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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의 먹이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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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명기
  • 작성일 : 08-10-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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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의 먹이사슬

내 주변엔 젊은 대학생들이 많다. 그건 내가 하는 일의 특성 때문이다. 나는 내가 지니지 못한 젊음, 또는 조금씩 내게서 빠져 나가는 젊음으로 인해 시나브로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다. 그러나 생활인인 내가 세상변화에 그저 무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무명 글쟁이라도 세상 돌아가는 것쯤은 짐작해야 붓을 놀린다.



나는 요즘 연봉 오천이니 육천이니 때로는 1억이라는 소리의 홍수 속에 산다. 가끔은 고개를 돌리고 귀를 막고 싶은 헛소리의 향연이다. 생각해보라. 이제 갓 20살, 또는 졸업을 앞둔 25~26살의 애송이들에게 그런 덜떨어진 소리를 들으면 산전수전, 수중 전을 다 겪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반말로 이야기해야 할지 존댓말로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를 일이다.

물론 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이 세상의 극소수는 그런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세상에 걸음을 딛는 초짜들이라면 조금 더 현실적인 목표. 조금 더 겸손한 자세를 지니는 것이 옳지 않을까? 크고 원대한 목표를 가지는 것은 좋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목표, 현재의 자신과 먼 목표를 중얼 거린다면, 친구를 얻기 어렵다.

게다가 그 젊은 친구들에게 정확한 이야기를 해 주는 선배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늘 자신의 능력을 과대포장하거나, 자신이 그저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마구 떠드는 것이다.

응, 한 육천 되나?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이제 곧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그런 행운은 없다. 하지만 경험 없는 초짜들은 그런 허풍을 곧이곧대로 믿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뒷길을 따라오는 후배들에게 또 허풍을 친다. 물론 악의 어린 거짓말은 아니지만, 결국 허풍은 허풍이다. 그 어이없는 허풍의 먹이사슬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입이 삐뚤어진 미소를 짓게 된다.

좋은 대학 나온 것도 아닌데, 입사 2년차에 년봉 육천이래요.



나는 웃는다. 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자신이 몇 개를 틀렸고, 자신의 석차는 어느 정도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 대개 오차범위 내에서 정확하다. 공부를 잘 못한 친구들은, 그저 감으로만 이번 시험 대박이야. 또는 망쳤다 정도로만 파악한다. 결과 또한 예상 밖(?) 으로 엉망인 것이다. 근데 왜 육천이지? 육천이 대세인가?

말도 안 되는 이런 헛소리는, 아마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젊은이들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어쩌면 한두 명쯤 실제로 이룬 전설 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어림짐작에 그들은 신문도 시사 잡지도 보지 않을 것 같다. 2009년 1월부터는 시급 4,000원, 월 급여 88만원의 비정규직 근로자, 실업급여, 월가의 몰락과 세계적인 고용 불안. 내년은 세계적인 불황의 시작이라는 굵직한 활자만 보아도 멀쩡한 정신이라면 어떻게 그런 태연자약한 소망을 밝힐 수 있을까?

내가 숲에 서식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많은 젊은이들의 숲의 공기와 가슴 터놓고 속을 드러낼 곳을 찾아 왔다. 그들은 백만 원 또는 이백만 원 미만의 샐러리맨들이었으며, 일반적으로 건실한 직장인들이었다. 그들은 쥐꼬리 월급일망정 알뜰하게 생활을 하고, 적금을 붓고, 애인을 만나고 적당한 취미생활까지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이 이 행성에서 특별히 하향평준화 된 사회인일까?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들이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보통, 평범한 직장인이며 사회인들인 것이다.

가끔 진지하게 묻는 젊은이들이 있다.

