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당연한 실패와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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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대원
- 작성일 : 08-11-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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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떼고 넘어지고, 또 한 발짝 떼고 넘어지고
그러면서 아기는 걸음마를 배운다.
나는 그런 아기였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매그넘 코리아가 주최한 사진공모전에 뛰어들었다.
‘매그넘’이라는 세 글자가 나의 도전의식을 부추겼다고나 할까.
아니면, 이태 전에 우연히 홍대 앞에서 만났던 데이비드 하비에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못 잊어서였을까.
분명한 것은 내가 매그넘 사진들이 가지는 사실성과 현장감을 다른 무엇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을 게다.
어쨌든 나는 사진 석 점을 응모했다.
내가 찍은 사진인데도 그걸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근에 찍은 사진만이 그 대상이어서 더욱 그랬다.
우선 우리 클럽 전시회에 냈었던 사진 하나,
친구의 조언에 따라 다음 하나,
내가 좋아해서 마지막 하나,
이렇게 골랐지만 막판에 나는 친구의 믿음을 저버리고 두 번째 것을 네 번째 것으로 바꿔 제출했다.
결과는 모두 낙선, 당연한 실패였다.
((사진 4장))
다른 또 하나, 지난달에 시작된 일이다.
이번에는 서울메트로가 주최한 <전국미술대전>에 도전한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공모포스터 한 장을 문득 보게 된 게 그 발단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잊어버릴 일이었다.
사진공모전이 너무 흔한 요즈음이고
또 그 공모전은 보통 주최하는 곳에 따라 사진심사의 한계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조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의 주제가 자유라는 점과
규모가 사진뿐만 아니라 한국화, 서양화, 서예 등 다섯 개 부문에 걸쳐 있는 점이 나를 또 다시 부추겼다.
하지만, 아무리 주제가 제한 없다 해도 사진 고르기는 역시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작품규격은 11R에서 20R까지였다. 나는 일단 11R로 제출했다.
((사진 3장))
1차 심사에서 첫 번째 사진 <서울메트로>가 탈락됐다.
사실 내가 은근히 기대했던 것이 떨어져버린 셈이었다.
2차 심사에는 완성된 실제 작품으로 제출해야 하고
게다가 제출기일이 불과 나흘뿐이라는 사실이 나를 몹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작품(14R)제출까지 나는 많이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평소 필름의 정리정돈, 보관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것,
아날로그 인화는 작업자의 솜씨를 거치는 것이라 며칠 사이에는 불가능하다는 것,
디지털 인화 역시 작업자의 포토샵을 거치는 것이라 곧바로 안 된다는 것,
서울 충무로에 인화작업장이 천지인 것 같지만 막상 필요할 때 꼭 알맞은 곳은 거의 없다 것 등
이 모든 게 하나같이 쉽지 않은 일거리였다.
한마디로 작업자의 눈치를 내가 봐야하는 현실에 나는 새삼 놀랐다.
사진은 할 수만 있다면 찍은 사람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아무튼 어제 최종심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두 번째 <단짝>보다는 세 번째 <낙산의 아이>가 심사위원들(한국사진협회)의 관심을 조금 더 끌었었나 보다.
이제 곧 전시회가 열릴 모양이다.
그 전에 낙산에 다시 올라가 그 아이를 찾아봐야겠다.
그래서 지지난해 여름 어느 날 참 고마웠노라고 꼬옥 안아줘야겠다.
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는 지금 부끄럽게도 하고 있다.
그것은, 비록 작은 경험일망정 우리 친구 모두와 함께 나눠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굳이 또 있다면,우리가 우리끼리 맞보고 앉아 얼굴 붉히며 서로 손가락질만 하기보다는
더 넓은 바깥세상으로 고개를 돌려 모두가 나란히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고도 싶어서이다.
우리들 앞마당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낙원, 그곳엔들 어찌 비올 때가 없을까.
나는 우리 라이카클럽을 사랑하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진동호회 LeicaClub 회원임."
이 한 줄, 그래서 저 도전장에 내가 자랑스럽게 써넣지 않았던가.
* 처음의 네 장이 글 전반부, 끝의 세 장이 글 후반부와 관련된 사진입니다.
댓글목록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마지막 사진 속의 아이가 참예쁘네요.
눈이 동그란 것이,, 순수함이 엿보입니다.
선배님은 어찌,, 저런 표정을 잡아 내 셨을까요...^^*
강인상님의 댓글

박대원 선배님 우선 축하드립니다. ^ ^
그간 보여주셨던 사진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제 마음까지도 환해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진들 기대하겠습니다. ^ ^
김종오님의 댓글

박선배님,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 라이카클럽의 회원임이 자랑스러우시다는 말씀이...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그리고 그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뉴욕 전시장에도 걸게 해주세요.
이_동규님의 댓글

박선배님, 축하드립니다.
남녀노소가 모두 등장하는 사진들이라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멋집니다.
cho sungju님의 댓글

선배님의 사시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사우/유성태님의 댓글

사진도 멋지지만, 선배님 사시는 모습이 더 멋져 보입니다.
제가 선배님 연배가 되었을때 그처럼 열정과 열망을 안고 살아갈수 있기를 소원하고 싶습니다.
내내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조만간 충무로에서 뵙고 싶군요. (__)
홍건영님의 댓글

제목과는 달리 결국 당선되신 이야기이군요!
본인이 뽑은 사진과 남이 뽑는 사진은 다르다더니 선생님이 꼭 그런 경험을 하셨나 봅니다
제가 볼 때는 전부 다 부러운 사진들 뿐이네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단지 공명심에서뿐만이 아니라,
내 사진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일지를 스스로 시험해 보고 싶었다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처럼,
스스로에게 편안한 환경에서 한 발 더 바깥으로 발을 내뻗어 자신을 확인하는 선배님의 용기와 열정...
그것을 켵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고맙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제가 축하의 글타래를 열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뒤숭숭한 상황에서 한 발 늦었네요.
.
김형배님의 댓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뒤숭숭한 상황이란 말씀에 저도 핑계를 대어 늦은 축하 말씀을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멋진 사진 올려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성원기님의 댓글

박선배님 좀 짱인듯...^^
정말 닮고싶은 선배님....^^
박기완_Leica님의 댓글

멋지십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김 용주님의 댓글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낙산의 꼬마아이들 지금은 많이커서 못알아보시면 어쩌죠?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참 장하십니다.
이영준님의 댓글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세 작품 중 두 점이나...
<단짝>이 입선,
<낙산의 아이>가 특선...
대박입니다.
역시 열심히 노력하시니 당연히...
모처럼 라클에서 밝은 소식을 듣게되어 더 반갑습니다.
정한길님의 댓글

선배님!
늦게나마 축하 인사드립니다.
김용주선배랑 충무로에서 언제 점심 한끼 같이 하시지요.
조촐한 축하 인사겸.....
박_상 욱님의 댓글

정말 멋지십니다. 저도 선배님처럼 살고 싶은데...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
지수연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두 작품이나 입상 하셨네요.
취미의 사진 생활이지만, 의미가 깊으리라 생각됩니다.
김찬님의 댓글

아...선배님...
축하 드립니다...
늘 열정적이시니 저절로 고개숙여 집니다...
조진은님의 댓글

선배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서울 올라가게 되면 선배님과 차 한잔 나누며 그 감동 가까이에서 나누고 싶네요
항상 열정적이고 열심히 도전 하시는 모습 많이 배웁니다.
손지훈님의 댓글

박대원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써주신 말씀도 귀담아 듣겠습니다.
전시회에도 가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