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영화를 보고...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민성기
  • 작성일 : 08-11-08 02:51

본문

몇개의 판매글 외에는 별다른 글을 올려본적 없는 유령회원입니다.

최근 저희 집근처에 아직도 영업을 하는 비디오 가게를 발견하고 그간 보고 싶었던 DVD를

빌려 보고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화를 보고싶진 않고 좀 게으른

데다 극장에 갈만한 여유도 없어진지 꽤 오래되어서 영화란것을 본지 꽤 오래되었는데

요즘은 퇴근후 마치 가뭄에 물만난듯 영화를 보는중 입니다.

몇주 사이로 때늦은 심슨 극장판 / cloverfield / there will be blood / 노인을 위한 나라

는 없다를 차례로 보았는데 방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두번째 보고나니 집사람도

자고 또 마땅히 이야기 할 사람도 없어 이렇게 글을 쓰고있습니다.

별다른 기대를 하고 본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썩 잘 만들어

진 영화란 생각이 들었고 요근래[몇년사이] 본 영화중에 가장 진지했던 영화라서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딱히 말하긴 힘들지만 영화에서 죽음을 두려워 하고 고뇌하는

보안관의 연기와 다소 혐오스런 헤어스타일의 무시무시한 살인범이 주는 압도적인 공포의

이미지는 다른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The Big Lebowski나

Fargo처럼 코엔 형제의 연출과 어우러진 몇몇 찰떡궁합 배우들의 연기조차

지금 영화를 보고나니 철지난 구제품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 하자면 이전에 읽은 몇몇 영화잡지의 컬럼에서 평론가들이

언급한 "정치적" 메시지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어두운

성찰을 짚어보는 영화라 생각되네요.

아무리 피할래야 피할수 없지만 때로는 코메디 처럼 비껴가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제7의 봉인"이 생각났습니다.

이 사람들이 어느정도의 의도를 가지고 고전을 재해석하고 입체화시켜 또하나의 멋진

계승을 한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뭐 영화보고 좀 오버하는 생각이겠지만, 1957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대략 50년 후에 영화적

후배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교묘히, 의도적으로 비밀스레 엮은 또하나의 실제적인 서사를

보는듯 하여 기분이 묘하네요 아울러 어떻게 보면 예술이란것은 이렇게 시간을 너머

앞선 시간의 사람들과 이후 시간의 사람들의 연계된, 마치 거대한 프레임 워크처럼 끝없는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물론 시대를 초월하는 천재들도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만, 요즘 제 생각으로는 많은 수재 혹은 범인들의 전통적이며 정신적인 계승의

비중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가끔 직장에서 저보다 어린 후배분들에게 제가느낀 이런 가치에대해서, 함께 만드는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하는데 막상 터놓고 이야기 하는게 어색해서인지 아니면 직장이라

알게모르게 상대방에게 벽을 만들어서인지 뭔가 즐겁고 깊은 대화로 이어지지는 못합니

다. 또 선배들은 말이 없어지거나 주식이나 먹고 살기 바쁜 이야기만 늘어놓지요.

요 며칠간 영화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싶었는데 딱히 말할 사람이 주변에 없네요.

하다못해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만 요즘 게시판 분위기도 분분한게

저녁 뉴스에서, 포털 게시판에서 보는 소모적인 수렁만 보는것 같아 아쉽습니다.

어느때 보다 외로운 세상입니다.
추천 0

댓글목록

이윤기님의 댓글

이윤기

안녕하세요? 일전에 한번 삼성동에서 만나뵈었던 이윤기입니다. 기억하실런지요?


극장의 아우라없이 혼자 보는 영화와, 그 경험을 매개로 전기통신회선상에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늦은 밤 글을 적는 것.

생각만으로도 외롭고 스산한 마음입니다.


근래의 몇년간,

저 역시 소비 일변도의 일상-한국 사회에서의 직장 생활은 개인에게도 공동체에게도 그리 생산적인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을

살다보니 무언가 생산적인-그것이 한없이 개인적인 것이더라도 말이죠- 활동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담그고 보내는 시간이

절실했던 것 같습니다.

웹상에 소통을 위한 기재로서,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마치 대인 지뢰처럼 깔아두고

온라인 너머의 누군가와 대화하고 독서하고 토론하면서 정념이나 육체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보려 한 것도 좀 엉뚱한 방식의 발현이긴 하지만 그러한 의식/무의식을 발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 여전히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그 위험물들을 완전히 거둬들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최근 들어 이러한 방식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무르익지 않은 더 긴 이야기는 정말로 부끄러워 여기에 더 적지 못하겠네요.

조만간 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글을 참 재미있게 내용 있게 잘 쓰십니다.
영화 평론으로도 훌륭한 내용 같습니다.

저도 영화를 좋아해서 DVD를 많이 샀습니다.
내용은 주로 옛날 영화이며
발매된 지 오래되어 값이 3000원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사곤 합니다.

제가 직장 초년병 시절에
연세 많으신 선배 두 분이 저를 오래 붙들고 있곤 했습니다.
한 분은 저를 붙들고 오디오 기기 애기를 한 없이 하셨고
또 한 분은 저를 붙들고 사진과 카메라 얘기를 한 없이 하셨더랬습니다.
물론 저도 같이 했지요.

지금은 온라인이라는 매체가 있어서
전보다 훨씬 나은 편이지만
그것도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 자연히 초창기의 감싸주고 아껴주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밝히고 따지고 바로 잡는 분위기로 바뀌게 되어
처음의 분위기를 그리워하시는 분들은
꿀벌처럼 둥지를 다시 만들어 옮기고 또 많아져서 분위기가 달라지면 또 옮기고
따라다니는 사람은 계속 따라다니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나 봅니다.

토요일 아침에 좋은 글 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영대s님의 댓글

손영대s

삼성에서 사용했다는 용어가 있죠..

핵심지인..이라고..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스승이나 본보기(좋은, 혹은 나쁜)의 삶들이 많지만..
그냥 같이 이야기 나누면 편하고..3시간이고 4시간이고 커피한잔 떠다놓고..수다떨면 즐거운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과도 다름이 있고 차이가 있지만.. 그렇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주고받는 대화속에서 오해는 크게 생기지 않더군요..

온라인은..온라인이죠..
온라인에서는 아무리 좋고 친해도..결국 그건 전선타고 돌아다니는..2bit짜리 데이타들의..소통이고..
정말 맘에 들고 함께 하면 편한 사람들은..오프라인에서 만나..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며..
지내는 사람들인거 같습니다..


요즘 세상이 각박해져서 인지..여기저기서 이해하고 넘어갈만 한 것들도..
소소하게 분쟁이나 다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 한편 보거나..가까운데 출사가셔서 바람도 쐬고 하시면..좋을텐데..
먹고살기 바쁨이 또 그렇게 쉽게 여유를 갖을수 없게 해주네요..

사실 라클..라이카를 쓸정도면 요즘 세상에..중산층 이상은 되는거니까..
행복하신거죠..모두들..^^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