으로 세월의 흐름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에게 하얀 겨울 산은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상고대 처럼
그리고 따뜻한 그의 입김에 녹아 사라지는 상고대 처럼
다만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Nikon F2 Photomic A, Nikkor 24mm/f2.8, Zoom Nikkor 25-50mm/f4, Ektachrome 64, V700
1983 년 1월
댓글목록
원매근님의 댓글

콩쯔의 '아는 자는 물과 같고 어진자는 산과 같다'라는 말과 같이 산을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예전부터 겸손하시고 마음이 삐둘어진 사람이 없다고 느껴 왔습니다. 사진을 보니 왜 그런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하얀 산에서 靜의 미를 봅니다.
노현석님의 댓글

처음 뭣도 모르고 겨울지리산을 혼자 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난 다음해부터는...
중독처럼 산에 혼자 올랐지요. 누군가 왜 혼자가냐고 물으면
"거기 가면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아요, 같이 저녁에는 삶을 이야기하지요..."
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옛기억이 나서 반갑고 고마운 사진과 글에 몇자 적었습니다.
조만간 다녀와야 할 듯합니다. 엄청난 뽐뿌(push)인데요...^^
강인상님의 댓글

사진의 의미를 충실히 다하는 사진입니다.
언제라도 이렇게 꺼내어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그렇습니다.
눈 덮인 설원이 정말 멋지고 아름다워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이렇게 설경이 멋진 겨울 산에 오르고 싶어집니다.
소중한 사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덕형님의 댓글

옛날 젊은 시절
친구들은 날보고 베낭병 환자라고 했지요.
그러나 허리 수술 후 지금은 동네 뒷산에 오르는 것도 귀찮아졌지요.
언제부터인가
카메라는 장농 속에 깊이 숨어 버렸고
그리고 또 언제부터인가
다시 카메라를 꺼내어
먼지를 닦고
노출을 맞추어 봅니다.
겨울산!
쾐스레 눈물이 날려고 하네요.
좋은 사진 감동적으로 잘 보았습니다.
새해에는 나도 힘을 내어
카메라를 둘러메고
다시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지난 여름 관곡지에 갔더니
휠체어를 타고 카메라를 들고 나온 머리 허연 노인을 보았습니다.
그 옆에는 역시 주름진 얼굴
그러나 환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가 동행했구요.
나는 그 노인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존경의 눈으로
그 분을 바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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