정말 그런가요?
대개는 허풍이라고 봐야하겠지. 개인적인 소망일 수도 있겠고.
그렇군요.
문제는 연봉보다 더 중요한 것을 모르고 산다는 거야. 대기업에 취업을 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야. 학교 다닐 때보다, 10배는 더 공부해야 돼. 아냐 그보다 더 많이 해야 될 지도 모르지. 100명 입사해서 1명 이사되기 힘들어 안 그래? 나머지는 다 그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거지. 냉혹한 제로섬 게임이야.
그래요?
입사 한지 한 달이면 고비지. 내 적성과 내가 생각하던 자유로운 사회인과 직장문화 라는 것이 망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그리고 1 년, 3년 주기적으로 이런 회의가 다가오고 고민하게 되지. 대리에서 탈락 되었을 때. 과장에서 탈락 되었을 때. 특히 부장쯤 되면 이젠 오갈 데가 없는 신세나 비슷하거든. 애들은 부쩍부쩍 크지. 미래는 불투명하지. 이때 '장고' 라는 것을 하게 되지.
'장고'요?
응, 관련 중소기업으로 옮겨 갈까? 퇴직해서 개인 사업을 시작할까? 안전하게 김밥 집 체인이나 꼬치집이라도 할까?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기지. 나는 그런 부장님들을 많이 보아왔지. 나는 처음부터 개인 사업을 했기 때문에, 내게 고민을 털어 놓고 의논하는 부장님들도 많이 계셨어. 아예 회사에서 사무실 문간으로 책상을 치워버리고 업무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 아마 죽을 맛이었을거야.
그분은 정말 힘드셨겠네요.
더 큰 문제는 이사 진급을 앞 둔 때야. 학연에, 지연에, 혈연에. 또는 해외파. 대단한 실적을 가진 다른 이사 후보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지. 만약 여기서 미역국을 먹으면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자녀들과 시집장가들을 가야하는 자녀들은 어쩌지? 그리고 이사가 된다고 다 끝난 것도 아니야. 언제 목이 잘릴지도 모르고, 어떤 회사는 퇴직시키기 위해 이사로 진급 시키기도 한다더군. 일반 직원은 노조니 뭐니 퇴직시키기 어려우니까.
세상에...
그러니까,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제대로 된 고난의 인생을 위한 연습장에서 훈련을 한 거야. 결국 성실하고 끈기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은 본격적인 정글의 삶을 시작하게 된 거고.
네.
그런데 자신의 능력이나 비전, 세상 바뀌는 것에 대한 고려는 없이 년 봉이나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어 보일까? 그건 어른이라는 혜택 때문에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시각이지. 그건 나뿐만 아니라, 바로 너희의 직장상사도 가지고 있어. 그들의 눈에 과연 되바라진 허풍이나 떠는 초짜들이 어떻게 비칠까?
...
그러니 그런 헛소리들은 집어 치우고, 네 인생에 집중해. 돈이나, 차, 집 등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생기고 사라질 수 있어. 하지만 본인에게 투자한 것, 본인의 속에 차곡차곡 쌓은 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지. 젊은 시절이라는 것은 돈을 벌 시기가 아니야. 자신에게 이것저것 기준을 만들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시기라고. 꼭 공부 못하는 것들이 이상한 소리에 솔깃해가지고.

잠깐, 여기서 공부 못하는 것이라는 표현은 학교성적이 아니라, 인생의 지혜와 바탕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는 것 알지? 우리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존재야. 당장 오늘 죽어도 우리 신위에는 현 고학생부군신위(顯 考學生府君神位) 라고 적히잖아? 공짜 인생이 어디 있니? 저절로 이루어지는 성공이 어디 있고. 만약 있다해도 그건 일시적인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반드시 삶의 마이너스 요인이야.

맞아, 무너지지 않는 것은 언제나 공든 탑이지.


고성(古城) 아래 별자리...

www.allbaro.com

PS: 대학교를 졸업한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약 2350만 원 정도(뉴시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28일 올해 신규 등록된 정규직 대졸 직장인 이력서 1만8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최근에 입사한 1년차 직장인들의 연봉은 평균 2347만 원으로 집계

이어 2년차는 ‘2583만 원’, 3년차 ‘2854만 원’, 4년차 ‘3062만 원’으로 4년차가 되면서 3000만 원을 넘어섰다. 또 5년차가 될 경우 평균연봉은 ‘3247만 원’, 6년차는 ‘3494만 원’, 7년차 ‘3725만 원’, 8년차 ‘4045만 원’으로 직장경력 8년 정도이면 연봉이 4000만 원 선에 도달했다.

