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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위내시경 검사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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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진인구
  • 작성일 : 08-12-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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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도 위 내시경 보기로 예약까지 다 해놨는데, 속병이 다 나았다면서,
검사를 다음으로 미루자고 한 어머니..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가만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겁이 나서 그랬던 것이다.


지난 9월 5일 속이 더부룩하다하여, 이번에는 기필코 어머니 위내시경을 보게 하자고
의사와 “합의”하였다. 어머니는 병원에서는 뭐 별말씀 없더니, 집에 와서는 위내시경이
기럭지가 얼마나 기냐.. 얼마나 굵은 것이냐.. 아프냐? 등등 내게 묻는다…

수면 내시경이니 어머니는 아무런 느낌 없이 .. 기억도 없이.. 내시경 보는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하여도, 수면내시경이 어떤 건지.. 받아본 적이 없으니
내 설명으로는 잘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며칠 조용하다싶었다..
9일이 검사일인데, 8일 아침에 어머니가 전화를 해왔다. ..

“얘야.. 내가 감기가 걸리고.. 몸살끼가 좀 있어서.. 어지럽고…
속이 불편하여 먹지를 못하고..
강아지가 아파서 동물병원에도 갔다와야하는데.. 어쩌구..저쩌구…
그러니.. 내일 위내시경을 다음으로 미루고.. 아니 아예 취소토록 하여라..
간호원한테 잘 설명해서 그렇게 하여라.. “하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전화를 뚝 끊으셨다.


겁이 나신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에 내시경 검사 안받으면 안된다고
나도 강하게 공갈협박조로 팩스를 써서 보냈다
(어머니는 청각장애2등급의 청각장애가 있어, 전화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검사일 아침에 모시러 갔더니.. 각오가 이미 되신 모양.. 곱게 차려입고.
내가 오길 기다리고 계셨다. (어머니는 병원에 갈 때 복장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신다)



(병원 대기실에서, 어머니는 애써 태연한 듯한 표정이다)


간호원한테 어머니를 넘겨드리면서.. 어머니가 청각장애로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였는데... 검사가 10분 정도 만에 끝났다..



(9월9일 오후 12:37 검사중인 환자 명단에 어머니 이름 나왔다. 역사적인 날이다)

모든 진행상황이 보호자 대기실에 LCD 판에 다 나온다.. ..
추측컨대, 별일 없는 모양이다.
종양이라도 있었으면, 조직검사한다고 더 시간 끌었을텐데..
그런데, 회복실에 들어가신 분이 1시간이 지나서야 나오신다
(나중에 알았는데.. 회복실에 들어갈 때에도 이미 정신 차린 상태였던 모양인데,
귀가 안들려서, 그냥 간호원이 지시할때까지 회복실에 누워있어야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추워서 혼났다고 하셨다.. 아이구 맙소사.. )


다른 장애인과 달리, 청각장애인들은 장애인 티가 전혀 나지 않는데,
병원 같은데에서 이런 장애인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게 이상하다고
항의하여 놓았다.. 환자가 장애인인지 아닌지를 사전에 확인하여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믿는다.

어머니는 내시경 검사에서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지셨다.
아침에 집을 나설때만해도, 어쩌면 그게 강아지들과 마지막 보는 것 아닌가 싶어
눈물이 핑 돌았었다고 하였다.

아침을 굶고 검사를 한데다가 아무 이상 없다는 안도감에,
어머니는 그날 점심으로 온면과 만두를 많이 드셨다.
만두 2개는 그만 드시고, 집에 싸갖고 가자고 내가 그랬지만,
내말을 무시하고 그냥 다 드시겠다고 우기더니, 결국 반개는 남기고 가야했다..



==========

Zeiss Ikon (ZM)
Nokton Classic 35mm SC
Kodak Gold 100
2008-9
추천 0

댓글목록

문병철님의 댓글

문병철

병원에 가는 일 자체가 무서운 일이죠.
그래도 검사 받게 하신 일은 무척 잘하신 일인것 같습니다.

어머니 혼자 멀리 떨어져 계시는데
자주 찾아 뵙지 못해 늘 걱정이고 죄송스럽습니다.

잘하자고 말로만 다짐하는 자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홍경표님의 댓글

홍경표

저도 팔순이 다 되어가는 어머니를 누나에게 맏기고 멀리 있자니 마음이 말이 아닙니다.
전화를 자주드린다는 것도 게을러 빼먹기 일수이고...
사진을 보니 어머니가 몹시 그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신현동님의 댓글

신현동

우리 모두의 어머님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또한 장애인인 저를 웃으며 살 수 있도록 해 주신 제 어머니도 건강하시길,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지민숙님의 댓글

지민숙

진인구 선생님의 어머님에 대한 사진, 글. 참 좋습니다..
가슴따뜻한 어머님사랑, 보는이의 마음도 훈훈합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참 효자시네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부모님이 안계시는 저는 참 부럽습니다.
살아계실 때 정말 잘해 드려야 한다고 지인들에게 강조하지만
막상 저는 잘해드렸냐고 반문하면 고개가 숙여 집니다.^^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어머니를 향한 진인구 선생님의 마음이 왈칵 다가옵니다.

저 또한 이렇게 효자 노릇하고 살아야할텐데요...^ ^


성탄절에 좋은 글과 사진 접하니 마음이 무척 따뜻합니다.

즐거운 성탄 보내세요.

전형태님의 댓글

전형태

아름다운 글입니다. 진인구님의 어머님께서도 내내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시길 빕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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