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굴과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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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명기
- 작성일 : 08-11-2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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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지인께서 통영에서 굴 한 상자를 보냈다.
산골의 저녁 식탁은 느닷없이 풍성하다.
내 20년 지기(知己)도 통영사람이었건만
그는 나를 배신한 천추의 한.
같은 통영 사람으로 어찌 이런 반영(反影)이 생겼는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내 부덕을 돌아본다.
싱싱한 생굴에 소주를 나누다,
문득 옛사람의 정취가 돋아났다.
십오종군행(十五從軍行)
월하독작(月下獨酌)
비파행(琵琶行)
적벽부(赤壁賦)
문득 두보와 백낙천과 蘇軾. 게다가 안부민가.
어른과 나는 턱도 없이 거룩한 시론으로 분분하다.
조촐한 저녁 상위에 대책 없는 한시(漢詩)가 흐른다.
나는 본시 가난한 사람이지만
밥상에 흐르는 도도한 시상.
어른과 담론하며 웃는 저녁
문득 떠 오른 옛 선현의 시 한수, 소주 한 잔
아아,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거지다.
뉘라서 내게 시(詩)를 들고 시시비비를 하리.
나는 잃을 것 없는 행인(行人)에 불과 한 것을.
웃으며 높이 든 술 잔 아래
아는 이 없는 가슴 아픈 추억만
조심조심 방울져 흐른다.
고성(古城) 아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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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요즘 굴이 제철이라 들었습니다.
또한 올해는 바다의 풍년이라고 하더군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또 다시 송두리째 그 기억을 들고
이렇게 별안간 찾아와
옛 기억에 젖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박상덕님의 댓글

겨울이면 국 구어먹는 재미가 참 좋았었는데...
올해는 굴 수확이 별로라더군요...
추운날 모닥불 피워두고 동네 이웃들과 굴 구어 먹는맛...최고죠^^
김명기님의 댓글
늘 따스한 답글을 주시는군요.
사람의 품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글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원 작성회원 : 강인상
요즘 굴이 제철이라 들었습니다.
또한 올해는 바다의 풍년이라고 하더군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또 다시 송두리째 그 기억을 들고 이렇게 별안간 찾아와 옛 기억에 젖게 하는 것 같습니다. |
김명기님의 댓글
아 구워먹는 방법도 있었네요.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
김에 싸서 초장 찍어 먹는 방법으로 즐겼는데,
오늘 저녁에는 한 번 구워도 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 작성회원 : 박상덕
겨울이면 국 구어먹는 재미가 참 좋았었는데...
올해는 굴 수확이 별로라더군요... 추운날 모닥불 피워두고 동네 이웃들과 굴 구어 먹는맛...최고죠^^ |
오장원님의 댓글

늘 좋은글 잘 감상합니다.
농담은 잘 안하는데, 오늘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유머로 올리신 것이시겠지만...
마지막 사진은 마치 지구를 지키시러 오신 분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원로 가수 같기도 하고요. ^^
감사합니다.
조철현님의 댓글

갑자기 소주 일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같이 한잔 하면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은 줄어 드는데
공짜 굴과 곁에 사람이 부럽습니다. ^^
김윤진님의 댓글

김명기 단장님 오랜만입니다
한번 만나야 하는데 ---
좋은글 잘 보고있습니다
남쪽은 겨울에 굴이 좋고 , 북쪽은 이제 알도루묵이 제철입니다
도루묵 연탄불에 구워(양념간장)에 찍어서) 소주한잔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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