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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분이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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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상엽
  • 작성일 : 03-05-07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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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잠깐 들렀다가 또 논쟁을 보고 말았군요. 저는 늘 이런 이야기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점이지요. 라이카가 참 좋다! 나머지는 허접하다. 뭐 문제 있습니다. 자신이 그 사진기에 미쳐(!)있다면 더 좋은 취미 생활이 되겠지요. 인생에서 사진기 하나가 얼마나 치열하다고 재미있는 사이트에서 탈퇴까지 할 필요 있습니까? 그리고 사진기 자랑 좀 하면 어때요. 난 이게 정말 좋다. 좀 비싼데, 무리해서 장만했다. 그런데 넘 좋다. 이게 본심 아닌가요? 그래서 나름데로 만족을 얻으면 돼죠.

이 사이트에 기웃 거리는 것도 제가 밥먹고 사는 사진에서 탈피 좀 하기위해 섭니다. 한 12년 동안 니콘 사진기만 썼더니 정말 재미 없더군요. 사진도 너무 정형화 되는 듯 하고요. 정말 인생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었던 것은 언제였나 합니다. 가족 사진도 제대로 찍은 것이 없는 사진가라! 얼마나 한심합니까?

오늘 필름 한롤을 현상했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었습니다. 얼마전 이베이에서 70불 주고 산 허접한 엘마 35였습니다. 얼마나 허접하냐하면 녹이 바디 전체에 나버린 쓰레기 같은 것이 었습니다. 하지만 알은 깨끗하다길래 전에 이 렌즈 써본 경험도 있고 해서 버리는 셈 치고 샀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허접한 렌즈가 도착하더군요. 그래서 과감하게 샌드페이퍼를 사다가 밀었습니다. 그랬더니 황동이 나타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아주 깨끗한 흔치않은 나만의 렌즈가 됐습니다. 그것으로 어제 가족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는 놀랬습니다. "음 아주 잘샀군. 거의 봉잡았군" 했습니다. 그리고는 혼자서 "흠 역시 허접해도 라이카군"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작업을 한다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때문에 예전에 작업을 대하던 기분과 요즘이 다르죠.

저 역시 M이 어떤 작업을 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베이 처럼 M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게이샤'로 유명한 내셔날지오그래픽의 자디 콥 처럼 니콘 801 두대만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두 사진기의 공통점은 모두 35mm로 사람을 주제로한 다큐멘터리에 쓰인다는 점입니다. 만일 풍경을 주 업으로 하는 사진가라면 35mm는 사용하지 않겠지요. 더 좋은 렌즈에 큰 포맷의 필름을 쓰는 편이 작업에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클래식 카메라 좋아하는 임00씨와 차 한잔 마시면서 최근에 구했다는 M3를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결국 M을 사용하는 것은 레이지파이더라는 카메라를 선택한 사진가의 자세라는 점에 합의 했습니다. 기동성이 떨어지지만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렌즈의 성능을 떠나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으로는 분명 현대 사진이 구사하는 사진을 모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아주 일부만이 오랜 훈련을 통해 가능할 뿐입니다. 이렇게 불편한 카메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진가의 인식을 카메라를 통해 변화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인식이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유물론'적인 관점인 겁니다. "몸가는데 마음간다." 뭐 이런 이야기 지요. 하지만 많은 사진가들은 카메라의 이런한 자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단지 카메라는 도구다. 그 도구로 사진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의지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만은 100%는 아니지요.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35mm 포맷이 만들어 지지 않았다면 어찌 브래송이 탄생했겠습니다. 어찌보면 사진 역사는 카메라의 역사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다고 보아야 겠지요.

너무 장비 이야기만 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그 자체를 저열한 취미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들은 이야기로는 어떤 사람은 밤마다 M을 꺼내들고는 공셔터 소리를 듣는 다는 군요. 햐! 좀 심하다 했지만... 그 것이 그의 낙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것으로 사진을 찍겠지요. 사진은 그림과 달라 붓을 콜랙션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사진기는 그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명품 아닙니까?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기계이기도 하구요.

다만 이런 좋은 기계를 사서 필름 몇롤 찍었는데 곧 매물로 나오는 것은 한심해 보입니다. 이왕 어렵게 구했는데 그 느낌을 느껴 보기도 전에 또 다른 기계로 옮겨간다는 것은 거의 사치에 가깝다고 해야 겠지요. 바로 그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허영'이 바로 밖에서 이야기하는 '라이카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늦은 밤에 짧게 쓰려고 한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사소한 논쟁으로 너무 격해져서 탈퇴하시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재미있게 사진을 즐기는 것도 얼마나 좋습니까?


무쇠막에서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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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창근님의 댓글

이창근

장비 우열을 지향하는 논쟁은 저는 아주 싫어합니다.
나름대로 어떠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천양지차이겠지만..
보유자의 취향이 있을테고..나름대로 이유가 다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 근간에 또 논쟁이 게시판에 보이길래..
아예 보기도, 개입하기도 싫어서..눈 질끈감고..도 딱고 있는 중입니다.

임OO님과 친하신 사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읍니다.
저는 임OO님과 딱한번 서울 상경시에 뵈었고..두번거래로
알았던 사이입니다. 대단한 콜렉션 취향을 가지신 클래식매니아 이셨던걸로
기억 합니다.

그 분께는 제가 2개의 콜렉션 용 제품을 양도 받았는데..
예전에는 제가 오로지 니콘만을 사용하고 당시는 대단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졌던 니콘 매니아 시절 이었읍니다. ^^

하나는 지금도 보유하고 있는 니콘 F시리즈 중.. 최후의 바디인 NEW F이고
또 하나는 바이카메라 곽사장님께 양도하였던 FTN 이었지요.
(자주 떠돌아다니는 제 기질이나 성격상 관리가 어려워..양도하였지요
장비 잘 보관하시는 콜렉셔너에게 잘 유지되고 있기를 빕니다. ^^)

빠른 근간에 또 만나시면..안부 잘 여쭈어 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제 이름보다는.. '네오포토' 라고 하시면 더 잘 기억하실지도..)

그리고..보내주신 루사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가볍고 좋더군요.
카메라 장비에 관한한 저는 아주 실용주의 성향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 불편함을 고수하면서 사용하는 라이카 M시리즈는,
어설프고 매니아 라고 할수도 없을 정도의 초보 클래식 매니아인
저에게 조차도 약간의 불편함은 애정으로 커버가 되더군요. ^^
사실 저는 매니아보다는 사진가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고
즐겨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요즘 날씨도 조금 궂은데..
즐거운 하루 되시고..좋은 사진 많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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