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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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명기
- 작성일 : 08-12-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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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좋은 일을 좋은 일로만 받아들이지 못할까? 야아 이건 참 좋은데? 하고 그 행복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다음 순간이면 곧바로 잊어버리는 어린아이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행복 관을 더 이상은 지니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나이 탓인가?
어쩌면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너무 많은 사탕발림과 지독한 배신을 준비했던 선량한 미소와 부딪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은 일을 좋은 일로만 생각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라니. 중년을 넘어가는 나이에 새삼 당황하고 있다. 좋은 일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 믿어 보자.
일 년 전, 좋은 뜻으로 즐거운 미소를 지어가며 K연구소를 만들었다. 한 달도 안 되어 나는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 어느 한사람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의론을 하거나 일을 함께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도용할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상아탑의 현실에 절망했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결국 일 년여를 질질 끌어 오다가 매우 아름답지 못하게 마무리가 되고 말았다. 내가 맡긴 원고를 마음대로 제 이름으로 바꾸어 잡지에 발표한 몰염치한 사람에 대해 항의하다가, 연구소를 나오고 말았다. 그런 벽이 없었다. 그런 몰상식과 무뢰와 비합리적인 패거리의 벽은 세상에 없었다. 나는 소송을 준비하다 그만 웃고 말았다.
관두자, 말이 되는 위인들과 상대를 해야지. 차라리 날아가는 말 방귀를 가지고 시비하는 편이 낫겠다.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은 관련 된 곳 여기저기에, 김국장이 엉터리며 연구소에서 잘렸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누가 누구를 자른다는 말인가? 내가 설립하고 내가 일 년여 돈을 대 키운 연구소인데...
누군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은 믿으시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지.
두 번 째 사람이 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은요?
그래도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세 번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럼 믿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 한비자 중에서 -
일부 내가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은 옳커니! 하고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소문을 복제하고 다녔다. 여기저기 김국장은 잘렸다고 팩스까지 뿌렸다. 신난 사람들은 내가 연구소에 있으면서 각 기관에 제출했던 연구 과제를 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부담 없이 내 아이디어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열심히(?) 연구를 했다. 돈도 지원 받고 해외에 전수조사도 떠나고, 결국 K연구소의 세 바보들은 죽 쑤어서 개 준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나를 오랜 동안 보아 온 사람들은,
김국장님, 이게 뭐예요? 뭐 이상한 팩스가 날라 왔어요. 이 사람들 김국장님을 몰라도 너무 모르네요.
사람을 한 번 믿으면 그만이지. 어디서 이런 잡X 들이, 멀쩡한 사람을...
하며 내게 두 배의 신뢰를 보여 주었다. 나와 그들과의 관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지난 11월 현재 여기까지로 이야기는 멈추어 있었다.

김국장님이십니까?
네.
지금 어디계십니까?
네, 지금은 수업중입니다.
그 K연구소에는 안계십니까?
네, 일 년 전에 그만 두었습니다.
아니 그래요? 그간 김국장님의 페이퍼를 보고 김국장님이 계시는 K연구소에 일을 주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더군요.
이름을 들어보니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이다.
아, 그러셨군요. 저는 그 연구소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습니다.
언제 시간이 나십니까? 일단 빨리 만나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은 이상한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김선생님 반갑습니다.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그거 알아요? 이번 프로젝트에 00대, XX대가 함께 경합하는데 K대는 빠졌어요.
왜요?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이 맡았던 프로젝트를 엉망으로 만들었어요. 이젠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지요. 학계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은 결국 얌전히 있지 못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얕고 무지한 사람들인지를 만천하에 떠들고 말았구나. 자신들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이 무엇인지는 알아야지. 아마 호랑이를 보았다는 유언비어는 이제 그들의 목덜미를 물고 달리는 진짜 호랑이가 되어 버렸다. 이제 그들은 영원히 그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머지않아 타인들은 그들을 완전히 매장 시키고 말 것이다.
김국장, 이번에 새로 소장을 맡은 W입니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김국장, 허허 이거 참. 내가 새로 연구소 소장을 맡았는데, 00대 교수에게 전화가 왔어. K대 연구소에서 일을 엉망으로 했다고 학계에 소문이 파다하다고, 당신이 그럴 사람은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그러니 나는 영문도 모르고 이게 뭡니까? 김국장, 그간 섭섭한 일도 많고 힘든 시간도 겪으셨지만, 빠른 시간 내에 한 번 만납시다. 연구소 다시 제대로 돌려야지. 김국장이나 나나 그런 사람들 아니잖아요?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과 아무런 인연을 가지지 않았다. 백해무익한 존재들. 나는 내가 하는 일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았다. 다행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달리 한 눈을 팔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세상은 세상 나름대로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옛사람들은 이미 알고 문장까지 남겨 두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아마도 머지않아 나는 다시 새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 진행과 결과는 확신하고 있다. 나는 내가 변하지 않는 사람인 것을 안다. 나는 결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호랑이의 유언비어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행복할 것인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일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 믿어 보자. 정말로 마음을 다해 믿어보자.
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혹시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러한 사람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배님께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
오늘도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따뜻한 겨울 되세요.
홍건영님의 댓글

저는 몇 년 전부터 박사과정에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나쁜 습관이 생겼습니다
학부때, 석사때 지켜보면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의 부류로 분류될 법한 사람들은 대개 박사 과정에 뜻을 두더군요 (다른 박사과정 혹은 박사님들에게는 일반화의 오류를 미리 사과드립니다)
김명기님의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그 사람들이 오버랩됩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올해초 제가 한일중 제일 잘한일중 하나가 제 어시스턴트를 짜른 일입니다. 일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녀석을 그냥 그대로 데리고 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면접을 보고 다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좁다보니 면접에서 제친구들이 인터뷰를 했던 모양입니다.. 제 작업물들을 가지구서... ㅋㅋㅋㅋ
그런데 그런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두십시오..
언젠가는 다 밑천이 들어나는게 세상의 룰이더라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박장필님의 댓글

그래도 좀 생각이 있는 copier라면 자기가 빌붙는 idea bank에 위해를 가하진 않겠죠.
위의 경우는 정말 답도 안나오는 경우군요.
맘 추스리시고, 다시는 그런 인연 안만나시길 바랍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그래서, 전 어릴적 선생님이 주신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머리 나쁜 놈은 머리 쓰면 안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한 머리나쁜 사람은 쓰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머리가 나쁘지 않은 사람일까요?
몸의 움직임을 보면 저는 그 사람의 머리 수준이 대충 감이 잡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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