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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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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명기
  • 작성일 : 08-11-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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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채비



겨울엔 역시 장작난로지요.
그래?
저는 5년 전부터 장작난로를 사용해 왔어요. 저기 창고 안에 무쇠 난로 하나 놓으면, 겨울이 무척 즐거우실 겁니다.

탁탁! 마른 장작 타오르는 소리. 장작 난로에서 전해져 오는 사치스러운 온기. 수증기를 뿜어 올리는 낡은 주전자. 오렌지 빛 불꽃과 창밖의 하얀 겨울. 백열등 아래,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나누던 난롯가 정담. 고구마, 감자를 구우며 나누는 소주 한잔. 지난 몇 년 동안 장작난로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던 나는, 그저 지나가는 말로 한 말씀 드렸다.

내 예상은 틀렸다. 어른은 생각보다 훨씬 낭만적인 분이셨다는 점과, 창고가 아닌 원두막에 난로가 놓였다는 것. 서울에서 돌아와 보니, 장작 난로가 도착해 있었다.

원두막 지붕에 올라가 철사로 난로의 연돌을 고정하면서 정점에 멈춘 팔공산의 가을을 보았다. 세상은 내가 보아왔던 일상에 벗어나, 늦가을 오전 속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왼손에 철사 오른손에는 펜치를 든 채, 한동안 아침 햇살 아래 반짝 반짝 빛나는 단풍을 바라보았다. 삶은 가끔 생각지도 않았던 세월의 아름다운 속살을 보여준다.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예상치 못한, 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기꺼이 내게 선사한다.

오후에 산길 어귀에서 말차를 긁어 대던 참나무 가지를 몇 개 정리했다. 잠깐 동안 땔감이 제법 모였다. 저녁나절, 어른과 소주잔을 나누며 무쇠난로 점화식을 했다. 난롯가에는 감자와 고구마, 햄과 소주, 따스한 온기에 끌린 고양이들도 모였다. 낮엔 일하고 저녁에는 난롯가에서 감자 구워 소주한 잔. 아무래도 나는 팔공산 가을 풍광 중의 하나가 되어가나 보다.

이런 게 일석지조지.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야아 열기 좋네요.
역시 장작불에 구운 감자가 최곤기라.
오늘 겨울 채비 제대로 했어요.

달이 어찌나 좋은지 소주 한잔 손에 들고 목이 아프도록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나름 행복하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은, 인생이, 삶이, 저절로 일깨워 주겠지. 나는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뿐. 낮에는 일하고 밤엔 난롯가에 앉아, 장작을 태우며 철없는 어린 원숭이처럼 마냥 즐거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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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인택님의 댓글

김인택

저도 옛정이 그리워 난방이 잘 되는데도 불구하고 식당방에다 난로를 피운적이 있습니다
주물로 된 19공탄 3장씩 3구 총 9장이 들어가지요^^
연탄불 갈기도 귀찮은데 전 왜 그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꾸만 엣것이 그리워집니다
몇일전 안동 하회마을에 갔었습니다
초가집이 있는 풍경 너무 좋았습니다.

김복렬님의 댓글

김복렬

잘 지내시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느덧 한해가 다 가는 마당에
이곳에서는 마지막 정산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참, 아쉬움이 많습니다만...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無限/박성준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아버님 지어 놓으신 별장 마다 거실에 있는 난로군요.
한국 갈때마다 들러서 고구마 구워 먹곤 했습니다.



페치카....러시아 단어 더라고요...^^*

cho sungju님의 댓글

cho sungju

문득 톱밥난로와 벤또가 생각납니다.
표준말은 변또인가?^^
벌걷게 타오르고 무너지던 톱밥들
그래도 추웠던 교실과 무릎 헤진 바지
좀더 천당에 가까운 곳에서 호강하십니다.^^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늘 들려주시는 이야기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시리즈로 엮으셔서

책 내시면 꼭 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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