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유랑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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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양진구
- 작성일 : 08-11-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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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원..양진구입니다.
클럽에 가입한지는 좀 되었는데 별다른 활동이 없어 아직 변변히 알고 지내는 분도 없지만
얼마 전 여행 중에서 찍은 사진 중 흥미로울 것 같은 몇 개를 추려 인사 글로 대신 올립니다.
장소는 서안이 성도로 있는 섬서성, 그 서안에서 북쪽으로 약 700킬로 떨어져 있는 미지현 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황토고원으로서 섬서성 북쪽을 섬북으로 줄여 중국에서는 “샨베이“라고 통칭되는 곳입니다. (지명을 한자로 쓰고 싶은데 컴이 아니 됩니다..)
이 번 여름 몽골로 사생을 준비 했다가 7월에 있은 그 곳의 정치 내분으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이쪽으로 옮겼습니다.
지리적으로 네몽고와 가까운 이곳은 연강수량이 적어 토질이 안 좋고 사람이 살기에는 매우 척박한 곳입니다. 북경에서 가자면 서쪽으로 약 900킬로 거리입니다.
더위가 한창인 7월 중순 화구랑 배낭을 짊어지고 여기 이곳에 도착 했습니다.
제가 이 번 길이 극단을 찍는 게 목적이 아니어서 솔직히 사진은 두서가 좀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체적으로 테마를 잡고 찍을걸..돌아보니 좀 아쉽습니다.
각설하고..
전경입니다. 각 마을 어귀마다 연극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 게 그만큼 극이 자주 있고 중요한 행사인 것 같습니다.
제가 간 날은 극의 둘째 날로 오전 프로그램을 막 끝내고 점심을 먹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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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위의 보이는 무대의 오른쪽 뒤로 올라 가 봅니다.
이 분은 먼저 식사를 마쳤는지 밖에 쪼그려 앉아 분장을 하고 있네요.
입구 쪽에서 기웃거리는 동네 꼬마들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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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조금 더 가까이서 다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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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오른편에 있는 아자씨 공중부양 중이신가요?
아닙니다. 한색에 붓 한 자루라 순서를 기다리시는 중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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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제법 진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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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자..이제 안으로 들어 가 봅니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군요.
일의 특성상 구성원들 대부분이 친족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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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대기 중이신가요?
뒤의 담배 꾸지 시는 아자씨, 사진 찍는 제가 재미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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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한 참 분장 중이시는 이 분
그러고 보니 표정이 잭슨오빠를 조금 닮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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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잠시 후에 다시 보니
이미 밑그림을 스케치 중이십니다.
저의 M2가 문제가 있는지 화면 왼쪽 끝에 저런 현상이 반복 됩니다. 가지고 있는 바르락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데..음..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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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윗분 아래의 무대 중앙에 계시군요.
보이는 오른쪽 무대 옆으로는 북과 징을 치는 악사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왼쪽엔 피리, 아쟁, 신디사이즈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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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1년 사계절 중 10개월을 밖에서 보낸다는데
곰곰이 눈을 감고 상상해보니
이 분들..
정말 뜬 구름 같은 삶을 사시는 분들입니다.
극은 오전, 오후, 저녁 이렇게 종일 하는데 3일 동안 연극을 하고 받는 급료는 4천원(한화 약 60만원) 정도랍니다. 그리고 이 돈은 촌민들이 평소에 모아둔 회비에서 지출을 하고 머무는 동안의 식사와 잠자리도 여기 촌민 공동으로 제공합니다.
아래는 이곳에 오고 첫 번 째로 보았던 극단입니다. 위의 사진들은 두 번째 극단.
첫 만남이 밤 이였습니다. 화면 오른쪽의 한자가 보입니까?
자막입니다. 요즘은 전기가 보급되어 조명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지고 또 친절하게 자막도 올려 줍니다. 꼭 중국 TV화면에서 자막 처리하는 것과 같은 꼴이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자막처리 등 세심한 배려는 좋지만 전체적으로 느낌이 분산 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해 봤습니다. 전 뜻은 몰라도 그냥 앉아 분위기를 즐기는 게 더 좋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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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Lucky100)
