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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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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진인구
  • 작성일 : 08-12-15 23:39

본문

//
11월 어느날.

함경도 청진에서 초중고및 직장을 다녔던 어머니는
실은 함경도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머니의 친정아버지가 서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머니 스스로가 자신을 함경도 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청진은 어머니의 고향과 다를 바 없다.

이북사람들은 냉면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들은 또한 겨울철에도 냉면을 더더욱 즐긴다고 들었다.

어머니 또한 냉면을 즐겨드신다.
또한 겨울철에도 냉면을 즐겨드신다.
(난 겨울에는 속이 얼얼해져서 냉면 안먹는다. 난 이북사람이 아니다.)
그럼, 어머니는 이북사람인가?

===

어머니는 친정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지금도 일요일 (교인들은 주일이라한다)에는 별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는한
교회에 가신다.

특별한 이유라는 것도 실은 특별할 것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감기가 걸렸다던가... 허리가 아프다던가...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던가...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다던가...
아니면.. 그냥 왠지 가기 싫다던가...^^

나는 가급적 일요일을 피해서 어머니와 점심식사를 함께 할때가 많지만
어머니가 교회를 안 가실 정도로 "특별한" 날에는
특별히 일요일이지만, 어머니 몸 보신을 위하여, 점심을 같이할 때가 많다.

내가 어머니와 단둘이서만 식사를 할때에
어머니가 식사전에 기도를 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달 어느날 냉면 드시러 가서는 기도를 드리더라..

찍을때는 생각 못했는데
가만 보아하니
이 냉면 집이 교회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에 있어서
주일에 교회 땡땡이 친게 맘에 걸렸던 것 아닌가 싶다.
수저가 이미 냉면 그릇에 들어간 걸로 보아..
갑자기 기도할 생각이 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
명일동에 있는 이 냉면집 주인 할머니는
평안도 사람이다.
어머니는 이 할머니를 볼때마다
자기도 평양 살았다고.. 마치 평양사람인 듯이 말한다
어머니는 평양에서는 몇년 밖에 안살았다.
이 두 할머니들은 이렇게 가끔 볼때마다
서로 나이가 얼마냐고 묻는다
(울 어머니가 두살 더 많이 드셨다)


///

어머니와 식사할때에는 내가 사진을 몇장 찍는다..
어머니는 사진 보는 걸 좋아하신다.
그러나, 자기의 늙은 모습을 보는 것은 싫어하신다.
그래도, 나는 찍는다.. 쿠사리 들어가면서..


이번 주에 이 사진 인화해서 보여드려야하겠다


///
ZI
Summilux 50mm
Kodak 400 UltraMax
추천 0

댓글목록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기도)입니다.
그리고 아주 미인이십니다.

저도 어머니의 실제 기도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거실에 걸어...
'어머니의 기도로 살고 있다'고 늘 고백합니다.

어머님을 생각할 수 있는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 정식님의 댓글

신 정식

세월에 따라 갖는 정서는 각기 다 다른가 봅니다.
보이는 이와 보는 이의 정서도 그가 갖는 세월의 나이 만큼이나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지요.
조용한 미소가 얼굴에 비치는 글과 사진입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박유영님의 댓글

박유영

진인구선생님의 위트넘치는 글도 재미있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진도 한참을 보게 만듭니다.

더불어 박경복목사님의 댓글, 변형시켜보자면 "부모님의 기도로 지금 내가 살고 있다"는, 한 번
도 부모님 앞에 고백해보지 못한, 앞으로도 고백하지 못할 것 같은, 고백 같잖은 마음속의 독백
이 가슴을 칩니다. 감사합니다.

박 강 민님의 댓글

박 강 민

'그러나, 자기의 늙은 모습을 보는 것은 싫어하신다.
그래도, 나는 찍는다.. 쿠사리 들어가면서..'

진인구님의 애틋한 마음을 훔쳐 보면서 많이 깨우칩니다..
어머님과의 소박하고 행복한 외식이 냉면의 면발처럼 길게.. 한 30년은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한수길님의 댓글

한수길

저는 아버님이 함경남도 북청이십니다 물론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경북 강구에서 출생 하셔서 서울로 어려서 올라와서 사시다
2년전 소천 하셨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예수믿는 분이시고 저도 믿습니다
젊어서 교회생활 못하다 30세 부터 전격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님
저 위해 기도 많이 해 주셨거든여 저는 기도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선생님
의 어머니께서도 기도 많이 하실겁니다 얼마나 행복한것인지 아시져 저는
지금도 살아 생전에 효도 못한것이 가장 맘에 걸려 가끔씩 눈앞이 어른 거리
곤 한답니다 ^^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인용:
원 작성회원 : 한수길
저는 아버님이 함경남도 북청이십니다 물론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경북 강구에서 출생 하셔서 서울로 어려서 올라와서 사시다
2년전 소천 하셨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예수믿는 분이시고 저도 믿습니다
젊어서 교회생활 못하다 30세 부터 전격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님
저 위해 기도 많이 해 주셨거든여 저는 기도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선생님
의 어머니께서도 기도 많이 하실겁니다 얼마나 행복한것인지 아시져 저는
지금도 살아 생전에 효도 못한것이 가장 맘에 걸려 가끔씩 눈앞이 어른 거리
곤 한답니다 ^^


아하.. 피난가서 태어나셨나요? 제가 그러합니다만... ㅎㅎ 저도 호적에 부산 동대신동에서 태어났다고 되어있습니다만...바로 서울로 올라왔다합니다..

제 할아버지가 함남 정평(함흥 바로 밑에 있음)이 고향이지요.. (제 작고하신 아버지는 자신이 함경도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지요..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서 그런가봅니다).. 제 사촌형들 중에는 정평에서 국민학교 다닌 형들도 있지요..

전 뭐 효도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기 보다 등떠밀려서 하는 기분이 좀 있구만요.. ㅎㅎㅎ
어쨋거나 어머니가 저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 되어서리... 저도 어머니 마음 불안불편하지 않게 해드리려고 신경 쓰는 정도일 뿐입니다..

온라인상이지만 서로 알게 되어 반갑습니다.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어머님을 생각하시는 자식의 정이 물씬 풍기는 사진과 글입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주변 인물보다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담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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