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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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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기현
  • 작성일 : 03-05-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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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둡니다. 이글은 제 개인적인 넋두리입니다.

젊었을 때, 그러니까 대학재학을 전후한 시절에
나이 40이 넘도록 밥버는 직업 따로 취미로 사진을 또 따로
계속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우고 또 원고도 남겨놓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때는 몰랐습니다. 그냥 주변에서 사진좀 찍는다고 인정해주고,
또 내가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만큼 표현이 된듯 하면 객관적이고 냉정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없이
그냥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 버릇은 아직도 남아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갤러리에 거의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제만족이 우선이고, 그리고 다음으로는
제 특유의 소심증이 남에게 뵈일만한 수준이 아니다 싶어 스스로 부끄러워하면서 올리려던 사진을 슬그머니 거두어 들입니다.

이곳 라이카클럽에 들어와서 저 역시 사진보다 더 깊이있는 렌즈와 기계에 대한 각종 글들을 접하면서 어리둥절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각각의 렌즈를 비교분석하여 정리한 글에 대해서는 당시, 사진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하는 의문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성급하게 그런 분들을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그 분들에게도 한 가지 분명한 열정은 있음을 알기 때문이고, 제 열정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한
감히 그 분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갤러리에 게시되는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우선은 사진(원고)의 질과 수준은 차치하고
다른 사이트나 동호회에 비해 유난히 똑덜어진 스캔물에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스캐너하나 장만해야지 생각했고, 또 오래전에 손을 놓아버린 확대기에 대한 미련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두가지를 모두하기에는 어차피 시간이 없는 처지였습니다.
40대를 훌쩍넘겨 나름대로 지위가 높지는 않아도 그 나이게 걸맞는
직장내에서의 제 나름의 역할과 책임이 있는 이상 대학시절 처럼 취미에 몰입하기는 어차피 어려운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약 1개월 전쯤인가 저렴한 스캐너를 한 대 장만했습니다.
한 달정도는 거의 하루에 서너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하면서 스캔연습(?)에 몰두했습니다.
스캐닝이 저절로 필름 넣고 스위치 누르면 되는게 아니더군요.
한 때 볼만하다 싶었던 스캔물이 다음날 다시 보면 역시 무언가 부족하더군요.
그러면서 스캔과정에는 스캔프로그램에 따른 차이도 있고, 또 최종스캔물의
손질에 포토샵의 역할도 만만치 않음을 또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새로운 것에 접하면 그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종처럼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비로소 새것이 내것이되는 그 이치를 알기에 스캐너 사기를 주저주저했던 것인데......

이제는 다소 스캐너의 한계를 알고 일정한 제한 속에서 제 묵은 필름들을 한 장씩 천천히 스캔해 나가고 있습니다.
슬라이드가 그렇고 네거티브컬러가 또 다르고, 흑백 스캔물의 또 다르게 각기 어려움이 있더군요.
그 과정에서 이 라이카클럽에서 이 저 게시판을 기웃거리면서 좋은 정보를 얻기도 하고,
또 직접 쪽지를 통해서 이런 저런 유익한 정보를 얻기도 했습니다.
라이카 클럽에서 얻은 것이 실리적으로도 제게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리보다 더 크고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묵묵하게 자신의 개성있는 사진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분들이 있음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나는 그 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경력과 큰 명예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사진만 봐도 아! 아무개씨!하고 그 사진찍은 이를 미리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있는 분들과 그 분들의 사진을 접하면서, 게으른 제 자신을 채찍질해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주말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비가 오더군요.
주말이나 되어야 사진기가 대기에 그 몸을 내 놓을 수 있는 직장인의 사진기는
그나마 주말에 까지 비가 내리니 거의 집안에 유폐된 신세를 면할 수 없더군요.
그러면 또 이 곳에 들러 다른분들의 글과 사진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부러움과 동경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재능없는 살리에르가 모짜르트를 시기하듯
"늘상 밥먹고 사진만 찍는데....."하는 자기 변명이 또한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한결같이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진지하게 사진을 하는 모습을 1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분들을 발견한 것, 그리고 제 스스로 그런 분을 발견할 수 있는 인내심과 분별력을 갖춘것을 대견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며칠간 마음이 몹시 무겁습니다.
서로간에 마음상할 일이 아닌 것으로 이런 저런 말이 엿보이고, 그 주변에서
제 섣부른 글이 일조(?)를 하게 된 것이 무척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면서 과연 사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일전에 모처럼 연휴때 지리산 화엄사에 갔다가 시간이 늦어 저녁 예불시간 무렵,
어둠이 내리깔리는 산사에서 단 한장의 사진도 찍지 못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내려오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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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 강 민님의 댓글

박 강 민

말미의 글이 마음을 적시는군요..

선배님의 마음을 지금에서야 꺼내어 봅니다.

5년만의 소통.....

한 번 쯤은 초심으로의 행보도 나쁠 것 같지만은 않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과 말씀.. 기대하겠습니다. 김기현 선배님... ^^;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無限/박성준

사진보다 더 중요한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가 바로 그것 아닐까 합니다.

전이안님의 댓글

전이안

아...... 다들 존경하는 선배님들 이신데... 마음이 짠... 합니다.... ㅠ.ㅠ
담주 제출할 작품 작업중에 이 글을 보니... 술한잔 걸치고 싶어지네요
비평과 호평.....이라

박명균님의 댓글

박명균

어제는 일찍들 파하셨는지요?

신선한 묵은 김치 꺼내 부친
빈대떡 같은 기현 아우님의 옛날
올리신 글 보니 반갑고 그 시절
그리워지고 오늘이 싫어지고
뭐 그런 감회로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사진보다 더 중요한것.
누구나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겠지요.
그러나 짧기만한 삶에서
내게 부딫치는 모든것은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미워하는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것도
내가 삻어하는 것도

이제 또 모두 털고
서로 사랑하며 그리워 하며
어제로 돌아 갑시다.
아름다운 내일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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