클럽 갤러리에 올린 것과 그 외의 몇 컷 다시 추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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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Lucky100)
이 사진은 실수로 지문이 좀 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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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Lucky100)
그리고 이 건
셔터속도 확보를 위해 앉아서..
그날 밤 장전되어 있던 반 롤의 럭키필름, 순식간에 끝나 버리더군요..
이 번 여행길에 가져간 필름이 총 6통이고 남은 날이 있어 조금은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북경에 돌아온 지금 여섯 번째 마지막 필름은 아직도 라이카에 장전 되어 있습니다. 괜한 조바심을 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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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Lucky100)
잘 안 보이시죠. 저도 잘 안 보입니다.
무대 뒤편에 작은 간이매점 같은 게 있어 가 보았습니다. 남자가 후레쉬로 물건을 비춰주고 그 옆에는 아줌니가 왼 손에는 돈을 쥐고 오른손으로 물건을 골라 주고 있습니다.
앞쪽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여러 코 흘리게 들은 아쉽게도 어둠 속으로 묻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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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Lucky100)
다음의 사진은
마지막 3번째로 만난 극단으로 관중들의 표정을 담았습니다.
이 건 무대의 왼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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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100)
이 건 오른쪽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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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100)
그리고 이 건 좀 더 가까이서
즐거워 보입니다. 근데 영감님들이 대부분이네요.
자연과 더불어 사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웃음이 참 해맑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황하강을 두고 머리에 두른 수건을 앞으로 메면 섬서성,
뒤로 종여 메면 산시성 사람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간혹 보이는 흰 모자를 쓰신 분들..소수민족인 회족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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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100)
뒤로는 길게 확성기가 설치되어 있고 그 앞으로는 이 동네 언니 분들도 보입니다.
한 언닌 식사 중이시고..그 뒤 호주머니에 손을 꽂고 계신 저 언닌 포스가 좀 있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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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100)
앞에서 극을 보시는 분들과는 다르게
뒤쪽에 계시는 분들은 여유롭게 담소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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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마을 사진도 몇 컷.
영감님들 무슨 얘기 중이셨나요?
왼쪽에 계신 분은 바로 밑의 사진에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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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100)
곁에 계시는 아들 분께서 오늘 치아 치료 받자고 재촉하셨나 봅니다.
손에 든 약 봉지 한 가득. 테이블 위엔 수북한 치아들..
아..저도 얼릉 돈 벌어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도 이를 해 드려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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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100)
참외 파시는 영감님
코끝에 드시는 참외 씨 붙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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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100)
돼지 잡으시는 이 분 가마솥의 끊는 물로 털을 제거 했다는데
정말 깨끗하게 밀어 놓으셨습니다.
뭔 돼지가 이리 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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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Tmax400)
한 집에 형제가 같이 사시는 분들입니다.
조카며느리가 디카로 형님 내외분의 사진을 찍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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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2.8/35, yellow1, Fuji400-pr)
8월 중순 음력으로 입추를 막 지나니
아침, 저녁으로 마시는 공기에서도 가을의 기운이 느껴집디다.
그 무더웠던 8월의 한 여름에도 이미 가을은 소리 없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거죠.
일단은 그림도 그리고 바람도 쉴 겸해서 하던 일도 살던 집도 정리하고
올 초에 중국 서북쪽 변방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다시 떠날지.. 가더라도 겨울이 오기 전까진 돌아와서 어디 괜찮은 곳에 화실을 정하고 창작에 몰두하려합니다. 그게 저의 올 해 남은..작은 소망입니다.
그럼..부족한 글 읽어주셨어 감사합니다.
여행 중에 그린 습작 한 점 같이 올려 봅니다.
[ATTACH]51784[/ATTACH]
(2008. 7. 27, oil on canvas, 30×40cm)
.
.
글은 써 놓은 지 꽤 되었는데
컴퓨터가 없어 이제 겨우 글을 올립니다..
이글을 쓰고 난 뒤 얼마 안되어
다시 배낭에 화구통 짊어지고 서쪽 신강으로 떠났다가 얼마 전에 돌아 왔습니다.
기차로..버스로..간 거리를 대략 환산해보니 왕복 9.000km가 되더군요..징~하죠!
읽어 주셨어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이웅일님의 댓글

