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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린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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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호도
  • 작성일 : 03-01-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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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린] 밖에 없는데요?


나는 음악이든, 혹은 영화든 뭐든간에 남의 아이디어를 은근슬쩍 베껴다가 사용하는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뭔가 뭐랄까, 정당하지 못하다- 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것을 보면.


언젠가 집을 한달정도 거의 혼자서 쓰게된 일이 있었다. 가족 대부분이 매우 바쁜 일에 묶여있거나, 여행을 갔기 때문이었다. 혼자 지내는 것은 좋아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30일을 채워갈 무렵에 돌연히 욕조의 배수상태가 좀 불량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연히,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전문 배관공이 아닌 나 같은 보통의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은 극히 제한적인 법. 결국 간단한 산성 청소제인 [트래펑]을 이용해야 되겠다고 결정했다.

[트래펑]은 물론 고유명사다. 배관 청소제-라는 개념의 용품이 처음 생길 당시의 제품으로 이 [트래펑] 이라는 제품의 이름은 조금 특별한 맛이 있다. 깡통햄 하면 스팸, 식기 세척제 하면 퐁퐁, 빨래엔 피죤 쵸코칩 쿠키 하면 칩스아호이… 뭐, 이런것과 비슷한 것이다. 배관 청소제- 하면 역시 [트래펑] 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쨌거나, 그래서 집앞 편의점에 [트래펑]을 사러갔다.

“저기요. 트래펑 하나만 주세요.”
“예?”
“아니, 그 외… 막힌 배수관을 팍 뚫어주는 그 트래펑 말예요. 트래펑 없나요?”
“배과…안…이라.. 아! 그거라면 저기 밑에 [펑크린] 이 있는데요.”

확실히, 그 아르바이터가 손으로 가르킨 곳에는 [펑크린] 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그리고 물론 순간적으로 머리속에서는 [펑크린]=[트래펑]=[같은 효과] 이라는 공식이 금방 수립되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왜 트래펑이 아니고 펑크린이지?’ 라는 기분이 울컥 들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펑크린 말고 트래펑은 없나요?”
“…예… 펑크린 밖에 없는데요…”
“아니! 왜 트래펑이 없죠?”
“그…그건…”

으흠. 이런 경우에는 어쩔수 없다. 내가 뭐라고 하면 할수록 아름바이터가 ‘아니, 이거 도대체 뭐하는 놈인데 시비야!?’ 라는 생각만 하게 할 뿐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펑크린을 사고, 막혀있는 배수관을 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에 도착해, 펑크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마침 전화가 한통 왔다. 나는 무선전화기를 사용하면서, 전화기에다 대고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야. 세상에 트래펑이 아니라 펑크린 밖에 없대. 이거 완전히 햄펀치 수준이라구. 그 왜… 있잖아. 가운데 글자가 ‘터’에요. 라고 광고하던 그 햄터치 가짜 햄펀치 말야. 좀, 이름을 좀만 더 신선하게 만들었으면 안될까? 펑크린! 하면 꼭 트래펑의 가짜 같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불끈불끈 든다구.”

물론 전화속의 인물은 이렇다 할만한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 펑크린이나 트래펑 같은 집안용품 이름은 의외로 깊이 와닿는 맛이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돌려서 생각해보면 이것과 비슷한 계통의 일들은 주변에서 꽤 많이 일어나고 있고, 역시 그런것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한국작가(작가라고 하기에도 한참 부족하지만)중 누군가가 그린 만화책 제목중 [슬럼루키] 라는 책이 있다. 한눈에 봐도 [슬램덩크]의 아류작일 것 같은 냄새가 폴폴 풍기는 그 만화는, 당연히 농구만화다. 인물 설정도 비슷하고, 아무튼 못그리고 재미없다는 점 빼고는 거의 모든게 슬램덩크와 흡사하다. 수준 이하의 작품. 이런걸 보고 있으면 참, 어째서 이렇게 밖에는 안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2000년 9월 7일.



요즘 이 비슷한 일을 당했는데 (직접!)
그랬더니 그 옛날에 써놓은 이 글이 번뜩 생각났다.

햄펀치는 정말 싫어...

-------------------------------------------------2003년 1월 24일.


정직하게 말하자면 모 동호회에 제가 올렸던 사용기에 관한 아햏햏한 사건 때문에 하도 복장이 터져 글을 찾아다가(옛날에 썼던) 올립니다...

으허허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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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호도님의 댓글

이호도

집착이랄까...

요 며칠동안 제가 사용했던 사진촬영기법과 디자인 그리고 레이아웃을 몽땅 도둑맞은데다가 되도않는 비꼼까지 당하니 확실히 [내것]을 지키려는 집착은 생기더군요.

네트워크는 조심해야 할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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