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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노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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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신 정식
  • 작성일 : 08-10-15 15:23

본문

여름나기에 대한 감상을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점점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계절이 완연하게 바뀌어야 간신히 정신이 들곤 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정신이 들게 되는 것은 종종 들고 나가는 카메라 때문이 아닌지...
오늘은 뭐 없나...???

... ... ...
여름의 끝자락에서 제가 다니는 진부의 가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Barnak IId, Nikel Elma 35mm/f3.5, proimage100

심었던 작물을 거두어 들인 빈 밭에
색깔 고운 잡초가 대신하여 가을을 알리기 시작하지요...
농사에 요긴하게 쓰인 검은 비닐은 아마도 조금 더 있어야 걷을 모양인데
이랑마다 나란히 누운 것을 보면 그것도 정감이 가더군요...


오늘은 아침녁에 저리도 구름이 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Barnak IId, Nikel Elma 50mm/f3.5, proimage100

대개는 해가 잠시 반짝하다 금방 이리 구름이 몰리면 잘 걷히지 않습니다.
오늘도 할 일이 없으면 앞산에나 오르려 했는데 별로 좋은 구경은 못하겠군요...
저 같은 경우엔 고추와 가지, 감자만 밭에 남아서 별로 할 일이 없고
겨우살이 준비로 장작이나 패거든요...


산에 오르다 보면 우리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가장 연세 높으신 할머니 한분이 사시는데
그 집 옆 무우밭에도 수확이 다 끝나 상품성 없는 무우만 나뒹굴고 있습니다.

M3, 50mm Rigid, tmx100

여기서 보면 계방산과 오대산이 마주합니다.
따지고 보면 동네라 해도 한마을 상주 인구가 6사람 입니다.
그래서 주말에만 드나들며 손바닥만한 밭을 일구고 지내는 저희도
일찌기 동네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제 안사람은 나이가 제일 적어 "새닥..." 이 되었지요.


하늘은 더욱 두꺼워져
억새로 가을의 실루엣을 만드는데
구름에 가린 해님의 광채가 카메라 렌즈와 마주하여도 큰 부담이 없습니다.
"아... 좀 더 잘 찍을순 없을까...???"
카페에 들면 정말로 좋은 사진이 너무 많은데...저는 잘 안됩니다.
역시 기계에나 취미를 붙여 지내야 하는지...

M3, 50mm Rigid, tmx100


한참을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걷고 있는데 뒤에서
평소에 들리지 않던 뭔가 색다른 소리가 납니다.

M3, 35mm (6/8), tmax100

보통은 이 때쯤이면 제 안사람의 관심은 온통 이 밭 저 밭 둘러보며 이삭줍기에 한창이라...
" 어머...여기 배추똥 끊어 가야지..."
"어... 여기 무우는 안뽑은 것 처럼 빼가야할 것이 많네..."
거의 다 이런 종류의 익숙한 평탄조의 노래였는데...

< 게다가 제 안사람은 레퍼토리가 없어서 결혼할 때부터 지금까지
- 사랑해 당신을..._ 하고 시작하다 마는 노래 한가지였거든요...>

여기서는 밭마다 수확이 끝나고 남은 것은 동네 사람들 양식이라서
내가 지은 작물 이외의 것은 남의 밭의 이삭줍기로 챙기지요.
그래서 옆집 아주머니 왈...
"여긴 부지런하기만 하면 굶어 죽지는 않는대요..."
투박한 촌부에게서 나는 오리지날 동막골 사투리가 왜 그리 듣기에 예쁜지...
여기 드나들며 적응이 힘들었던 것이 사투리였는데
그 바람에 "... 웰컴 투 동막골..." 영화를 볼 때에는 게서 나오는 사투리가
전부 알아듣기 쉽더라는 것 아닙니까...???

어찌했건 하늘은 금방이라도 내려 앉을 듯이 두터워졌어도
가을은 오고 있나 봅니다.
노래하라면 소주 한잔 벌주가 더 났다고 하던 사람이
가을을 노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가을노래의 후렴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 다음엔 민둥산 억새보러 갈까...??? "
" ... ... ..."
"...어머... 이건 뭐야...꽈린가...? "

Barnak IId, Nikel Elma 35mm/f3.5, proimage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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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인상님의 댓글

강인상

마을 구석구석을 앉아서 호강하며 관광하는 느낌입니다. ^ ^

역시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가나봅니다.


신정식 선배님의 이야기 사진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벌써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배성용님의 댓글

배성용

제 모니터가 가을색으로 물들어 버렸습니다.

김대석님의 댓글

김대석

가을이 더욱 풍성해 지는 느낌입니다... 이어지는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원매근님의 댓글

원매근

강원도 사시는 군요.
좋은 글과 사진 엄청 부럽습니다.
그래도 수확을 하니 뿌듯하시죠?^^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이제 곧 겨울을 맞이하시겠군요.

이번 겨울엔 함박눈 쏟아진 두메산골에서 하룻밤을 자봤으면..
아침의 싸~한 공기를 허파속에 넣어봤으면...
운좋게 청명한 날이면, 밤에 별 가득 쳐다볼 수 있으면...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가을을 노래하신 그 마음 그대로
이 겨울의 아름다움도 노래하여 주시면....

신 정식님의 댓글

신 정식

인용:
원 작성회원 : 강정태
가을을 노래하신 그 마음 그대로
이 겨울의 아름다움도 노래하여 주시면....


오늘은 감기가 좀 과하여 그냥 집에 누워있다가
매일의 일과로 라클에 들었습니다.
강선생님 댓글이 무척 반갑습니다.
다만 요즈음 연말이라고 이것저것 게을러진 습관에
겨울 조각 모음이 늦어졌습니다.
요 며칠 겨울 추억 되살리기가 정리되면 아마도 겨울 노래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말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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