이 밖에도 14년차가 되면서 5000만 원 대에 진입

직급별로 평균연봉을 살펴보면 사원급이 2491만 원, 계장급은 2948만 원, 대리급 3304만 원, 과장급 3972만 원, 차장급 4677만 원, 부장급 5194만 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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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한참을 생각해서 읽게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명기 선배님 글에 제 모습은 어떤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일부 사람들로 인해

혹자의 능력이 지불되는 돈으로 판단되는 작금의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박종우/TOJA님의 댓글

박종우/TOJA

지극히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젊은이(저도 아직 젊습니다만^^)들이 애써 외면하고 저 멀리있는 신기루만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병원을 찾는 영업사원 중 어느 젋은 영업사원이
원장님들 만나려 다니다보니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아우디를 뽑았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달라는 것인지...
집에서 마누라랑 정신 못차린다고 엄청 욕해댄 적이 있습니다.
한탕주의, 대박 보다는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가면서 작은 꿈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것이 각광받고 더 격려받아야할 시대가 아닌가 싶고 또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직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 않나 위로해보곤 합니다.
김명기 선생님 덕에 깊이 생각해 보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저도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하나씩 삶의 계단을 성실하게 밟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좋은 글입니다.

그러니까 무언가 그에 합당한 노력과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상태에서

뜻밖에 뭔가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싶으면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농담도 있었죠.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사회에서 "대박"이라는 말이 부끄럽없이 사용되었는지 모르지만,

부귀영화는 모두가 바라는 바이나,

각기 자신의 분복에 따라 자족하며 사는 기준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오래참고 버티는 사람이 인생의 승자가 되는법이죠.

.

손영대s님의 댓글

손영대s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겠죠..
연봉 6천..이상..억대연봉인 사람들이요..
뭐 줄 살서고..기타등등..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이면에 숨겨진..엄청난 노력은 잘 보이지 않고..보여주지 않는 미디어의 탓이 크다고 봅니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디자이너를 무슨 신선놀음하는 직업군으로 그려서 드라마가 유행한적이 있었죠..
한강이 보이는 오피스텔에..어둠침침한 작업실에..멋지구리한 쿠페에..일은 안하고 맨날..
도면통이나 드로잉용품들고 데이트나 하고..-_-;;
그리고 말씀하신 몇몇의 성공신화가 합쳐져서.. 대량의 시다바리 디자이너가 양산되었었죠..
앞 다투어 여기저기서 그래픽 디자이너 학원이 생기고..우르르 몰렸죠..

하지만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걸 어디에서도 현실감있게 보여주지 않았고..
잘 다니던 학교 때려치고 디자인학원 수료하고 나와서 보니..그게 아니더란..
실제 제 친구중에 한명이 꼭 그렇습니다..컴공학과(뭐 여기도 그다지이지만..) 때려치고..
학원 6개월 수료하고 나서..취직자리나 어디 좋은데 소개시켜달라고..-_-;;

저는 제조업쪽에 있는데요..
연봉6천이면..우러러 보일정도 입니다..10년~15년차..중소제조업체의 부장급도 6천은..쉽게
넘볼 금액이 아닌데 말이죠.. ^^;;

아! 신선놀음 하던 디자이너도 있었습니다..학교다닐때..부터 그러니까 원래부터 집이 원체 부자여서..
디자이너라고 다니는 직장은 사교를 위한 취미수준이고..집에서 지원많이 받아서 생활하는..
엄친아(엄마친구아들)같은 사람들이요..

남들은 충무로 가고 어디 촬영하고 리서치 하러 갈때.. 돈 써서 알바시키고..자가용 타고..
고급 스튜디오에서 전문기사한테 과제 촬영해서 제출하고..



좀..-_-;;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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