전 배꼽만 보이는데...저만 그런가요
빨리 사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괜시리 글만 읽고 사진을 볼 수 없어 답답하네요.
홍건영님의 댓글

귀한 사진과 그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흥미로운 사진들입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정말 감동입니다.
제일 마지막 유화에 와선 그림을 좀하는 애엄마를 불러대었습니다.
멋진 여행을하십니다.
그리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있는 그들의 순박함이 같이 와 닿습니다.
여행 중 많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원매근님의 댓글

좋은 사진과 이야기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에 필림이 한통 밖에 안남아서 힘들게 촬영하셨다는 말씀이 생각나네요.
그림도 사진도 너무 좋습니다.
이웅일님의 댓글

집에 돌아와서 보니 사진이 보이네요.
아주 인상적인 모습입니다.
우리와 또 다른 삶이 참 여러 곳에 있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여행소감과 멋진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가끔 TV나 영화에서 보던 경극 이라고 하던 그 배우들 인것처럼 보입니다.
마지막 그림에선 고흐의 자화상이 겹치기도 하네요.
좋은 사진과 글에 인생을 한번 다시 생각 해보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강인상님의 댓글

와..쉽게 볼 수 없는 사진과 이야기들이군요. ^ ^
그들의 삶이 잘 표현되었네요.
덕분에 좋은 사진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훈태님의 댓글

사진에 그림까지^^
자연스럽게 가까이 다가셔서 담으신 사진들, 그리고
참외씨 붙어있는 할아버님의 모습이 오래남는 것 같습니다.
여행 사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우/유성태님의 댓글

요 며칠 여유가 있어서 뻔질나게 클럽을 드나듭니다.
제 눈이 엄청 호강하고 있습니다.
10여년전 북경에서 일년정도 살면서 구석진 곳도 꽤나 돌아다녔는데
선배님처럼 저런 아름다운 모습은 보지도 담지도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영욱님의 댓글

전에 얘기하던 9000킬로 여행이군요...
여행기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생생한 사진 재미있게 사진 잘 봤습니다..
그림이 아주 죽이네요..
나중에 저도 한장 그려 주세요..
양진구님의 댓글

요 몇 일 그 동안 없던 집도 구하고, 전화선 모뎀에 구형이지만 컴도 장만 했습니다.
속도는 않나지만 이렇게 라클을 자주 볼 수 있어 저에겐 감지덕지라 생각합니다.
올 해는 계속 떠 돌아 다니기만 한 것 같습니다. 날씨도 추워지고..약간의 심리적 변화도 느껴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올 겨울은 이곳에서 정착해 창작에나 몰두할까 합니다.
사실 밑천도 떨어져 움직일 수도 없답니다. 얼마 없던 돈 다 까 먹고 나니
어디 세끼 밥만 먹을 수 있음 좋겠다는 생각만 들더군요.ㅠㅠ.
그래도 찬 바람 피할 수 있다는 것만도 어딥니까..ㅎㅎ
지금 구한 집은 북경에서 북쪽으로 버스타고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외곽 지역인데
여긴 정말 조용해서 사실 좀 익숙치가 않습니다.
집은 볕이 잘 들어
실내에서도 해바라기를 즐길 수 있답니다.ㅎㅎ
재미 있게들 봐 주시니 감사 할 따름입니다.
이영욱님 9.000km는 그 다음에 간 얘기 였습니다.
그건 10월달에 간건데 현상액이 없어
두 롤의 필름이 지금 냉장고에서 숙성 중이랍니다.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자주 인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